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통령 국정지지도에 조·중·동 벽창호식 국정운영 질타
지지도 추락 막으려 했던 이들조차 ‘인적쇄신 거부’에 분노한 것
40%대 새누리당 지지율보다 낮은 대통령 지지도는 치명적 지표
역대 가장 무능˙무책임하며, 비민주적·독선적 리더십 보인 결과
곧 새누리당도 등 돌릴 것…더 늦기 전에 불통과 독선 벽 깨야
곽병찬 대기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91
지난 1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 조사 결과 앞에서 가장 분노에 찬 반응을 보인 건 이른바 ‘조중동’이었습니다. 조선과 동아는 사설로 벽창호식 국정운영을 질타했습니다. 중앙은 조선·동아의 뒤를 따라 사흘 뒤 만평을 통해 ‘줄줄 새는 지지율’이란 제목 아래 안절부절못하는 당신을 그렸습니다. 외부 필자의 ‘중앙시평’에서도 ‘대통령의 지지도 더 떨어질 듯’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발문으로 뽑았습니다.
특히 <동아일보>는 ‘… 3인방 언제까지 안고 갈 건가’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대통령의 신년 구상인 특보단 신설에 대해 “실세 3인방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 여론의 경고 위험선까지 왔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경제는 창조경제, 경제혁신, 4대 개혁 등이 어수선하게 추진되며 풀릴 기미조차 없다. 인적 쇄신은 사실상 거부했다”고 절망감을 표시했죠.
다른 어떤 매체보다 그동안 당신을 떠받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던 언론사들입니다. 온몸을 던져 지지도 추락을 막으려 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초 완만한 하락세를 급락세로 만들었던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보도는 좋은 실례였습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을 때의 보도 태도는 압권이었습니다. 땅콩 회항으로 비선 권력의 국정농단 의혹을 덮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노력했건만, 소기의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검찰을 동원해 우격다짐으로 깔아뭉개고 덮어버렸던 비선들의 권력농단 의혹이 다름 아닌 십상시 중 한 명에 의해 생생한 현장으로 살아났기 때문이죠. 심지어 음종환 행정관은 십상시와 박지만씨의 권력암투 의혹을, 십상시와 새누리당 지도부의 암투로 확장시켜 버렸습니다. 가장 체면을 구긴 사람은, “비선 실세는 없다”는 대통령이었습니다. 그 말을 억지로라도 믿고 싶었던 맹목적인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갤럽 조사에는 한 가지 더 당신에게 치명적인 지표 하나가 있었습니다. 지지도 급락에 가려져 그렇지 그 못지않게 중요한,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새누리당 지지율 격차가 그것입니다. 이번 조사(1월 2주차)에선 그 차이가 무려 8%포인트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지지도가 역전된 게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11월말 비선 실세 국정농단 의혹 감찰 문건 파동 직후 대통령 지지도는 계속 떨어져 새누리당 지지율에 근접하기 시작했습니다. 12월 2주차에서 41% 대 41%로 같아졌다가 3주차(37% 대 42%) 때 크게 역전됐습니다. 1월 첫주차 검찰의 엉터리 수사결과 발표로 격차가 조금 줄었는데(40% 대 44%), 음종환 행정관에 의해 실체가 일정 부분 드러나면서 8%포인트로 격차가 다시 벌어졌습니다. 이제 추세적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리얼미터)의 주간 조사에서도 그런 추세는 확인됩니다. 12월 마지막주만 해도 4.5%포인트 정도 앞서던 것이 2주차 조사에서 0.1%포인트 차로 좁혀졌습니다. 물론 대통령 지지도가 미세하나마 앞서긴 하지만, 추세적인 역전세는 명확합니다. 물론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대통령 지지도 하락에 따른 결과입니다. 그동안 대통령의 인기에 업혀가던 새누리당이었지만, 이제는 대통령이 새누리당의 부담이 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지금까지 당신은 툭하면 정치가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정치권을 힐난했습니다. 정부 잘못도 무조건 정치권에 떠넘겼습니다. 앞으로 그랬다가는 ‘너나 잘하세요’라는 면박을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사실 지난 2년 동안 당신이 보여준 것은 역대 가장 무능하고 무책임하며,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리더십이었습니다. 어떻게 국가 운영을 국회의원 시절 보필했던 소수 가신에게 내맡길 수 있습니까. 본인은 그저 부친의 후광을 되살리고 화장발을 세우는 데 애쓸 수 있습니까. 당신이 정상 외교나 국내 정치에서 남긴 것이라곤 옷과 뽀샤시한 미소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게 가능했던 건 50대 이상 저물어가는 세대의 맹목적인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의 개인적 인기와 후광 속에서 국회에 다시 입성하려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진돗개 같은 충성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후광 효과가 아니라 혹덩이가 된다면 누가 당신을 찾을 것이며, 당신에게 충성하겠습니까.
한국 정치판에서 이런 지지도 역전 현상은 여러 극단적인 파열음을 낳곤 했습니다. 당신도 직접 그 현장 속에 있어봤고, 또 그 과실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정당과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사안 앞에서는 지독하리만치 냉혹합니다. 대통령이 부담이 된다면 대통령도 버리고 당이 부담스러우면 당도 버립니다. 당신이 몸담고 있는 새누리당의 변천사는 이를 웅변합니다. 민정당이 민자당으로, 민자당이 신한국당으로, 신한국당에서 한나라당으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대통령이 부담이 될 때마다 후계자와 국회의원들은 당명을 줄기차게 바꿨습니다.
정당은 본능적으로 정권을 추구하고, 국회의원은 재선을 추구합니다. 이념도 신념도 의리도 없다고 탓할 것만도 아닙니다. 특히 이 나라 보수정당들은 그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락하자, 이명박 색깔을 말소하고 새누리당을 만든 건 당신이었습니다. 옛 열린우리당도 그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락과 함께 당은 각자도생, 이합집산의 길을 걸었습니다. 새로운 리더십의 부재 속에서 지금까지 지리멸렬합니다.
족벌언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 그들은 대부분 당신을 버리고 이명박씨를 택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추락하게 되자, 재빨리 당신에게로 돌아섰습니다. 지금 ‘불통’과 ‘독선’의 벽을 깨라는 그들의 목소리가 더욱 거칠어지고 다급해지는 건 또 다른 변신을 위한 예비 행동입니다. 그런 이들의 충고라도 새겨듣기 바랍니다. 물론 당신이 변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다. 의식은 유신시절에 머물고, 불신과 의심은 20년 가까운 유폐시절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앞으로 3년 이 나라 국민들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바뀌어야 합니다. 부친의 비극이 상상 속에서나마 떠오르지 않도록 해주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