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재씨어터에서 ㈜ LSM컴퍼니의 이성모 프로듀서, 오세혁 작, 변정주 연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관람했다.
오세혁은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의 배우 겸 작가 그리고 연출로 활동 중이다. 2011 <아빠들의 소꿉놀이>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되고, 같은 해 <크리스마스에 30만원을 만날 확률>로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 밀양연극제 젊은 연출가전에서 <그와 그녀의 옷장>으로 대상 및 연출상을 수상하고, 2012 남산 상주극작가 2기에 선정되었다. 2013 국립극단 청소년극 창작벨트 2기에 선정되고, 2014 희곡<게릴라 씨어터>로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에 당선되고, 2016 서울연극인대상 극작상을 수상한 발전적인 장래가 예측되는 작가다.
작품으로는 <우주인> <국가 보안법> <B성년> <레드 채플린> <30만원의 기적> <페스트> <분노의 포도> <게릴라 씨어터> <템페스트> <보도지침> <헨리 4세> 등을 각색 또는 집필, 그리고 연출했다.
변정주는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 연출과를 졸업한 배우이자 연출가다.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연극 <쉬어매드니스>, <날 보러와요>, <선녀는 왜?>, <한국사람들]>, <이리와, 무뚜>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보도지침(報道指針)>은 제5공화국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언론사 기사통제를 위해 작성한 가이드라인이다.
당시 정부는 효과적인 언론 통제를 위해 문화공보부 내에 홍보조정실의 상설기구를 설치했다. 계엄 해제 후 정부의 대언론 창구를 문화공보부로 일원화하고, 언론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언론조정체제를 갖출 목적으로 이른바 ‘보도지침’을 마련했다.
제5공화국시기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에서 거의 매일 각 언론사에 기사보도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보도지침을 작성해 시달했다. 홍보조정실은 협조를 명분으로 했으나 협조요청 사항은 실제 보도지침으로 작용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와 ‘조선일보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조선투위)’는 1984년 10월 24일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 10주년을 맞아’라는 성명서를 통해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했다. 동아투위와 조선투위, 80년 해직언론인협의회, 진보적인 출판단체 등은 1984년 12월 19일 재야언론운동단체인 ‘민주언론운동협의회(언협)’를 창립했다.
1985년 6월 15일 기관지 월간『말』을 발간하기 시작했고,『말』지는 1986년 9월 6일 특별호에서 당시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1985년 10월부터 1986년 8월까지 문화공보부가 각 언론사에 시달한 보도지침 584건을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말』지의 발행인 김태홍 ‘언협’ 의장과 신홍범 실행의원, 김주언 기자가 국가보안법상의 국가기밀누설죄와 외교상 기밀누설죄, 이적표현물 소지죄 등을 적용받았으며, 여기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과 외신 기사들과 회견을 했다는 이유로 국가모독죄로 구속, 기소되었다. 1심에서 집행유예 또는 선고유예를 받고 풀려났고, 9년 3개월여 만인 1995년 12월 5일 대법원에서 무죄확정 판결을 받았다.
무대는 정면에 가로세로 일정한 간격의 나무로 연결된 무수한 사각의 창이 시원스레 배경전체를 차지한다. 창 앞 세자 높이와 세자 폭의 상단은 무대 좌우로 길게 펼쳐지고, 계단을 통해 하단으로 내려오도록 되어있다. 탁자와 의자가 상단 하수 쪽, 그리고 하단 무대 좌우에 나란히 정돈되어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탁자와 의자를 출연자들이 이동시킨다.
무대는 법정의 1실 같기도 하고, 강의실 같기도 하다. 무대 하수 쪽 객석 가까이에 의자를 놓아 출연자가 착석을 한다.
연극은 모의법정과 실제법정이 복선으로 깔리고, 실제 재판과정과 모의재판이 연극연습과정처럼 펼쳐지면서 역사적 사실에 희극성과 오락성이 가미된 친 대중적인 현대사 고발극이다.
5공 당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말>지에 폭로한 기자들이 체포되어 법정에 등장하고, 사건담당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판사가 등장해 벌이는 재판과정과 선고가 연극연습처럼 펼쳐진다.
장면 중간중간에 <햄릿>의 독백이 언론 통제를 비유하듯 되풀이 되고, <말>지뿐이 아니라, 풍자시 <오적>을 집필한 김지하 시인의 재벌, 장성,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기타 인물들의 행각이 대사로 소개가 되고, 당시 금지목록 1호였던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갈릴레이 갈릴레오>에서 교황청에 끌려간 갈릴레오가 지구의 자전이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말해 무죄 방면이 된 사실이 소개가 된다.
당시 필자가 한국최초로 서울공대에서 바로 그 작품을 연출했다가 중단된 사실이 있기에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사항이거나, 정부시책이 마땅치 않을 때마다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특정부류의 인물이 많지만, 소크라데스의 경우처럼 “악법도 법”임을 천명하며, 나라의 법규를 지켜 정통성을 유지하는 것도 바람직함을 그네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 연극에서도 법정에서의 결정적인 사항은 연극연습과정으로 전환시켜 위기를 돌파하는 연출력일 보인다.
송용진, 김준원, 김대현, 안재영, 이명행, 김주완, 이시후, 에녹, 최대훈, 장용철, 이승기, 김대곤, 강기둥, 이봉련, 박민정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프로듀서 이성모, 작가 오세혁, 연출 변정주, 작곡 이한밀, 무대디자인 남경식, 조명디자인 이주원, 음향디자인 안창용, 음악조감독 김희은, 의장디자인 도 연, 소품디자인 김정란, 분장디자인 정서진, 그래픽디자인 EASTING,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LSM컴퍼니의 오세혁 작, 변정주 연출의 <보도지침(報道指針)>을 문제작이자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