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서방의 경제제재 해제 이후 신흥시장으로 급부상한 이란의 잠재가치를 고려, 세일즈 외교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박 대통령은 2일 신정(神政)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절대권력을 보유한 최고 통치권자 하메네이와의 면담을 추진 중이다. 박 대통령은 별도로 같은 날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1시간15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관계 평가 및 발전방향과 실질협력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지난 27일 사전브리핑에서 "정상회담시 세계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는 북한 핵문제와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핵개발 의혹을 부인하던 이란은 2002년 비밀 우라늄 농축 설비가 들통나면서 국제 경제제재를 당했다. 금융거래 중지, 무기금수 조치,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 등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던 이란은, 결국 핵포기로 제재를 풀었다.
이후 북핵 해법으로 이란 모델이 거론됐고, 이란이 대북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이란 역할론'도 대두됐다.
하지만 이란의 적극적 공조 여부는 미지수다. 일단 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의 도움을 받은 바 있는 이란이 북한에 얼마나 강경할 지 알 수 없다. 당시 미국 및 주변 아랍국 지원을 받은 이라크와 달리 고립무원이던 이란에 북한은 26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팔아줬다.
또 이란의 신정일치 체제와 북한의 유일지도 체제 간의 유사성이나, 반미·반제국주의 노선 등에 따른 정서적 우호관계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양국간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 협력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등 군사협력 분야 양국 교류가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주한 이란대사의 발언에서 '북핵 둔감성'이 확인된다. 하산 타헤리안 대사는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란은 숨길 게 없어 고강도 사찰 요구를 수용했다"며 북한과의 유사성을 부인했다. 또 "북한과 미국 간 긴장이 고조된 지금 분위기에서 이란이 중재 역할을 맡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역할론'에도 부정적이었다.
다만 한·이란 간 54년만의 첫 정상외교가 이뤄진다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한반도 비핵화지지 발언 등 이란 측의 '성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5차 핵실험 도발의 시점을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기간으로 고른다면, 이란으로서도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
향후 적극개입을 택해 북핵 관련 중재에 나서는 경우, 남북 및 북미 사이에서 정치·외교적 입지를 키울 절호의 기회가 된다는 점도 이란에게는 나쁠 게 없다.
정부 관계자는 "이란이 북한과 우호는 유지하지만, 양국간 교역투자나 인적 교류 등은 감소세에 있는 등 절대적 의존관계는 아니다"라며 "게다가 이란은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 내에서 평화적 핵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한 이상 적어도 같은 기조를 밝힐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