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CJ문화재단
CJ 아지트 대학로에서 CJ 문화재단의 제15회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선정작, 조광화 배삼식 예술감독, 김슬기 작, 전인철 연출의 <크레센도 궁전>을 관람했다.
김슬기는 동국대학교 문예창작과 출신으로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등단하고, 2011년에 봄 작가 겨울무대와 2012년 한국공연예술센터 제작, 오유경 연출의 <서글퍼도 커튼콜>로 재능을 인정받았다. 이후 <이건 노래가 아니래요> <ctrl A씨> <미성년으로 간다> 등을 발표 공연한 탁월한 미모의 여성작가다.
전인철은 강원도 바닷가 태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 연출가다. <고요> <시동라사> <숭우삼촌> <그날들> <채상하나씨> <왕은 죽어가다> <터미널> <목란언니> <노란봉투> <갈매기> <XXL레오타드 안나수이 손거울> <고제>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이자 극단 돌파구의 대표다.
무대는 궁중의 월대 같은 정사각의 단을 방으로 설정하고, 정면에 방문이 있다. 백색의 삼면 벽에는 반으로 쪼갠 온갖 잡동사니가 마치 조형예술 전시 작품처럼 부착되어 있고, 방 한가운데에는 천정에서부터 내려온 줄에 그네 같기도 하고 침상 같기도 한 직사각의 두꺼운 판자가 매달려 있어, 출연자들이 걸터앉거나 눕기도 한다.
사진제공/CJ문화재단
오른편 벽 선반에는 포도주 병이 있고, 극 전개에 따라 엎어져 쏟아지거나 잔과 함께 음용되기도 한다. 극의 후반에 출연자가 새 포도주 병을 선물로 가져온다. 극의 중간에는 출연자들이 왕자와 공주로 보이는 복장과 금관을 쓰고 등장하고, 회상장면과 현실이 복합적으로 구성 연출된다. 효과음으로는 남성의 가래 끓는 기침소리가 간간이 들려나온다. 영상을 투사해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연극은 도입에 어머니의 걸레질 장면에서 출발한다. 줄에 매달린 침상형태의 조형물을 깨끗이 닦는다. 늘씬한 키와 예쁜 모습의 딸이 등장하고, 일반 가정과 마찬가지로 과년한 딸의 결혼문제가 모녀간의 대화가 되고, 중간 중간 아버지의 기침이 효과음으로 나온다. 아들은 일찍 저세상 사람이 된 것으로 설정이 되지만, 어머니와 딸의 환상 속에 모습을 드러낸다. 어머니의 삶의 질곡에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대로 된 직장을 다녀보지 못한 딸과 그러한 딸의 결혼하지 못 하는 입장도 마찬가지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극중 모녀의 갈등이 증폭된다.
갈등은 아버지의 가래 끓는 기침소리로 중단되기도 한다. 딸은 우연히 만난 청년에게 마음을 기울인다. 청년도 상대의 미모에 이끌린다. 그러나 두 사람은 10년 가까운 나이의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어머니 앞에 모습을 보인다. 청년이 자신의 딸보다 훨씬 어린 나이이지만 어머니는 명문대 출신이라는 소리에 반가움을 드러낸다. 그러나 명문대가 아니라 비슷한 명칭의 대학이라는 것에 어머니의 실망과 분노가 폭발한다. 그 자리에 엎어진 포도주 병처럼 분노가 뿜어져 나온다. 분노폭발로 청년은 혼비백산한 채 도망치듯 떠나가고, 모녀만 더욱 으르렁거리다가 거세진 아버지의 기침소리에 겨우 언성이 수그러든다.
사진제공/CJ문화재단
그러나 이 일로 해서 어머니의 치매증세가 드러나고, 죽은 아들의 모습이 현실처럼 등장한다. 아들과 딸의 모습은 왕자와 공주 같고 차림새 역시 그렇지만 현실은 정 반대이니 어찌 하랴? 연극에서 모녀의 절망은 관객의 현실처럼 다가오고, 과년한 미혼의 여성관객이나 과년한 딸을 둔 나이든 부모에게는 자신의 일처럼 깊디깊은 안타까움과 서글픔으로 가슴이 저려든다.
그러다가 대단원에서 청년이 새 포도주 병을 들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관객과 모녀의 절망은 환희로 바뀌고, 환한 웃음과 박수소리 속에서 공연은 마무리가 된다.
강애심, 김소진, 권 일, 김민하 등 출연진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작중인물을 제대로 부각시켜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정태민, 조명보 최인수, 조명오퍼 김보란, 음악 장한솔, 분장 장경숙, 의상디자인 김우성, 의상보 심새늘, 영상디지인 정병목, 영상기술감독 윤인철, 영상프로그래머 신다연, 매니저 이경빈, 홍보 이유진, 마케팅 박기현, 그래픽 브이 에이 등 지술진의 기량이 드러나, CJ 문화재단의 제15회 크리에이티브 마인즈 연극 선정작, 조광화 배삼식 예술감독, 김슬기 작, 전인철 연출의 <크레센도 궁전>을 기억에 길이 남을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