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분홍색 파란색 흰색의 메모지와 A4용지에는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외침이 가득했다. 댓글과 답글과 하얀 국화와 인형과 초콜렛으로 장식된 대자보였다. “이것이 바로 진짜 강남스타일”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강남 살인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대전시민들이 붙인 메모지를 밤새 훼손한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소행은 일베 회원이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2년째○○○’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한 일베 회원은 22일 새벽 5시50분 일베 게시판에 ‘포스트잇 뜯어버리고 왔다’는 제목과 함께 뜯어낸 포스트잇을 배경으로 일베 회원을 인증하는 손가락 표시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는 “생각보다 많아서 뜯다 보니 해가 떴다”며 “대구, 그 다음은 강남이다”라고 적었다. 이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사진을 제보한 ㄱ씨는 “대전시민들은 허가를 받은 뒤 포스트잇 추모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자진철거도 이미 약속했는데, 이를 훼손하고 당당히 글을 올린 행동은 그냥 넘어가는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베 회원 일부는 21일 서울 강남역에도 나타나 추모행사에 참가한 이들의 사진을 찍다 발각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80년대 대학가에서나 볼 법했던 익명의 손글씨가 적힌 종이들이 21세기 서울 강남에 등장했다. 마치 인터넷 글처럼 짧고 간단한데다 인터넷에 댓글을 달듯이 메모지와 메모지가 겹쳐 이어지며 활발한 논쟁까지 진행되는 모습이다.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일상적으로 겪어왔던 불안과 차별을 토로하고, 여성들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자는 내용이었다.
예전의 대자보와 형식이나 장소, 주제는 다를지라도 자유와 민주주의, 약자의 권리를 요구한다는 점은 같았다.
이밖에 여러 전문가·정치인들도 이번 사건으로 환기된 ‘여성을 노린 범죄’와 ‘여성혐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페이스북 중“피의자의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는 언급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중략) 이 문제를 “여성혐오범죄다”라고 부르는 것이 유의미한 것은 이 문제를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범죄자는 “여자들에게 항상 무시당했다”고 언급했고, 그 언급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전형적인 혐오범죄의 양태(대상 집단의 공포와 분노)가 나타난거죠. 그런 분노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페이스북 중“묻지마 범죄냐 증오범죄냐 구분보다 우리가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하는 것은 너무 많은 여성들이 강력범죄로 희생된다는 사실입니다. 2014년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 피해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을 상대로 저질러졌습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1995년 72.2%였던 여성 피해자 비율이 2014년에 87.2%로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최근 꾸준히 늘어나는 묻지마 범죄 역시 저항력이 약한 약자, 특히 여성에 집중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회문제로까지 부상한 여성혐오 확산과 범죄의 관련성을 경각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방금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분노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혐오범죄.분노범죄.묻지마 범죄가 없도록 이 병든세상을 치유해 가겠습니다. 현장과 기억보존 조치도 함께 하겠습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트위터“‘강남역 여성혐오범죄 피해사건’ 추모에 관해 강제철거 등 많은 우려와 의견을 주셨습니다. 진선미 의원실도 강남역 추모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초구청에 확인했다. 시민들의 추모하는 마음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한다고 했으니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 유가족분들의 심정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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