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로 어머니를 잃은 레나르트 노르드 씨는 시내 한 문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국제 연대에 나선 416가족협의회의 유경근 집행위원장(예은 아빠)과 윤경희 씨(김시연 엄마)에게 포기하지 말자고 했다.
[뉴스프리존= 심종완기자] 노르드 씨는 "사건 후 3년이 흘러 정부가 보고서를 냈지만 완전하지 않았고, 어떤 부분은 거짓이기까지 했다"면서 에스토니아호 희생자·유족 재단 이사회 멤버로서 새로운 독립적 조사기관을 찾고 있다고 재단의 최근 동향도 소개했다.
외국에서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만나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연대 의지를 다졌다. 이제 2년을 넘긴 세월호 침몰과 22년이 흐른 에스토니아호의 수장은 20년이라는 물리적 시간의 벽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끈으로 연결됐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긴 경기도 안산 단원고 희생 학생들의 교실(‘기억교실’) 존치 문제에 대한 ‘사회적 협약’ 행사를 앞두고, 학교 쪽이 기습적으로 이삿짐센터를 동원해 ‘기억교실’에 대한 사실상의 강제 철거를 시도해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4·16가족협의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단원고 쪽은 지난 5일 밤부터 이삿짐센터와 공사업체를 동원해 세월호 참사 당시 2학년 학생들이 쓰던 교실 10칸에 대한 강제 정리를 시도했다. 이들 교실에는 책·걸상은 물론 교과서와 일기장, 공책, 가방 등 희생 학생들의 유품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다녀간 국민들의 추모 기록물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 6일 한 이삿짐업체가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이 쓰던 경기 안산 단원고 교실의 유품을 강제로 정리하기 위해 바구니 등 포장재를 쌓아 놓고 있다. 독자제공
앞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경기도교육청·416가족협의회·안산시·안산교육지원청, 단원고 등 7개 기관·단체 대표는 지난달 27일 ‘기억교실’ 이전 등 단원고 교육 정상화 방안에 대해 합의하고 9일 협약식을 하기로 했다. 합의 내용은 협약식 이후 교실의 물품을 안산교육지원청 강당에 원형 그대로 임시로 옮긴 뒤 ‘4·16 교육원’이 건립되면 영구 보존한다는 것이다. 다만, 교실 이전 시기와 방법, 절차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세부적 사항을 조율 중이다.
유가족 등은 학교 쪽이 사회적 합의를 깨고 강제 철거를 시도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가족과 시민 20여명은 5일 밤샘을 하며 교실을 지키고, 6일 오전 이삿짐센터 차량이 학교에 진입하자 강력히 항의했다. 교실 강제 정리는 무산됐으나, 이 과정에서 단원고 행정실장은 경찰 신고에 이어 유족들에게 삿대질을 하며 “남의 학교에 와서 공사를 방해하는 거냐. 공사 지연 배상을 물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학교 교무부장은 전체 교사들에게 “5월6일~8일 교실을 정리한다. 유가족은 9일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한 후 교실 정리를 하자고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는 16일 (단기방학) 개학날까지 공사 진행이 안 된다(안 끝난다). 서명 전 교실 정리를 하니 비상근무조를 짜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4·16희생자 형제자매와 단원고 졸업생, 4·16 대학생연대(준) 등은 8일 단원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바른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당국이 참사를 애써 덮으려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유족들은 9일 오전 긴급모임을 열고 단원고를 항의방문할 예정이어서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대학원 교수는 “역사의 현장이자 참사의 기록물 이전을 어떻게 이삿짐센터에게 맡길 수 있느냐. 사회적 합의 일정에 맞춰 전문가들에 의해 온전히 이전·보존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