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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 박경란-이민형 연출 ‘베를린에서 온 편지’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4/28 12:00


사진제공/하나금융그룹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의 박경란 작 박경란 이민형 연출 이윤택 자문연출의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관람했다.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는 65~75세 연령의 파독 간호사로 구성된 극단으로, 지난 2013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2015년 정식으로 공연활동을 시작했다.

대한민국의 간호사 및 광부 파독(大韓民國의看護師및鑛夫派獨)은 한독근로자채용협정(韓獨勤勞者採用協定 (Anwerbeabkommen zwisch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und Südkorea)을 통해서 대한민국에서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한 일로, 광부와 간호사가 보낸 외화는 대한민국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서부 베를린 시장은 빌리브란트(Willy Brandt, 1913~1992)였고, 1960년대 초 박 정희 대통령과 영부인 육 영수 여사의 베를린 방문과 파독광부와 간호사 상봉은 세계 뉴스 1위 감이었다. 박대통령 내외가 접한 독일경제부흥의 대명사로 불리는 라인 강의 기적은 본보기가 되어 향후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시금석이 된다.

독일로 떠난 간호사들은 당시 한국에서 중등학교까지는 마친 이십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1950년대 말과 1960년대 한국여성으로는 낮은 학력이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독일의 병원에서 맡았던 업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간호사의 전문적인 일인 검사 보조, 수치 관리, 주사 놓기, 의사 따라 회진하기 만은 아니었다. 병실 청소, 환자 용변 돕기, 변기 청소, 환자 씻기기와 이동 보조, 배식, 약 먹이기 같은 간병인의 역할, 또 간호사 식사 준비와 병원에 있는 수녀들을 돕는 일이 주어졌다.

독일은 이주노동자를 받아들일 때 출신 국, 나이, 성별, 직업 능력, 결혼 여부, 자녀 여부, 종교, 외모까지 다양한 항목을 꼼꼼히 따졌다. 한인 간호여성의 경우에 ‘미혼이고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간호 인력이 항상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는 않았다. 한국에서 이미 결혼했고 아이가 있던 여성도 간호사로 독일에 갔다.

간호 노동자로 독일 땅을 밟았던 여성들 중 많은 수는 이주자로서 자신들의 노동과 삶을 병원이나 동네에서 “대우 받고 살았다”고 회고하고 있다. 수건이든 옷이든 필요하면 달라고 해서 받았고, “아주 당당하게 살았다”. 자신들은 독일 사회가 필요로 해서 “밥 먹여주고 돈 주고 기숙사 주면서 데려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이렇게 독일로 떠난 간호여성 중 1/3은 3년 후 귀국했고, 1/3을 독일을 거쳐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로 떠났다. 그리고 나머지 1/3이 독일에 남아 오늘날 독일 거주 한인이주 1세대 여성이 되었다.



박경란 작가 겸 연출은 전라남도 고흥 출신으로 대학 졸업 후 잡지사 기자로 근무했다. 2007년 남편이 독일 현지 회사에 취업하면서 독일로 이주했다. 틈틈이 한국 언론에 기고하는 등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해온 박 씨는 2012년 독일에 사는 한인들의 소소한 일상과 고국을 향한 그리움의 흔적을 담은 '나는 독일 맥주보다 한국 사람이 좋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500명의 파독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연극대본을 썼다고 한다. 현재 44세로 교회 집사이며 출중한 미모를 지닌 여류작가다.

무대는 배경에 자막을 투사해 장면을 알리는 문구와 1960년대를 전후한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비행기 탑승 장면이 당시 유행했던 문주란의 가요와 함께 시작된다.  영상에는 세계지도에 서울에서 베를린까지의 비행기 노선이 표시되고, 계속해 분단 독일 중 서부독일 쪽의 베를린 시가지 모습, 병원장면 등이 투사된다.

무대 좌우 벽면에 차단막을 세우고, 그 사이로 등.퇴장을 한다. 시골집 장면은 초가지붕과 쪽마루가 놓인 집의 앞부분이 바퀴달린 단에 놓여 무대로 들여오거나 내가고, 병원 환자용 침상 역시 출연자들이 들여오고 내간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인 파독간호사 집에 트렁크가 하나 배달이 된다. 이 트렁크는 주인공이 독일에 도착했을 당시 분실했던 물건이다. 50년이 지나 분실물이 주인을 찾아왔다는 설정이 독특하다. 트렁크 안에서 옷가지와 함께 편지봉투가 나온다. 주인공이 편지를 읽기 시작하면, 배경에 내용이 자막으로 투사된다. 

“사랑하는 딸, 현자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독일이겄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딸, 너무 힘드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심이 찌져진다. 오메, 이년아 돈 벌라고 밥은 절대 굶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같이 살자.”

장면전환이 되면 배경에 투사된 자막과 함께 반세기 전 독일 현장에 도착한 간호사들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김천과 순천에서 온 미혼녀, 인천에서 온 두 명의 자식을 둔 기혼녀 등이 예쁜 한복차림으로 고향이야기를 맛깔스런 방언으로 시작하면, 트렁크를 잃은 주인공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허둥지둥 등장한다.

병원에서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심부전증으로 일시 기절한 환자를 두고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가 법석을 떨며 의료 기구를 가져오라고 한인 간호사에게 지시를 하지만, 그걸 알아들을 리 없으니, 한인 간호사는 기절한 환자에게 다가가 인공호흡을 시킨다.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가 놀라며 얼떨떨해 하는데, 환자는 인공호흡으로 해서 기적적으로 깨어난다. 독일인 의사와 간호사의 환호와 박수, 그리고 객석의 우레와 같은 박수 속에 장면전환이 된다.

파독 광부 한명이 간호사를 찾아와 구애를 한다. 광부와 간호사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벌어지지만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주인공 간호사에게 독일의사가 구애하는 장면도 벌어진다. 두 사람도 결혼을 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 딸이 태어난다.

대단원에서는 주인공의 딸이 어머니의 나라 대한민국을 방문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딸에게 편지를 써준다, 50년전 주인공이 어머니로부터 받는 편지내용과 같다.

“사랑하는 딸, 마리아야 보거라. 이 편지를 보게 되믄 대한민국이겠지. 항상 고맙고 든든한 우리 큰딸, 너무 힘들면 돌아와라. 너무 멀리 보내서 어미 가슴이 찢어진다. 마리아야 여행중에도 밥은 절대 굶지 말거라..... 어미 옆에서 같이 살자.”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무대 앞좌석에 자리한 주인공의 90세의 노모의 소개가 있었고, 편지의 주인공인 노모가 관객에게 인사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김금선, 김현숙, 박화자, 조송자, 정유선, 이묵순, 최복님, 김진복, 강주은, 홍준일, 힘페 호스트 베르너, 우베 뮌쇼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나름대로의 독특한 감성적 표현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협력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술지원이 독일 베를린 파독간호사 극단 빨간 구두와 조화를 이루어, 박경란 작, 박경란 이민형 공동연출, 이윤택 자문연출의 ‘베를린에서 온 편지’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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