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맞벌이 교사 가정으로 지난해 연봉 5800만원을 받은 김여정씨(42)는 2014년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을 하다 깜짝 놀랐다. 지방세를 포함해 64만원의 세금을 지난해보다 더 내야 했기 때문이다. “연봉 7000만원까지는 세금이 2만~3만원 늘어난다”던 정부 예측은 적용되지 않았다. 김씨는 미취학 아동 1명만 인적공제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교육비, 의료비 공제가 거의 없었다. 남편도 부인과 비슷한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씨 가정이 2월에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100만원을 거뜬히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뀐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이 시작되면서 증세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실제 정산을 해보니 정부 주장과 달리 세부담이 과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3년 말 연말정산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통과됐다. 2014년 소득분부터 첫 적용되는 이 개편안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납세자는 205만명에 달한다.
저소득층의 부담은 줄어들고, 연소득 5500만~7000만원 이하는 세금이 소폭 늘어나는 것으로 설계됐다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60만~70만원의 세금을 더 내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양가족수와 각종 공제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2013년 당시 정부는 연봉 3450만원부터 세금이 증가하도록 세법개정안을 냈다가 여론의 반발에 밀려 연봉 5500만원 이상부터 세금이 늘어나도록 재설계했다. 정부는 2014년 소득분 연말정산을 통해 더 걷을 수 있는 세수를 86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법인세다. 정부는 소득세법을 개정한 지 1년이 넘도록 법인세는 여전히 손을 대지 않고 있다. 2년 전에도 여론의 반발이 심했던 것은 소득세부터 먼저 올리는 증세의 방향이 잘못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이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자”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정부가 소득세 징수에 집중하면서 지난해부터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많이 걷히고 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면 2008년 법인세가 소득세보다 2조8000억원 더 걷혔지만 2013년에는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3조9000억원 더 징수됐다. 특히 지난해 10월까지 소득세는 전년 대비 3조9000억원이 더 걷힌 반면 법인세는 7000억원이 적게 징수돼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못하면서 법인세가 줄어들었다”고 말했지만 이명박 정부 때 단행된 법인세 감세 효과도 큰 것으로 추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13년까지 5년 동안 줄어든 세수는 37조2000억원에 이른다.
‘13월의 월급’이 ‘13월의 납세’로 전환되면서 8600억원의 세금납부가 이뤄지는 1~2월은 소비축소 우려도 있다. 올 2월은 5일 연휴의 설까지 끼어있어 가계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