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스튜디오 반, 이강선 연출 ‘꽃잎’..
문화

스튜디오 반, 이강선 연출 ‘꽃잎’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5/01 19:11

청담동 유시어터에서 스튜디오 반(叛)의 윤세민 예술감독,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 원작, 최영주 번역 드라마트루기, 이강선 연출의 <꽃잎>을 관람했다.    

<꽃잎>의 원제는 <특급호텔(Hotel Splendid)>이다. <특급호텔>은 원작가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를 스쳐듣고 거기에 시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이 극은 "일본 군대에 유린당하고 성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네 여인의 삶을 호소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미국 알칸소 주립대학에 본부를 두고 매년 제정되는 2001국제평화상을 받았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류작가 라본느 뮐러(Lavonne Mueller)는 5년간 콜롬비아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Woodrow Wilson 객원 학자로서 미국 내 여러 지역의 대학에서 집필 프로그램을 설립하였다. 현재 인도, 핀란드, 루마니아, 일본 및 노르웨이에서 USIS 소속 미국 예술분야의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Edward Albee Foudation, Djerassi Foundation, 스코틀랜드의 Hawthorden Castle, 스페인의 Funduncio Valperasio에 투고중이다.

각종 역사적 문제의식을 주제로 작품을 쓰는 라본느 뮐러의 주요 작품으로는 <감옥에서 딸에게 쓴 편지(Letters to A Daughter from Prison)><도발적인 평화(Violent Peace)><작은 승리들(Little Victories)><단 하나의 여장군(The Only Woman General)><특급호텔(Hotel Splendid)><울지 못할 상처(The Wounded Do Not Cry)>등이 있다.

종군 위안부 동원에 관계한 일본인의 증언을 소개한다. 1943년부터 1945년 8월 8일 패전(敗戰)까지 일본 야마구치 노무보국회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요시다 세이지는 1991년 11월 21일 훗카이도 신문과의 회견에서 '유언하는 심정'으로 조선 여성들을 일본군 위안소로 강제 연행한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았다. 요시다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조선 여성들을 강제 연행하여 종군위안부로 보낸 사실을 생생하게 밝혔다. 요시다는 '인간 사냥꾼'이 되어 부녀자 6천명을 연행한 자신의 비인도적 행위는 뒤늦게나마 눈물로써 참회했다.-중략-

요시다 일행은 경찰 30~50명을 대동하고 경찰용 호송 트럭으로 예정된 마을을 급습한다. 우선 경찰 병력을 절반으로 나누어 마을 전채를 포위하여 도망가는 사람을 막고 나머지는 마을 사람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마을 사람이 전부 모여도 정신대로 끌어갈 만한 여자는 3~4명에 불과했다. 도망가는 사람들은 경찰이 사정없이 목검(木劍)으로 내리치고, 울부짖는 여자들을 후려갈기며 젖먹이 아이를 팔에서 잡아떼며 억지로 트럭에 실었다. 아이를 업고 나온 여자들은 반 광란상태였다. 아기를 여자로부터 떼어내 노인에게 던져 주고 머리채를 질질 끌어 무조건 호송차에 실었다.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울면서 호송차를 뒤 쫓아왔다. 그 아이를 팽개쳐 밀어내고 애원하는 노인은 발길질로 넘어뜨렸다.

온 마을이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마을에서 반항할 만한 젊은이들은 이미 군대나 노무자로 끌려가고 없었기 때문에 크게 반항하지 못했다. 더구나 무장한 경찰관들이 철저히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거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요시다는 주로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뒤지면서 이러한 방법으로 '인간 사냥'을 저질렀다. 이렇게 끌어 모은 여자들은 수백 수천명에 이르렀는데 화물열차에 실려 부산으로 이송되어 관부연락선에 태워졌다. 시모노세키를 거쳐 서부군사령부에 인계하는 것까지가 요시다의 임무였다. 끌려온 조선 여성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남방의 일본군 위안소로 보내졌다.

요시다와 같은 임무를 가진 수만 명의 사람들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군부의 명령을 착착 실행했다. 조선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을 위하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조선인 강제 종군위안부를 포함한 강제 연행 관련의 공식 기록이나 관계 문서는 패전 직후 일본 내무성 사무차관의 통첩에 의해 모두 소각 처분되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고 우겨 온 것이다. 이에 대해 요시다는 "자신의 체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군과 경찰 및 행정기관이 일체가 되어서 한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무대는 3면벽에 백색의 천을 늘어뜨리고 영상을 투사해 장면변화와 극적효과를 발휘한다. 백색의 환자복 같은 낡은 긴 내의 차림의 네 여인이 등장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일본군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지만 바로 일본군을 하룻밤에 30여 명 씩 상대하며 지낸 일, 비참하고 혹독한 생활의 연속이지만 한줄기 희망을 간직하며 견뎌냈던 일, 젊고 착한 군인에게 연정을 느끼고 몸과 마음을 밀착시킨 일, 참담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탈출을 꾀하지만, 결국 붙잡혀 와 다리가 잘렸던 사연 등이 담담하게, 또는 절규하듯, 발광하듯 극 속에 펼쳐지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아름답게 다가온다.

김성미, 오봄길, 전수아, 배수진 등 4인의 여배우가 출연해 호연과 열연으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예술감독 윤세민, 라본느 뮬러(Lavonne Mueller) 원작, 최영주 번역 드라마 트루기, 이강선 연출의 <꽃잎>을 연출가의 다원 예술적 연출기법과 기량이 드러나고 출연자의 혼신을 다한 열정이 무대 위에 제대로 구현된 성공적인 공연이라 평하겠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