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오바마, 의회 설득 위해 강경
ㆍ코너 몰린 북, 남한에 손짓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최근 대북제재 강화를 천명하고 강경 입장을 거듭 밝히면서 그 배경과 함께 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경 입장에 남북의 대화 분위기가 사그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오히려 이 같은 상황이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바마는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제시한 신년사를 발표한 직후인 지난 2일 새로운 대북제재 행정명령 13687호에 서명했다. 이어 13일에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가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가용한 수단을 전면적으로 동원해 북한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일각에서는 미국이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의도는 남북관계 속도조절이 아니라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현재 준비 중인 각종 초강경 대북제재 법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설득하기 위한 성격이 더 커 보인다. 이 법안들이 의회를 통과하면 행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없어지고 되돌리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최근 오바마 행정부의 강경 목소리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외에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돼 있다”면서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엄격하게 다룰 의지가 있으니 의회에서 행정부의 손발을 묶고 행정권을 침해하는 대북제재법을 만드는 것은 자제해 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김 대표와 글레이저 차관보는 청문회에서 ‘레토릭(수사)’으로 강경한 대북 입장을 밝혔을 뿐 행동적 조치를 말하지는 않았다.
또 오바마의 행정명령이 향후 북한의 불법행위를 모두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근거가 있음을 밝히고,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것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미국은 남북대화 진전을 통한 긴장완화를 환영하는 입장이어서 대규모 대북경제지원이 이뤄지는 단계도 아닌 대화 초기 단계에서 미국이 한국의 발목을 잡을 이유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미국의 강경한 대북 입장이 남북대화 진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배드캅(나쁜 경찰)’ 역할을 하는 사이 한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서 ‘굿캅(좋은 경찰)’ 역할을 하게 되면 출구가 막힌 북한이 남북대화에 더욱 매달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