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관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이동통신사에 대해 법원이 수십만원 상당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김형두)는 서모씨 등 3명이 SK텔레콤, KT, LG U+ 등 통신3사를 상대로 낸 공개청구 등 소송에서 통신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던 원심 판단을 뒤집고 "가입자들에게 20만원 또는 3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원심에서 인정됐던 통신3사의 개인정보 제공 사실 공개 책임도 역시 인정했다.
재판부는 "통신 가입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한 내용으로 개인정보 처리 여부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며 "통신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대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은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공개하면 수사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공개시 (수사 피의자의) 증거인멸, 도주 등 우려가 커진다고 볼 수는 있다"면서도 "이같은 우려만으로 법적으로 보장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며 "수사의 밀행성 보장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며 헌법상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실현의 보호가치가 더 크다"고 덧붙였다.
또 "범죄를 저지른 자가 자기 자신에 대한 수사 개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반복적, 지속적으로 공개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제한할 필요성은 있다"며 "이 부분은 법적 근거를 마련해 입법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통신사가 개인정보 제공 사실 공개를 거부하거나 상당 기간 거부하다가 뒤늦게 공개한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공 목적의 통신자료 제공이라는 점, 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이어서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다시 유출될 위험이 적은 점 등을 위자료 액수 산정에 참작했다.
앞서 서씨 등은 통신3사에 자신의 통신자료를 수사기관, 정보기관 등에 열람하게 했거나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거나 답변을 받지 못하자 지난 2013년 "정보를 공개하고 100만원씩을 배상하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통신자료 제공 현황 공개 청구는 받아들이면서도 "서씨 등은 막연한 불쾌감, 불안감을 느꼈을 뿐 금전으로 배상받을 만한 구체적인 정신적 손해를 입지 않았다"며 위자료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