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 아트홀(대표 권순명)에서 극 발전소 301의 김 원 작, 정범철 연출의 <만리향>을 관람했다.
김 원(1980~)은 대구출생으로 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 《봄날에 가다》당선, 2007 우리연극 만들기 《인간교제》 당선, 2009 옥랑희곡상 자유 소재 부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당선, 2010 희곡아 솟아라 우수창작희곡 《만선》 당선, 2014 서울연극제 희곡상 《만리향》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2007 연극 《인간교제》2009 연극 《칼슘의 맛》2011 연극 《만선》 2012 연극 《만선》 《도로시의 귀환》2014 연극 《만리향》임.범.근 프로젝트 NO.2 《점》연극과 함께하는 역사탐방 《대왕의 문자》《낙선재에 띄운 사랑》《뒤주 속의 천국》등을 발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다.
정범출은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극 발전소301 대표이자 극작가 겸 연출가다.
2006 옥랑희곡상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로 등단, 2006 옥랑희곡상, 2007 제4회 파크 희곡상, 2009 AYAF 차세대 예술인력 집중육성지원 1기 선정, 2011 차세대 희곡작가 인큐베이팅 선정, 2014 제34회 서울연극제 신인연기상, 희곡상, 연출상, 대상 <만리향>, 2015 제35회 서울연극제 연출상 《돌아온다> 등을 수상했다.
극본은 《서울테러》 《논두렁연가>를 발표했고, 연출작은 《점》《도로시의 귀환》《총각네 야채가게》《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만리향》 《돌아온다》등이 있다.
쓰고.연출한 작품으로는 《타임택시》 《로미오와 줄리엣은 살해당했다》《병신3단로봇》《인질극X》<그날이 올 텐데》《301클럽라운지》《인간을 보라》《고양이라서 괜찮아》<액션스타 이성용> 등 앞날이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만리향>은 중국음식점의 이름이다. 이 연극은 대를 이은 중국음식점의 노모와 자녀들의 이야기다. 무대는 오른쪽 벽면에 중국 음식점 입구인 여닫이 유리문과 중화요리, <만리향>이라고 써 붙인 커다란 붓글씨들이 눈에 띈다. 서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그 필력에 감탄을 한다. 그리고 실내에 걸려있는 음식목록을 열거한 글씨 역시 명필의 솜씨다.
유리문을 들어서면 카운터가 있고, 빨간색 전화기가 놓여있다. 카운터 뒤로 중국술 진열장과 냉장고가 있고, 그 옆이 주방으로 들어가는 통로다. 통로 안쪽으로 흰색 타일 벽면이 보인다. 정면 벽에 몇 장의 광고물 포스터가 붙어있고, 그 앞으로 테이블과 의자가 나란히 놓여있다. 무대 왼쪽에 내실로 들어가는 문은 한지를 바른 나무창살문이고, 그 앞에 마루가 놓여있다.
집의 어른은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노인성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다. 현재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며 주방 일을 맡는 장남, 장남의 솜씨 때문인지 음식점 손님이 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고, 장남의 처는 예쁘장한 모습인데 7년째 아기가 없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차남은 집을 뛰쳐나가 객지생활을 하고, 결혼할 나이가 된 장녀가 음식점 일을 돕고 있다. 장녀는 유도선수였다는 설명이지만 체격은 보통이다. 장녀는 부근 어떤 남성과 교제중인 것으로 소개가 된다. 막내인 딸은 5년 전에 집을 나간 뒤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5년이나 행방불명이던 막내가 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소문과 그 진위를 확인하려는 어머니와 장남부부, 그리고 장녀의 동태에서 시작된다. 연락을 받고, 집을 나간 차남까지 돌아온다. 그런데 소문은 소문일 뿐 집과 가까운 시장까지 왔다는 이야기에서 그 이상의 진전은 없다.
장남과 차남의 오랜만에 상봉도, 짜장 맛과 관련된 의견차이로 형제간의 우애는커녕 냉랭한 분위기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만 연출된다.
장면이 바뀌면 어머니가 오랜만에 아침상을 앞에 앉은 차남에게, “너는 남의 자식을 데려다 기른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네 형도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느 누구에게 이런 사실을 떠벌인 적이 없다.”라고 고백한다. 차남은 이 말에 충격을 받는다. 그리면서 어머니는 굿을 하면 죽은 사람도 무당을 통해 현신한다는 말을 믿는다며, 막내의 모습을 보기 위해 굿을 해주기를 원한다. 자녀들은 수백 만 원에서 1천 만 원의 금액을 요구하는 무당들의 굿 가격에 하품을 한다.
그런데 장녀의 친구이자 동료유도선수였던 여인이 현재 연극배우노릇을 한다는 말에, 그녀에게 무당 노릇을 하도록 부탁해, 저렴한 비용으로 굿을 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그녀에게 연락한다. 사실 이 집 막내는 지체장애아로, 집 부근 개울에서, 물에 빠진 자신의 신발을 건지려고 들어가다가, 불어난 물에 휩쓸려가 익사한 것을 장녀는 알고 있기에, 장녀는 이러한 사실을 오라비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동료였던 유도선수에게도 연락을 한다.
장면이 바뀌면, 장녀의 친구인 체격이 당당한 여자유도선수가 등장한다. 원래 이 집 장남을 좋아했으나, 장남이 다른 여인과 결혼한 것에 실망해 발길을 끊은 것으로 소개가 되고, 또 올림픽출전을 위한 유도결승전에서 장녀에게 패한 것 때문에 그 후 이 집과 앙숙처럼 지내게 된 내력이 소개가 된다. 그녀는 차남이 짬뽕에 홍합을 잔뜩 넣어준 것까지 기억하면서, 무당노릇하기를 거절한다. 장남은 아내가 바람을 피워 헤어졌다는 거짓이야기를 지어내고, 장녀는 무릎까지 꿇으며 무당노릇을 해달라고 애원을 하고, 차남까지 사정을 하니, 결국 그녀는 굿을 해 주기로 마음을 바꾼다.
장녀의 여자 친구가 무당복장을 제대로 입고, 악사 세 명을 대동하고, 굿판을 제대로 벌인다. 굿이 절정에 이르면서 막내의 혼이 무당을 통해 현신한다. 어머니에게 일찍 저세상으로 가 미안하고 죄송하다며 아뢰고, 장남에게는 새 여자를 맞으라고 이르고, 장남의 부인에게는 사과 두 알이 몸에 들어 있다며 쌍둥이 임신을 예언한다. 차남에게는 떠돌이 생활을 청산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장녀에게 결혼을 곧 하게 되리라는 예언으로 굿을 마무리한다.
대단원에서 어머니는 막내가 오래전에 저세상으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과 함께, 장남부인의 잉태소식이 전해지고, 장녀는 가까이 지내는 남성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으며, 장남과 차남은 예전처럼 중국음식점 <만리향>의 짜장 맛이 최고라는 소리를 다시 듣게끔 음식 맛내기 경쟁을 벌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출연자는 공연별로 2인 1역, 3인 1역, 또는 4인 1역의 배역으로 편성되어 각 공연마다 불꽃 튀는 연기의 경연이 펼쳐진다.
어머니로 김효숙과 유 안, 장남으로 성노진, 천재홍, 장원영, 차남으로 이교엽, 김경남, 권오중, 김순태, 장녀로 백선우, 배소현, 최은경, 장남의 처로 김지은, 김효선, 박성연, 장녀친구로 문학연, 송영주 등이 출연해 열연과 호연, 그리고 탁월한 성격창출로 불꽃같은 연기 대결을 벌이는 느낌이다. 그리고 악사로 이성순, 명인호, 심규현, 주진오, 김재형 등이 출연해 연주로 제대로 된 한판의 굿을 펼친다.
무대디자인 감독 김대한, 조명디자인 감독 왕은지, 의상디자인 감독 양재영, 소품디지인 감독 김정란 등의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극 발전소 301의 김 원 작, 정범철 연출의 2016년 SH 아트홀 공연 <만리향>을 연출력이 감지되고 연기자들의 기량이 드러난 친 대중적인 걸작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