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소극장에서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에브리 맨(Every Man)>을 관람했다.
강재림은 한국외국어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석사출신으로 극단 노을 작가 겸 연출가다. 현 MTM 연기강사 및 교육진흥원 연극 강사, 세명 대학교 공연영상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 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 <팔관회> <오박사의 복수> <눈의 여인> <인터뷰> <지구침공> 뮤지컬 <킹 오브 드림스> 가족 극<바리의 여행> 그 외 다수 작품을 집필했다.
연출작으로는 <왕은 죽어가다><오박사의 복수><눈의 여인><별이 빛나는 밤><결함><킹 오브 드림스><바리의 여행> <소나기 2>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작가 겸 연출가다.
<에브리 맨(Every Man)>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여인의 이야기다.
<기억상실증>의 고전으로 꼽히는 명작 영화로는 <마음의 행로 Random Harvest (1942)>가 있다. 부자이고 명문가인 남자가 전쟁 중에 총상을 입어 기억을 잃게 되고, 그를 간호해주던 여자와 사랑에 빠져서 둘이서 행복하게 살던 중… 우연히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옛날 기억은 되살아나고 간호사와 살던 기억은 잊어버린다는…물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영화 <메멘토 Memento (2000)>에서는 기억이 10분밖에 지속되지 못하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한 남자의 영문 모를(?) 복수극을 그리고 있는데, 첫 장면에서 주인공이 웬 남자를 쏴 죽이는 모습을 보여준 뒤 주인공이 왜 이 남자를 쏘게 되었는지를 추적해가는 영화다… “단기기억상실증”이라는 특이한 소재도 그렇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구성으로 흥미를 끌었던 영화다.
중국영화 <열혈남아 As Tears Go By (1989)>에서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유덕화와 그가 자신을 알아봐주기를 바라는 옛 연인 장만옥의 애타는 모습에서 관객이 빨려 들어갔던 기억에 남는 영화다.
<헨리 이야기 Regarding Henry (1991)>도 기억상실증에 걸렸던 남자가 기억, 자신의 옛날 모습을 조금씩 되찾아가면서 자신의 옛날 모습에 대해 후회해 개과천선하고, 악당을 모조리 물리친다는 이야기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While You Were Sleeping (1995)>는 산드라 블록이 짝사랑하던 남자가 사고를 당하고 깨어난 뒤 자신도 모르는 여자 – 산드라 블록이 자신의 연인이라고 나타난 상황에서 모르는 여자라고 사실대로 말했는데도-기억상실증으로 오인 받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연극 <에브리 맨(Every Man)>에서는 여 주인공이 기억상실로 전문의를 찾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전문의는 최면요법으로 여인의 기억을 되돌린다. 그 과정에서 여인의 행적이 하나하나 들어나기 시작하고, 그녀와 연관된 <모든 남성(Every Man)>의 행태가 무대 위에 그려진다.
여주인공은 사찰에서 주지에게 익힌 무예로 남편을 비롯한 모든 남성의 그릇된 본성에 철퇴를 가한다. 줄거리가 과거로 되돌아가면서 진실하고 순진무구한 인물인줄 알았던 남편의 본성이 위선과 거짓의 달인임이 밝혀지고, 남편의 엽색행각으로 해서 그와 헤어져 직장을 나가면서 비리와 폭력으로 점철된 남성들의 어두운 사회에 접하게 되고, 동료 여성들의 남성에 대한 불나비 같은 행태에 자신도 모르게 어울리다가 자신의 첫 아이까지 죽게 되니, 여주인공은 차츰 남성들에 대한 복수심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게다가 무예의 스승이자 친 아버지로 여겼던 사찰의 주지가 실은 길러준 아버지라는 사실에 여주인공은 경악한다. 빈털터리가 된 남편의 귀가, 몸담고 있던 직장에서의 학대와 폭력에 드디어 여주인공은 장검의 칼날을 뽑아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자신을 치료하던 전문의역시 남성본성의 엽색행각 영유자임을 파악하고 그까지....
박미선, 고훈목, 임재명, 김인수, 박새롬, 이일균, 황진우, 이용규, 조민지, 서현석, 이지혜, 김경희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창출은 한 여름 같은 무더위를 잊도록 만든다.
기획 문화공감존, 무술감독 차재근, 연기감독 이정하, 영상 서홍석, 음악 김기현 이승우, 무대 최병훈, 조연출 서현석 이지혜 김경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노을의 오세곤 예술감독, 강재림 작 연출의 <에브리 맨(Every Man)>을 한편의 납량특집(納凉特輯) 공포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뉴스프리존=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