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 2015 인터파크 클래식부분 3위, 오페라부분 티켓판매율 1위! 유료관객이 선택한 오페라, 베세토오페라단이 제작하는 오페라계의 거장 쥬세페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 제7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에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 아름다운 선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녹일 베세토오페라단의 [리골레토]가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은 조영호 연출은 강화자 단장을 인터뷰하기로 마음 먹는다.
사진/오페라 <리골레토> 포스터
S#1. 베세토오페라단 사무실 (Day, In)
옛스러운 인테리어의 사무실 한켠에 그랜드피아노가 보인다.
그 앞에 놓인 넓지막한 테이블 위에는 그동안 베세토오페라가 선보인 수많은 작품들의 프로그램북이 수북히 쌓여있어, 오페라단은 물론 사무실의 연혁까지도 느껴진다.
소파에서 일어나는 아리따운 여인,
그녀는 현재 [리골레토]의 여주인공 ‘질다’역을 맡고 있는 ‘김희선’,
큰 키에 굵직한 얼굴 선, 그러나 완전 동양적인 매력의 연주자이다.
조영호 : 오 안녕하세요? ‘질다’를 맡으신 ‘김희선’님이시죠?
김희선 : (수줍어하며) 아, 네. 단장님 곧 오실 거에요..
조영호 : 선생님께 주연배우 중 한 분과 함께 인터뷰 하고 싶다 했는데, 여기 오기 전까지 누가 나오실 줄 전혀 예측을 못했어요. 혹시 애제자(?)이신 건가요? 하하
김희선 : (수줍어하며) 아니요, 호호. 그냥 제가 시간이 되고 해서요…
이때, 누군가에게 공연에 대한 설명을 하며 등장하는 강화자 단장.
곧 전화통화를 끊고 소파로 다가오는 강화자 단장의 인상은 마치 무대에서 바로 내려온 ‘살로메’ 그 자체였다. 세련되고 차가운 이미지, 그러나 불꽃 같은 열정이 느껴지는!
강화자 베세토오페라단 단장
조영호 : (일어나며) 대한민국 오페라 여성연출가 1호이신 강화자 단장님을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강화자 : (밝게 웃으며 앉는다) 오. 고마워요. 조영호님도 같은 여성연출가잖아요.
조영호 : (자리에 앉는다) 전 뭐 아직 작은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정도죠, 경력 단절 안되려고호호.
강화자 : 그게 중요하죠. 우리 같은 여성들은, 경력 단절이 안되야 살아남으니까.
조영호 : 저야 워낙 잘 아는 분이시지만, 독자들을 위해 어떻게 처음 오페라 연출을 하시게 됐는지 소개해주세요. 원래는 최고의 메조소프라노이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강화자 : 그게 내가 80년인가, 국립오페라단에서 홍연택 지휘자님과 [일트로바토레(IL Trovatore)]를 할 때였어요. 그때 마녀재판으로 어머니를 잃은 집시 여인 아주체나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관객들한테 standing ovation(기립박수)을 받은 거야. 아,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오페라가 살아나기 시작하는구나. 하고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왔지.
조영호 : 그때 미국에서 활동 중이셨죠?. Manhattan School of Music, 뉴욕에서도 손 꼽히는 명문 음악학교를 졸업하시고, 큰 무대에도 주연으로 서서 연주하곤 했다는 소문이..
강화자 : 아, 난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 김자경 선생님이 정말 최고셨지. 미국 카네기 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독창회를 하기도 하셨고, 그 뒤에 나도 했지만. 호호.. 정말 평생 자기 자신보다 오페라에 모든 생애를 바치신 분이셔. 그 분 때문에 내가 이 베세토오페라단을 지금 끌고 가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가끔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요. (불현듯 돌아가신 스승이 생각나는지 눈물을 글썽거린다)
조영호 : (놀라서 티슈를 건네며) 김자경 선생님에 대한 애정이 아직도 넘치시나봐요.
강화자 : 지금도 너무 보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커튼콜 때 팔을 펼치시며 (팔을 뻗어 보이며) 마지막 무대인사를 장식하실 때마다 ‘왜 저런 액션으로 항상 하시지?’하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무대인사를 해요. (다시 팔을 뻗어 보이며) 팔을 펼치면서..
조영호 : 너무 아름다우시네요. 아직까지도 18년 전에 돌아가신 스승님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북받치는 감정이 올라오려고 한다) 저도 갑자기 한 20년 잊고 지낸 은사님들 생각이 나네요. 우리 예대 연극과 송혜숙 선생님, 극단 전설의 이병훈 선생님, 지금 한예종에 계신 서충식 선생님…
강화자 : (다시 냉정해져서) 난 그냥 힘들어서 그래요. 오페라단을 끌고 가면서 힘들 때마다 김자경 선생님이 생각나요.
조영호 : 네?...
강화자 : 이게 그렇잖아요. 무대 위는 엄청 화려하지만, 이 큰 무대를 끌고 가려면 뒤에서 정말 많이 뛰어야 하잖아요. 연출만 하는 게 아니에요. 연출을 할 때는 정말 너무 행복하지. 하지만 그 뒤에 나는 또 뛴다고. 제작비도 만들어야 하고 스탭들과 싸우기도 해야하고… 연출 하고 계시니 잘 알 거 아녜요?
조영호 : 그렇죠. 산업혁명이 만들어낸 가장 비극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출가란;
강화자 : 그러니 공연 준비하면서 힘들고 속상할 때, 또 이렇게 베세토단장으로써 인터뷰 할 때, 우리 김자경 선생님이 너무 생각나는 거지.
조영호 : 아!
강화자 : (다시 냉정해져서) 왜 나에게 이 오페라단을 물려주셨을까. 그렇게 이뻐하시더니 이걸 주시려고, 그러셨나?
조영호 : (웃음이 터진다) 하하하. 너무 귀여우세요. 힘들 때마다 선생님 생각이 나신다니, 원망은 아니지요?
강화자 : (미소 지으며) 아니죠. 우리는 이 고생을 축복으로 여깁니다. 연출 데뷔작으로 [마술피리]부터 시작해서, 가장 애착이 많이 갔던 [삼손과 데릴라], 이 작품은 제 4회 대한민국 오페라대상을 받았지. 2회때 대상받은 작품은 [토스카]고. 왈츠의 제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가장 성공적인 오페레타인 [박쥐]도 내가 맨 처음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올렸어요. 그런데 매번 왜 이리 아쉬움이 남고 안타까운지, 연출이란 그런 직업 맞겠죠?
조영호 : (공감하며) 맞습니다. 그게 가장 저를 외롭고 슬프게 하죠.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
강화자 : (자상하데) 최근에 작품 준비 중이시라고?
조영호 : 네, 과거사청산을 위한 역사 넌버벌이라고 [THE ROPE(더로프)]라는 제목인데요, 지난 주말(2016.5.15) 국립극장에서 Showcase를 했어요. 올 여름에 영국 Edinburgh Festival Fringe에서 가장 큰 광장 공연으로 올라갈 예정이구요.
강화자 : 오! 꼭 한 번 보고 싶네요.
조영호 : 하반기에 Full Version 공연 할 때 초청하겠습니다. 꼭 와주세요~
강화자 : 정말 초청해줘야해요~
조영호 : 아, 뭐가 좀 거꾸로 된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이번에 올리시는 [Rigoletto(리골레토)]에 대해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 주연배우에 대한 소개 간단하게 해주면 어떨까요?
강화자 : 음, 이번에 리골레토 역에 베르디 오페라의 단골 주역이라는 ‘오마르 카마타(Omar Kamata)’씨가 출연해요. 그는 같은 작품으로 지난 3월 그리스 국립 오페라단에서도 연주했기에 아주 풍부한 감정을 잘 소화해낼 거에요. 물론 더블캐스트인 ‘박정민’씨도 최고의 최고의 바리톤이죠. 매우 안정적인 캐스팅진이에요.
조영호 : [Rigoletto(리골레토)]에서 항상 화제가 되는 ‘질다’역의 캐스팅에 대해서 궁금하네요. (김희선에게) 원래 선생님과 잘 알고 지내시나요? 혹은 전에 함께 작업해오던?
김희선 : 그건 아니구요…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ㅜㅠ;
소프라노 김희선
강화자 : 아, 김희선 선생은 그야말로 내가 발탁? 발탁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독주회를 보고 반해서 데려왔어요.
조영호 : (김희선에게) 단장님과 같은 상황이네요, 발탁이라니! 혹시 이러다 김희선 선생님이 나중에 베세토오페라단 물려받는거 아니에요?
김희선 : (손사래를 치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강화자 : (막으며) 아, 내가 안 줘. 못 줘. 나중에 자기 힘들어지면 ‘아, 선생님이 왜 나한테 오페라단을 하라고 물려주셨을까?’ 하면서 두고두고 원망할거잖아! 호호호!
조영호 : 원망 맞으시네요~
강화자 : 아니 난 축복받은 거라니까~
모두 함께 웃는다.
조영호 :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같은 큰 규모의 행사들로 관객들에게 오페라가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그래서 제작의 고통을 조금만 감수해야 한다면 정말 좋겠네요.
인터뷰가 끝난 뒤 혹시 모를 후계구도를 위해(?) 조영호는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사진/심종대 기자
FIN.
칼럼이스트 조영호 : 극작/연출가, 영화감독
대표작으로는 역사 넌버벌 [더로프(The Rope)], 연극 [분장실] 등이 있다.
희곡 [낮병동의 매미들], [고백], 영화 [더하우스(The House)], [영호프의 하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