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그린씨어터에서 극단 바바서커스의 아리엘 도르프만 (Ariel Dorfman)작, 이은진 연출, 심재욱 협력연출의 <연옥(Purgatorio)>을 관람했다.
연출을 한 이은진은 극단 바바서커스 대표이자 연극인 또한 가면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극단은 2011년 창단하였으며 <연옥>, <내 코를 찾아주세요>, <세익스피어 여인숙>, <맹랑별곡> 등 다수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 보였다. 특히 러시아의 작가 고골(Nikolai Vasilevich Gogol)의 단편 소설 중에 코, 외투는 가면을 활용하여 연극을 만들었는데 이때 가면디자인 능력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하는 과정에서 가면을 만드는 시간이 있었으며, 나의 생각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가면제작의 시간은 자심 감을 얻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대표작으로는 <코믹환상극 코> <외투, 나의 환하고 기쁜 손님> <버꾸, 할머니> <셰익스피어 여인숙> <손님>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미모의 여배우 겸 연출가다.
아리엘 도르프만 (Ariel Dorfman)은 1942년 아르헨띠나에서 태어났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산티아고에 정착하여 글쓰기를 시작했다.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나자 미국으로 망명했고 현재는 듀크 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창작활동과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칠레의 척박한 현실을 독특한 수법으로 명쾌하게 그려낸 작품들을 발표하여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세계 문화시장에서 친자본주의적인 주류문화와 다른 ‘대안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며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희곡 『죽음과 소녀』 『독자』 『가면』, 장편소설 『체 게바라의 빙산』 『콘피던츠』 『과부들』, 시집 『산티아고에서의 마지막 왈츠』, 소설집 『우리 집에 불났어』, 문화비평집 『도널드 덕,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제국의 낡은 옷』, 평론집 『미래를 향해 쓰는 작가들』 『공포 몰아내기: 삐노체뜨에 대한 놀라운 심판』, 회고록 『남을 향하며 북을 바라보다』 등이 있다.
「연옥」은 두란테 델리 알리기에리(Durante degli Alighieri, 1265~1321) 두란테의 약칭 단테(Dante)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신곡(La Divina Commedia)에서의 <연옥 (Purgatorio) 부분과 에우리피데스(Euripides) <메데이아(Medeia)>에서 소재를 차용해, 아리엘 도르프만이 일관되게 추구해온 ‘용서’와 ‘화해’라는 주제를 실험적인 형식 속에서 모색한 최근 희곡이다.
작품 후기에서 아리엘 도르프만은 “「연옥」은 사실 정서적, 지적으로 자신의 희곡 「죽음과 소녀」의 후속편으로 볼 수 있고, 그 작품에서 제기한 문제들 중 몇 가지를 더 탐구하고, 그 문제들을 희곡 <연옥>을 통해 넘어서려고 하는 것”이라 밝혔다.
휘몰아치듯 진행되는 이 단막극 <연옥>은, 등장인물에 관한 소개가 전혀 없다. 그저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등장할 뿐이다. 시공간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일체 없지만 마치 감옥 속에 갇힌 재소자처럼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이곳’이 바로 ‘연옥’임을 깨닫게 한다. 지옥도 아니고 천국도 아닌 곳, 즉 이곳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죄를 씻기 위해 머무는 장소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대사가 반복되면서 공격자와 희생자가 서로 뒤바뀌는 독특한 구조가 나타나는데, 독자는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이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만드는 경우’에 대해, 그리고 희생자와 공격자의 입장이 뒤바뀌는 순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평범한 대화 속에 신화적인 요소를 담아내는 도르프만 특유의 문체는 이 작품에서 더욱 심화되었다. 그뿐 아니라 종교적이고 영적인 주제와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용서’라는 내밀한 영역에 대한 탐구는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무대는 두 자 높이의 단을 무대전체에 설치하고 그 네 귀퉁이에 각목으로 문을 만들어 통로 겸 등퇴장 로를 가설했다. 기둥만으로 형성된 문짝 위쪽은 가리개나 병풍을 거꾸로 세운 형태의 조형물이 있다. 단 아래에 무대 좌우로 통로가 있고, 단 위 중앙에 의자가 한 개 놓여있다.
원작에는 남 녀 2인의 등장인물뿐이지만, 이번 극단 비바서커스의 공연에는 남 녀 각 3인씩 6인의 등장인물로 구성되고, 남녀 2인씩 출연하거나 4인이 이어서 출연하기도 하고, 대단원에는 6인이 함께 출연해 극을 마무리 한다.
박성연, 최주현, 박현지, 이도엽, 김지수, 고동욱, 최자연, 김신옥, 손 산, 김승기, 임준식, 김민수 등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 간다.
제작감독 김성태, 제작총괄 최부헌, 무대디자인 이윤수, 조명디자인 한원균, 음향디자인 윤석도, 조명오퍼 이동기, 의상디자인 LAKI, 소리지도 홍배연, 캐스팅디렉터 김혜주, 조연출 이은지, 기획 이선민 류정선 손여선, 홍보 노하영 민지은, 홍보물디자인 이지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이 드러나, 극단 비바서커스의 아리엘 도르프만(Ariel Dorfman) 작, 이은진 연출, 심재욱 협력연출의 <연옥(Purgatorio)>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