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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제 多者외교 무대에 첫 데뷔하나..
정치

김정은, 국제 多者외교 무대에 첫 데뷔하나

임민혁 기자 입력 2015/01/22 08:58
푸틴, 金을 흥행 카드로
北은 국제무대 돌파구 절실… 중국에 대한 압박 효과도

언행 고스란히 노출되는 전승절 행사엔 불참할 수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5월 러시아 2차대전 승전 기념 70주년 행사에 참석하면 북한의 대외 관계와 전략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북한 지도자들은 다자(多者) 외교 행사에 참석한 적이 없다. 또 북 지도자가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찾는 것은 김정일 이후 관례를 깨는 것이다. 김정은 개인으로서도 처음 국제무대에 데뷔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러시아의 김정은 초청 보도에도 불구하고 방러 성사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그러나 21일 러시아 외무부가 "북한 지도자가 참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함에 따라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김정은이 방러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한 것은 최근 대외 관계에서 그만큼 코너에 몰려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대북 인권 결의안 통과, 소니 픽처스 해킹과 그에 따른 미국의 대북 제재 강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돌파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은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에 대해 '우리에게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사회과학원의 게오르기 톨로라야 박사도 "북한이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중국과 정상회담을 가지면 이는 미국에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수였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이라는 '흥행 카드'로 전승절 행사의 주목도를 높일 수 있고, 북한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러시아로부터 인권·핵 문제 등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등 서로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진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북한에 가장 중요한 나라는 러시아"라고 했다.

그럼에도 김정은이 전통적 혈맹(血盟)인 중국에 앞서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이는 매우 큰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과거와 같지 않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김정은이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 러시아 방문을 결정했을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2013년 최룡해를 특사로 중국에 보냈지만,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김정은의 친서를 한 손으로 받은 뒤 읽지도 않고 비서에게 넘기는 등 제대로 대접을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러시아에 앞서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현재 북·중 간에 의미 있는 고위급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이른 시간 내에 김정은 방중(訪中)이 이뤄지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자유분방한 개인 스타일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과거 유럽에서 유학 생활을 한 김정은은 아버지나 할아버지와 달리 외부 노출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미국 프로농구 스타 데니스 로드먼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함께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서 열리는 러시아의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참석하면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서구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더라도 여러 정상이 모이는 전승절 행사에는 불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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