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종이 울렸네, 새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새마을운동이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하는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가 새마을운동 미화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콘퍼런스 문서인 ‘경주액션플랜’에 새마을운동을 극찬하고 국제 개발원조 모델로 삼을 것을 제안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빚어졌죠. 행사를 유치한 경상북도와 한동대가 ‘새마을운동 세계화’를 목표로 새마을운동 미화에 적극 나선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반기문 총장이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참석한 유엔총회 기간 새마을운동 고위급특별행사에 참석해 “산불처럼 새마을운동이 번지고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습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콘퍼런스 측은 당초 초안에 포함했던 새마을운동 평가 내용을 삭제했습니다.
새마을운동 관련 논란·논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빈곤 극복과 농촌 근대화의 원동력’이냐 ‘박근혜 유신체제 지탱을 위한 국가동원 체제’냐를 두고 오래 논쟁이 벌어졌죠. 박근혜 대통령 등장 이후 정부는 새마을운동 홍보를 강화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 3국 순방에 나서면서 “순방 뒤 새마을운동이 확산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향이네가 그간 새마을운동을 둘러싼 논쟁을 정리했습니다.
■국가성장 촉발 VS 유신독재의 산물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 때 문제가 된 내용을 먼저 살펴볼까요? 주최 측이 당초 공개한 콘퍼런스 초안은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에 수십 년간의 국가성장을 촉발하는 데 일조했으며,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강력히 기여했다. 새마을운동을 빈곤퇴치와 개발의 모델로 제안한다”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국내 70개 인권사회단체는 “새마을운동은 국가주도형 동원·집단주의를 통해 독재정권 유지와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했다는 논쟁적 사안인데도 유엔의 문서에 이처럼 편향된 평가를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은 무엇?
새마을운동은 ‘1970년 시작된 범국민적 지역사회 개발운동’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수재민 복구대책과 아울러 넓은 의미의 농촌재건운동에 착수하기 위해 근면·자조·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한 마을가꾸기 사업을 제창했고, 이것을 새마을가꾸기운동이라 부르기 시작했죠.(출처 : 두산백과)
박정희 정권은 새마을운동을 농촌에서 도시와 공장으로 확대합니다. 근면·자조·협동의 생활화라는 의식개혁운동을 벌였죠. 정부는 선진국대열 진입과 국민적 근대화운동의 명목으로 새마을운동을 활용했습니다.
새마을운동의 본격화는 유신체제와 더불어 이루어집니다. 1969년의 3선 개헌, 1971년의 대통령선거와 비상사태선포, 1972년의 유신헌법 통과와 같은 권위주의 정권의 형성과정에서 진행됐죠. ‘박정희 독재·유신체제’가 정치적 저항에 부딪치자 유신체제를 지속시키려고 서민대중 기반을 새마을운동을 추진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새마을운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새마을운동을 두곤 ‘빈곤 극복과 농촌 근대화의 원동력’ 그리고 ‘유신체제 지탱을 위한 국가동원 체제’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합니다. 정부나 재계는 새마을운동을 적극 홍보합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에게 경제 성장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건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38.6%가 새마을운동을 꼽은 결과도 나왔습니다. 정부나 재계, 새마을운동미화에 나선 경상북도 등은 농업생산력 향상과 시민들의 공동체 의식 고취, 개발도상국으로의 도약에 일조했다는 점을 적극 부각합니다. 이들은 새마을운동이 적극 전개된 1970년대 한국 농가 평균 소득은 825달러에서 4602달러로 뛰어올랐다며 새마을운동이 빈곤퇴치의 획기적인 이정표가 되었다고 말하죠.
▶전경련 조사 “새마을운동, 경제성장에 최고 기여”
박근혜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는 다른 국가에 홍보도 열심히 합니다. 해외 홍보엔 반기문 사무총장도 한몫했죠. 반기문 총장은 아프리카의 유엔 산하기관에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배워볼 것을 권고하며 ‘새마을운동 홍보대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2013년에는 새마을운동에 관한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정부 측 주장에 반론도 많죠. 1970년대 농가소득 증대는 새마을운동 덕이 아니라 벼 수매가가 시장가격보다 높은 이중곡가제를 실시한 농업정책 때문이었다고 보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970년부터 1980년까지 10년 동안 농가 호당 소득은 10.5배 늘어난 반면 농가부채는 같은 기간 21배가 늘었습니다. (출처 :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서중석 지음)
유신 독재 시절 대통령의 절대권력과 관치가 결합해 진행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농촌운동이기에 앞서 유신독재를 유지하기 위한 농촌 장악 수단이었다는 것이지요. 관(官) 주도의 강압적 의식개조 운동이자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1976년 있었던 농민저항운동인 함평 고구마 사건은 새마을운동의 허구와 모순을 보여줬던 사건입니다. 농협이 고구마 수매 약속을 어긴 것을 두고 농민들이 정부에 저항해 보상을 받아낸 사건이죠. 1970년대 대표적인 농민운동입니다. 사건 조사 과정에서 농협의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5공화국 시절 각종 이권개입과 공금횡령등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비리가 폭로되었고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찍히기도 했습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런 문제 때문에 새마을운동의 국제적 확산을 재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유신독재의 산물이었던 새마을운동을 왜 굳이 지금, 다시 소환하느냐는 것이지요.
▶[여적]독재자와 새마을운동
▶시민단체 “정부가 추진하는 ‘새마을운동 국제적 확산’ 재고 해야”
■ ‘지구촌 새마을운동’ 추진하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은 새마을운동 되살리기에 적극적입니다. ‘새마을운동’이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예산 지원도 아끼지 않습니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새마을운동 지원 예산은 2014년 4억6200만 원에서 2016년에 143억2300만 원으로 무려 30배나 늘어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10월20일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입장하며 참석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을 넘어 지구촌 개도국들의 보편적인 개발 전략“으로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며 새마을운동의 세계화를 강조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3개국 방문길에도 새마을운동을 들고 갔습니다. 그중 우간다는 새마을운동을 가장 성공적으로 해외에 전파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이번 우간다 방문을 통해 한국형 개발원조(ODA) 모델로 새마을운동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새마을운동의 부정적 이미지를 지우고 ‘박정희 브랜드’의 성공적인 농촌개발운동으로 포장하려 한다는 것이지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같은 맥락의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없을 듯합니다.
미묘한 시기 ‘새마을 홍보대사’소리를 듣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반기문 총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공통분모는 ‘새마을운동’인 듯 합니다. 반기문 총장의 25일 관훈클럽 간담회 발언을 들으면서 공통분모는 더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기문 총장은 “한국은 꽤 지평선을 넓히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제 기준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세계 속 한국은 레벨이 훨씬 더 낮다. 그런 면에서 언론의 역할, 국민을 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대권 도전 시사]친박 아니냐 질문에 “기가 막히다” “국가 위상 위해…국민 계도 중요”
‘국민=계도 대상’? 어디서 많이 들어보시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