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의 패러다임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기기는 '초'(超 · hyper)의 시대도 넘어서고 있다.
1984년 아날로그 방식의 1세대(1G) 이동통신이 나온지 한 세대가 지나 5G 이동통신 시대로 접어들었다. 초실시간의 전송속도로 0,001초를 다툰다.
5G 네트워크는 초연결, 초고속, 초실시간, 초대용량의 서비스를 실현시켰다. 가상의 세계가 실제 현실과 다름없을 정도의 초증강현실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고 있다. 이처럼 정보기술이 진화하면서 사회문화체계의 변화 속도도 걷잡을 수 없다. 이렇게 무한의 가능성을 내포한 디지털 세상의 바탕에는 인간의 무한정한 창의력과 상상력이 있다. 이것이 기술을 통해 불가능이 가능으로 구현되는 것이다. 바로 인간만이 지닌 구상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날로그의 영역과 맥을 이어야 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이다. 이 문화예술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근간으로 하는 지점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의성이 중시되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예술적 경영 곧 '창조경영'을 강조한다.
창조경영의 대가 루트 번스타인은 '국가든 기업이든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 모든 분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신 르네상스인을 키워야 한다'고 외쳤다. 한마디로 창조력과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그는 '창조경영의 출발점은 바로 예술'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현대의 경영은 예술의 창의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야 한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현대적 경영의 모든 요소가 담겨져 있다. 예술과 경영이 접목되었을 때 이는 우리가 이전까지 알아왔던 일반 경영학과는 다른 새로운 차원의 의미를 던져준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중시되는 예술을 일반 경영이론에 대입시킨다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지식산업사회가 되면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전문가(creative professionals)는 비단 예술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넓은 시각으로 보면 창의적인 전문가들은 과학, 공학, 건축, 디자인, 교육, 예술, 오락, 재정, 법률, 보건복지 등 모든 분야에 해당된다.
모두가 독자적인 판단과 수준 높은 교육과 인적 자본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아낸다. 여기에 새로운 기술이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창출해 경제적인 효과를 내야하는 모든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창의적인 전문가를 문화예술 분야에 한정해 보도록 한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창의적 예술경영은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이미 체계화되어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예술경영은 고도의 전문성에 탄탄한 이론적 바탕과 실전에 적용될 수 있는 실용성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선진 이론을 답습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1세기가 들어서면서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예술공간이 집중적으로 건립돼 민간전문가들이 운영 책임을 맡게 되었다. 그래서 분야의 전문인력 수요가 확장되었으며 문화예술기획이 활기를 띠게 되었다. 여기에다 민간 예술기획사들의 매니지먼트 기반은 취약하지만 다양한 공적지원제도가 활성화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상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더욱 공정하고 평등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공공영역의 예술경영시스템은 갈수록 퇴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모범적으로 창의적인 예술 분야를 선도해야할 공공조직의 운영기반은 아직 선진화 단계까지는 요원하다.
가장 수준 높은 정신적 영역의 예술을 다루는 공공기관 조직이 스스로 창의적이고, 개성적이고, 통합적이지 못하고 관료적이고, 집단적이고, 분리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무엇보다 중요한 예술전문인력의 인사원칙이 시대를 역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어떻게 보면 퇴보적으로 비춰지는 공공 문화예술 분야의 혁신을 위해 정재왈 예술경영가는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를 제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펴낸 《예술경영이야기》에서 통상 언론 영역에 적용되는 전문직을 문화예술 분야에도 강화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공익적 지향성이라는 관점에서 예술경영인은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숭고한 일꾼”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인 낙하산 관행이 판치는 반지성적인 세태에서 전문직주의를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를 포함해 중론은 이제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는 명실상부하게 선진 예술경영의 형식과 내용을 도입해 현실에 적용시켜나가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게 해 준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두 번의 강산이 변해가는 시점이다. 이 기간에 기술의 진보는 상전벽해 같은데 반해 한국사회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이동통신의 5G 시대정신에 걸맞는 예술경영의 의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기술을 예술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미래를 향해 지속적으로 진화해 나아가는 그 발전적 지향성을 가져야 한다. 문화예술의 생각이나 욕구나 믿음이 미래의 선진화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과거로 잰걸음 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