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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위한 안철수, 대선1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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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를 위한 안철수, 대선1位?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5/25 10:13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한국갤럽의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치고 1위에 올랐습니다. 안철수 대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한국갤럽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라거나 “다른 기관 조사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1위로 나왔다”고 반박하지만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내용이 궁금해서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 보았습니다. 4월26~28일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습니다. (이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됩니다.)

 

안철수 문재인 두 사람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습니다. 안철수 대표 선호도가 21%로 한달전 조사(10%)보다 1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한달전 16%에서 1%포인트 오른 17%에 그쳐 2위로 밀려났습니다.

 

우선 지역별 특징이 있습니다. 서울 안철수 26%, 문재인 12%, 인천·경기 안철수 22%, 문재인 19%였습니다. 광주·전라 안철수 28%, 문재인 18%였습니다. 다른 모든 지역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앞섰습니다. 수도권과 호남에서만 안철수 대표가 더 인기가 있는 것입니다.

 

연령대별 결과도 재미있습니다. 19~29세 문재인 26%, 안철수 26%, 30대 문재인 29%, 안철수 25%, 40대 문재인 23%, 안철수 17%였습니다. 젊은 층은 대체로 문재인을 더 선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50대는 문재인 9%, 안철수 25%, 60대 이상은 문재인 3%, 안철수 13%였습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문재인보다는 안철수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성별로도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남성은 문재인 17%, 안철수 24%인데, 여성은 문재인 18%, 안철수 17%입니다.

 

직업별 차이도 있습니다. 자영업은 문재인 19%, 안철수 23%, 블루칼라는 문재인 15%, 안철수 22%로 안철수가 높습니다. 그러나 화이트칼라는 문재인 23%, 안철수 21%, 학생은 문재인 30%, 안철수 27%로 문재인을 선호했습니다.

 

종합하면 안철수는 문재인에 비해 ‘수도권과 호남’, ‘고연령층’, ‘남성’, ‘자영업과 블루칼라’에서 상대적으로 더 인기가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안철수 대표 지지층은 2012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똑같은 조사는 아니지만 2012년 안철수 대선후보 사퇴 직전 11월19일~23일에 실시한 한국갤럽 대선후보 다자구도 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이 조사에서 대선후보들의 전체 지지도는 박근혜 39%, 문재인 24%, 안철수 20%였습니다.

 

문재인과 안철수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만 안철수가 높고 전 지역에서 문재인이 높았습니다. 서울 문재인 24%, 안철수 23%, 인천·경기 문재인 24%, 안철수 20%, 광주·전라 문재인 37%, 안철수 32%였습니다.

 

연령대별로는 19~29세 문재인 26%, 안철수 30%로 20대에서만 안철수가 높았습니다. 30대 문재인 32%, 안철수 27%, 40대 문재인 29%, 안철수 20%, 50대 문재인 20%, 안철수 15%, 60대 이상 문재인 14%, 안철수 9%였습니다.

 

성별로는 남성 문재인 28%, 안철수 20%, 여성 문재인 20%, 안철수 20%였습니다. 직업별로는 모든 직업군에서 문재인 후보가 앞섰습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공동취재사진
결국 3년4개월여 만에 안철수 지지층은 ‘젊은이들’에서 ‘고연령층’으로 크게 바뀌었고, 수도권과 호남은 상대적으로 ‘문재인 선호’에서 ‘안철수 선호’로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단 한 번의 조사로 이런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입니다. 앞으로 조사 결과를 더 관찰해 봐야 할 것입니다.

 

아무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안철수 대표가 1등을 했다는 얘기는 그가 201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당분간 세간의 관심은 안철수 대표가 정말로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쏠릴 것 같습니다.

 

저는 얼마전 국민의당 공천으로 호남에서 당선된 정치인과 이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안철수 대표는 우리 당의 대표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이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지 잘 모르겠다.

 

“무슨 말을 그렇게 심하게 하나.”

 

-내가 아니라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을 했던 윤여준 전 장관이 그렇게 말한 것 아닌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회창, 이명박, 박근혜 이런 사람들은 대통령이 되면 뭘 할지 대략 예측이 되는 사람들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뭘 하겠다는 것인가?

 

* 윤여준 전 장관 4월18일 기독교방송 <김현정의 뉴스쇼>

 

“아니 우선 본인이 국민 앞에 새정치를 표방한 지가 몇년 됐어요. 이번에도 새정치 하겠다고 나오신 거잖아요. 당을 만든 거잖아요. 그런데 아직까지 안철수 대표가 말하는 새정치라는 게 구체적으로 뭐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하는 것을 밝힌 일은 없어요.”

 

“뚝심은 생겼지만 그게 새정치 알맹이하고는 관계는 없죠. 이제는 총선도 끝나고 제3당이 됐으니까요. 이제는 국민 앞에 ‘제가 말하는 새정치라는 건 이런 겁니다’ 하는 거를 체계적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야 돼요. 그래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죠.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힘이 생기겠어요? 그게 제일 급선무고 핵심 과제예요. 그걸 못하면 대선 어렵죠.”

 

그날 국민의당 정치인은 저의 질문에 대해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로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사실은 4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2012년 5월 말 안철수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저울질하던 시기에 저는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는 제목의 칼럼을 쓴 일이 있습니다. ( ▶ 바로 가기 : [성한용 칼럼]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 )

 

기자가 왜 정치에 개입하느냐고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경험이나 식견이 전혀 없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제 나름대로의 확신에서 썼던 칼럼입니다. 안철수 대표에게는 가혹한 내용이었겠지만 말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그 뒤 국회의원이 돼서 의정 활동을 했고, 제1야당 공동대표를 했고, 탈당한 뒤 새로 정당을 창당해 유력한 제3당을 일구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상당한 정치적 경험을 축적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정치적 식견은 얼마나 높아졌을까요? 4년 전과 비교해 ‘대통령의 자격’을 얼마나 갖추었을까요?

 

정치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는 그의 말과 글을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안철수 대표가 최근에 했던 중요한 정치적 발언들을 찾아 보았습니다. 국가비전, 정책노선이 무엇인지 살펴 보았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지 2주일 뒤인 12월27일 새정치의 기조를 밝힌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비교적 상세히 밝혔습니다. 좀 길지만 중요한 대목을 추려 원문 그대로 소개하겠습니다.

 


12월27일 새정치 기조 기자회견

 

-지금, 다음 세대를 위해 담대한 변화를 시작할 때입니다

 

“첫째, ‘공정성장’을 경제정책의 제일 기조로 삼아야 합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목을 매는 경제는 이제 넘어서야 합니다. 몇몇 재벌에 의존해서는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한 구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의 약육강식의 수직적 경제 질서는 정글의 법칙, 승자독식의 질서가 지배합니다.

 

이제 바꿔야 합니다. 온갖 독과점질서를 공정거래질서로 바꿔야 합니다.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어야 합니다. 중소기업도 실력만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도 기업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도 더 많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공정한 경쟁과 공정한 분배하에 우리는 다시 성장할 수 있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오랫동안 강조해왔던 ‘공정성장론’입니다. 경제민주화가 실제로 이루어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사회적 경제의 육성도 매우 중요합니다.

 

자유시장경제만으로는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ICT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혁신과 더불어, 일과 일자리를 공동체의 필요와 연계하는 사회적 경제의 몫을 늘려야 합니다. 외국에는 이미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주는 많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협동조합과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 사회적 경제와 자원봉사 등이 연계된 비영리조직을 활성화시키고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합니다.

 

둘째, 교육이 바뀌어야 합니다

 

고부가가치 혁신경제의 토대는 사람입니다. 산업화시대에는 산업화에 맞는 교육이 필요했다면, 정보화 시대에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우리 청소년을 인성을 갖춘 인재, 창의성을 가진 인재, 함께 일할 줄 아는 인재로 키워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도록 하고, 내 주변과 공동체를 생각할 줄 아는 민주적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험 위주로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현재의 수직적 교육질서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부모가 노후대비도 포기하고 학원에, 유학에 사교육비를 들여도, 아이들에겐 미래가 보이지 않습니다. 부모도 아이도 절망합니다. 부모의 경제적 격차가 곧 자식의 교육 격차로 이어지고, 어디 사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금수저’ ‘흙수저’의 시대에 청년들은 절망합니다. 이런 절망을 깨지 않고는 미래가 없습니다. 부모의 경제력이나 거주지와 무관하게 질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교육의 문제는 일자리 문제이고, 노후대책 문제이기도 합니다.

 

모든 개혁의 중심에 교육개혁을 두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가의 미래는 수직적 관료적 기계적 교육시스템을 수평적 창조적 디지털 교육시스템으로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의 생각을 획일적 틀에 잡아넣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상에 국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을 근원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미 21세기 초입에서 너무나 많은 소모적 논쟁과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셋째, 격차 해소를 통해 국민 다수의 삶이 나아져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입니다. 수출이 늘어도 경제가 성장을 해도, 대다수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자영업은 3년 안에 70%가 문 닫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성장의 질서를 만드는 것은 격차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을 사지로 내모는 각종 반칙을 막지 못하면, 중산층과 서민은 버텨낼 수 없습니다.

 

교육비와 함께 국민 다수에게 가장 큰 부담은 주거비입니다. 집값, 전세값 부담에 은행의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다가섰습니다. 대한민국이 시한폭탄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문제이고, 이 정부가 빚 얻어서 집사도록 유도한 정책실패의 결과입니다.

 

이미 쌓여 있는 가계부채를 어떻게 해소할지, 앞으로 결혼하는 청년세대는 어떻게 집을 구할지 함께 해결해 가야 합니다. 국회가 중앙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분명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복지체계도 더 촘촘해져야 합니다. 세종대왕께서 말씀하셨듯이 ‘밥은 백성의 하늘입니다’. 국민이 맘 편히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국가의 기본적 책임입니다. 그것이 복지입니다.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논쟁은 이미 효력을 잃었습니다. 여야가 다 복지하겠다고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입니다. 국민의 피와 땀인 세금은 일자리, 건강, 교육, 문화, 체육 등 여러 분야에 골고루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재정이 많이 든다면, 일정한 증세는 피할 수 없습니다. 정치권은 제 역할을 다하며 질책을 듣더라도 국민들께 솔직하게 증세에 관해 말씀드려야 합니다. 동시에 전반적인 세금체계도 다시 들여다보고 계층간, 소득간 균형을 조정해야 합니다.

 

넷째, 안보와 통일, 외교에 관해서는 원칙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원칙은 분명합니다. 튼튼한 안보의 바탕 위에 사건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해야 합니다. 한미동맹의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합니다. 북한핵 문제는 물론 어떤 종류의 무력도발도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한편 교류 협력에 대해서는 유연함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남북관계를 개선시키는 것이 단절되어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의 전제는 평화 관리이며 교류협력의 전면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한미동맹의 기반 위에 글로벌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특히 중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 러시아도 동북아 평화 질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하되 확고한 우리의 중심전략입니다.”

 

압축하면 ‘공정 성장’, ‘교육 개혁’, ‘격차 해소’, ‘튼튼한 안보와 남북관계 개선’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충분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안철수 대표가 제시한 ‘무엇을’의 내용을 가만히 따져보면 박근혜 정부의 ‘무엇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5년간 37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 추진’, ‘핀테크·크라우드펀딩 안착으로 금융개혁 가속화’, ‘대학정원 감축 및 일·학습 병행과 자유학기제 추진으로 교육개혁 박차’, ‘공무원 연금개혁을 신호탄으로 공공개혁 속도’, ‘꾸준한 경제민주화를 통해 대기업 지배구조 및 고질적 갑을관계 개선’ 등 보다 화려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즐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
정치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수단이 더 중요합니다.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중요합니다. ‘어떻게’가 뒷받침되지 않은 ‘무엇을’만을 아무리 열거해 봐야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대표는 ‘어떻게’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곳에 답이 있습니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답을 찾아야 합니다. 문제를 만드는 정치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가 새로운 정치입니다.

 

정치가 아무리 불신을 받는다 하더라도 정치 없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국민들의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고, 나라의 목표를 향해 국민들의 에너지를 모아내는 것도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목과 대립, 갈등으로 점철되어 온 낡은 정치를 끝내고 새로운 정치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제 기득권 정치세력 그들만의 독점적 정치공간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고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정치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이 바로 새로운 정치·새로운 정당·새로운 비전·새로운 인물·새로운 정책이 필요한 시간입니다.”

 

결국 ‘정치’로 풀겠다는 것입니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성공하면, 국민의당이 대선에서 집권하면, 안철수 대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정치를 잘해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얘깁니다.

 

좀 허전하지 않습니까?

 

국민의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가면 안철수 대표의 2016년 신년사에 이런 댓글이 붙어 있습니다.

 

 

 

“포부만 거대하게 세우지 말고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만 밝히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길….

 

그러면서 차근차근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밝히고 실천하는 모습으로 한국인들을 감동시키는 정치집단으로 본보기적 기념탑을 세워주길….

 

말의 성찬은 결국 패배감과 실망감만 키웠다는 걸 새누리당과 민주당에게서 원없이 봐왔다!

 

네거티브도 더는 하지 말아주길….”

 

 

 

2017년 대통령 선거를 향해 달리는 안철수 대표의 앞길은 평탄할까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부터 자신이 차기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의 경쟁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아니라 안철수 대표 자신입니다.

 

여당과 야당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대하면 ‘문재인과 뭐가 다르냐’는 친여 논객들의 비판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4·13 총선에서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을 선택한 과거 친여성향 유권자들의 외면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정부 여당에 협조하면 당장 ‘새누리당 2중대’ 논란에 휩싸일 것입니다. 호남의 유권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가 <조선일보>에 ‘총선 패배? 영·호남 정권연합의 기회다’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썼습니다.

 

“국민의당이 우파 유권자에게 등을 보이는 순간, 이인제와 JP가 맞은 정치적 운명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영·호남 연합정권을 창출하고 후진적 정치를 벗어나는 개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정말로 손을 내밀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권교체를 위해 신당을 창당했으니 명분상 박근혜 대통령과 손을 잡기는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런데 호남의 국회의원들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까요?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리더십을 증명해야 합니다. 당장 국민의당을 잘 끌고 가야 합니다. 국민의당에는 사공이 많습니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등 족히 열 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안철수 대표에게 이들을 제압할 리더십이 있을까요?

 

둘째, 사람을 붙잡을 줄 알아야 합니다. 안철수 대표와 가까웠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를 떠났습니다. 어쩌면 대통령 후보급 정치인으로서 중대한 결격 사유가 있다는 증거입니다. 대통령은 혼자 될 수도 없고 혼자 할 수도 없습니다.

 

셋째, 호남당을 벗어나야 합니다. 호남의 지지만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수 없습니다. 그가 영남이나 충청으로 지지세를 확산시킬 수 있을까요?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부산에서 인기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넷째, 무엇보다도 자신만의 가치를 분명히 내세워 입증해야 합니다. ‘새정치’는 가치가 아닙니다. ‘새정치’는 어쩌면 반정치주의의 다른 이름입니다. 반정치주의자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김영삼 전 대통령은 변화와 개혁, 김대중 전 대통령은 수평적 정권교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낡은 정치 청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실용주의,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신뢰를 앞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여러분은 안철수 대표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섯째,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예의를 갖춰야 합니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4월26일 국민의당 당선자 연찬회에서 천정배 박지원 의원과 나눈 대화입니다.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어 가지고. 경제도 모르고 고집만 세고.”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

 

이런 발언은 작은 실수일까요, 큰 실수일까요? 혹시 중대한 결격 사유가 드러난 것은 아닐까요?

 

안철수 의원의 말은 정치 지도자가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이었습니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을 비판할 수 있지만 비아냥대서는 안됩니다. 당장 “그렇게 말하는 안철수 대표는 양적완화가 뭔지 아느냐”는 반박이 쏟아졌습니다.

 

안철수 대표 측근들은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인이 나눈 대화가 사적일 수 없습니다. 더구나 말은 생각의 반영입니다. 안철수 대표는 이제 칼날 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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