[뉴스프리존=조영호 문화칼럼니스트]2007년 한국오페라단(단장:박기현)이 “피에르 루이지 피치 & 라스칼라 극장 프로덕션” 국내초연으로 공연계 전반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오페라 [리날도(Rinaldo)]가 바로크 양식 특유의 귀족적 예술성에 다채롭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더해져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2016.5.6~8)으로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관객들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소문을 들은 조영호 연출은 새로 둥지를 튼 ‘뉴스프리존’에 연출가 인터뷰를 의뢰한다.
S#1. 아트원문화재단 앞, 화단 (Day, Out)
내곡동, 한적한 외곽길 앞.
1985년부터 로마오페라극장의 연출가 겸 오페라시즌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마우리지오’(Maurizio di Mattia)’가 한국오페라단 ‘한정민’ 제작감독의 안내를 받아 현관 밖으로 나온다. 기다리고 있던 ‘조영호’, ‘마우리지오’와 인사한다. 그들은 진한 핑크 철쭉으로 둘러싸인 화단에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조영호 : 처음에 당신의 사진을 보고 몬테크리스토백작이 생각났다.
마우리지오 : (밝게 웃으며) 오. 고맙다.
조영호 : 카리스마 넘치는 강렬한 외모가 연출을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우리지오 : (너무 진지하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 연출가에게는 연주자가 어디까지 할 수 있고 어디까지 할 수 없는지를 아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조영호 : (당황하며) 초반이라 살짝 조크(?) 던진 건데 진지하셔서 당황하고 있다.
마우리지오 : (계속 진지하게) 음.
조영호 : 외모보다는 역할을 맡은 연주자의 능력을 얼마나 확장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죠?...
마우리지오 : (더욱 더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로) 연출로써 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기술적인 것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더 집중하는 - 개인적인 성향이 중요하다.
조영호 : (우물쭈물 하다가) …개인적인 성향이라고 하시니, 성향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제 경우 작은 작품임에도 너무 일찍 데뷔를 하는 바람에 남에게 책 잡히고 싶지 않아 더 표현에 인색해지고 딱딱한 모습을 취했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부드러워져서 탈인데 말이다.
마우리지오 : (비로소 환해지며, 마치 질문의 핵심을 파악했다는 듯이) 맞다! 보통은 연출가가 어리면 성악가나 배우들이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하지만, 연출가가 나이가 들면 그들이 알아서 잘 따라와 주는 경향도 살짝 있다. 그래서 젊었을 때는 딱딱하게 관통해서 작품을 만들게 되고 나이가 들면 부드럽게 리드할 수 있는 것 같다.
조영호 : (마음이 편해지며) 하하하^^; 재작년 여름부터 [The Rope]라는 퍼포먼스를 가지고 Edinburgh Festival Fringe에 가고 있다. 올해는 공연 후 Rome에 들를 계획이다. 바티칸에서 mass도 드리고 로마극장에 꼭 가보고 싶다.
마우리지오 : (밝게 웃으며) 매우 환영한다!! (명함을 주며) 꼭 연락해라. 극장에 초대하겠다.
함께 있던 한정민 제작감독과 사진기자, 모두 ‘와~’ 하며 조영호 연출이 명함을 받아낸 것에 대해 환호해준다.
조영호 : (독백) 그는 정말 이탈리아 최고의 오페라 연출가인 듯 하다. 아마도 명함 받아내기도 힘든?ㅋ
Flash back 되며,
S#2. 아트원문화재단 안, 연습실 앞 (Day, In)
한국오페라단 ‘한정민’ 제작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조영호. 연습실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 ‘마우리지오’가 배우들과 함께 가벼운 움직임을 맞춰 보며 연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정민 : 마우리지오는 보통의 사설 오페라단의 연출가와는 클라스가 다른 분입니다. 함께온 로마오페라극장 지휘자-_안토니오 뻬르골리찌(Antonio Pergolizzi)와 세계적인 카운터테너_안토니오 지오반니니(Antonio Giovannini)만 봐도 알 수 있지요.
멀리 ‘마우리지오’ 뒤에 보이는 여러 얼굴들 Focus. 연습실 안을 슬쩍 들여다보면, ‘마우리지오’가 배우들과 함께 가벼운 움직임을 맞춰 보며 연출을 하고 있는 중이다.
S#3. 아트원문화재단 앞, 화단 (Day, Out)
화면 다시 현실로 오면, 사뭇 진지한 표정인 ‘조영호’, ‘마우리지오’의 평온한 얼굴에 안도의 한 숨을 쉰다.
조영호 : (마우리지오에게) [리날도]는 한국에서 흔치 않은 작품이다. 관객을 위한 특별한 재해석이 있나?
마우리지오 : [리날도]는 바로크 오페라면서 로맨틱한 이야기 구조라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가령 여러 아리아의 연속되는 반복만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므로 흐름에 대해 관객들에게 전체적으로 이해를 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래야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거든.
조영호 : (갸우뚱 한다) ‘흐름을 이해시킨다’는 말 자체가 어렵게 느껴진다. 흐름은 그냥 느끼면 되는 것 아닌가?
마우리지오 : 반복되는 음율의 연속성이 만드는 분위기를 관객이 느끼는 거다.
조영호 : 마치 詩처럼?
마우리지오 :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 계속적인 반복을 한다. 그게 구체적인 ‘사랑’이면 좀 나을 수 있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로맨틱한 다른 표현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한다’를 ‘하늘은 하얗다’로 표현한다면;;
조영호 : (이해되었다는 듯이) ‘하늘은 하얗다’를 계속 반복?
마우리지오 : 그렇다. 일반적인 다른 오페라는 설명이 있다. 내가 왜 너를 좋아하고 등등… 그러나 [리날도]는 그런 면에서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조영호 : 연기를 잘 해주어야 할 것 같다.
마우리지오 : 관객에게 친숙한 아리아도 있다. 대표적인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바로크 아리아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음악이다. 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 Echesospirilalibert?Echesospiri,…
조영호 : 오, ‘울게하소서’는 한국에서 오디션곡으로 종종 쓰인다. 나의 연극 데뷔작 [낮병동의 매미들]에서도 여배우가 연습곡으로 부른다.
마우리지오 : 어려운 곡이라 전 세계에서 오디션곡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
조영호 : 오, 한국에서 오디션곡으로 종종 쓰는 곡이다. 나의 연극 데뷔작 [낮병동의 매미들]에서도 여배우가 연습곡으로 부른다. [리날도]는 완전한 바로크 음악만이 아니라 1800년대 음악과의 결합으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잘 표현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때, ‘한정민’ 제작감독이 곧 연습실에 들어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낸다.
조영호 : 마지막으로,… 액터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어떻게 오페라 연출이 되었나?
마우리지오 : 너무 어린 나이에 무대에 서서 관객 앞에 서는 게 힘이 들었다. 지금 연출을 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하다.
조영호 : 시간의 소모성 때문에 연출로 전향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나도 본의 아니게 간혹 연기를 하는데, 가장 회의적일 때가 바로 시간에 대한 문제가 느껴질 때이다.
마우리지오 :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를 찾는 과정에서 연출로 향한 것 같다.
조영호 : (일어나며) 시간이 짧아 아쉽지만 많이 배우고 가는 것 같다.
마우리지오 : (밝게) 로마에서 봐야지!
조영호 : (신나서) 난 진짜로 연락할거다~!.
가벼운 포옹 후 아트원문화재단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마우리지오’.
조영호, 리모컨으로 바로 앞에 주차해놓은 승용차의 락을 열고 일어난다.
Fin.
조영호-극작/연출가, 영화감독
대표작으로는 공연 [더로프(The Rope)], 연극 [분장실],
희곡 [낮병동의 매미들]
영화 [더하우스(The House)], [영호프의 하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