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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정담] 영어실력으로 더욱 빛났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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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권 대표 문화정담] 영어실력으로 더욱 빛났던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

이인권 칼럼니스트 기자 leeingweon@hanmail.net 입력 2021/05/07 16:07 수정 2021.05.07 16:29

[뉴스프리존=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커뮤니케이션의 대가였던 미국의 루돌프 베데버 교수는 ‘말하기’(대화)를 “사람 간 생각과 느낌을 격의 없이 나누는 것이며, 좋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하나의 세련된 예술”이라고 정의 했던 적이 있다.

여기에서 대화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시간대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공식적인 인사나 연설도 청중이라는 대상이 있기에 큰 틀에서는 대화에 속한다. 인간이 상대에게 말을 하는 것은 하나의 예술로서 충분한 언어 구사력이 없어도 감각과 느낌으로 상호 교감을 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말을 구성하는 단어 단어의 사전적 의미보다 상대방은 화자(話者)가 전달하려는 문화적 맥락을 통해 속뜻을 간파하게 된다. 그래서 동일한 단어를 쓰더라도 말하는 사람의 진의나 품격에 따라 해석의 유연성이 생긴다.

이번 제 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 영화 역사 102년 만에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의 영어로 말하는 능력(speech)이 또 다른 화제가 됐다. 그것은 윤 배우가 원어민처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해서가 아니라 외국인으로서 시상식 무대와 언론 회견장에서 행한 수상소감이 청중과 공감적 이해를 이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원어민 기준으로 매우 능숙한 그의 영어실력이 세계 영화 팬들을 매료시켰다. 만약 그가 전문 통역사를 통해 수상소감을 전달했더라면 더 세련된 영어 표현이 됐을 수도 있겠지만 그 의미는 덜 부각됐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비원어민이 국제공용어인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친밀감이나 몰입도가 다르다. 원어민 수준에 이른 외국인이 영어로 말하면 사용된 어휘를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정도의 영어로 전달되면 감성적으로 수용하게 된다. 설사 정확하지 않은 외국인의 영어 표현이라도 나름 유연하게 해석하는 도량을 베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윤 배우의 수상소감과 뒤이은 기자 간담회에서 주목을 받았던 말은 ‘snobbish'와 ’smell'이었다. 그는 영국 사람을 가리켜 snobbish라는 단어를 썼다. 사실 이 어휘는 매우 민감한 부정적 어감을 내포하고 있어 우리말 번역도 까다롭다.

직역하자면 ‘콧대가 높은’ ‘속물적인’ ‘남을 우습게 여기는’ 정도의 뜻으로 처음에 국내 언론매체는 그렇게 사전적 의미로 번역을 했다가 곧바로 ‘고상한 체하는’으로 표현을 다듬었다. 사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사전에서도 snobbish를 부정적인 (disapproving) 말뜻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윤 배우가 그 말을 썼을 때 객석에서는 웃음을 보였다. 이에 해외 영어 문화권에서는 ‘Savage Granma'로 반응했다. 이에 한 국내 언론에서는 이를 ‘거침없이 솔직한 할머니’로 의역을 했다. 여기에 쓰인 savage란 단어도 매우 거친 표현으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다.

분명 snobbish나 savage는 모두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이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품격 있는 국제행사 환경에서 비원어민이 행한 말이기에 긍정적 의미로 승화돼버린 격이 됐다.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품긴 윤여정이라는 아카데미상 수상자의 “튀는 표현”은 금상첨화가 됐다.

관심을 끈 또 하나의 단어는 smell이다. 한 기자가 “What does Brad Pitt smell like?”라고 질문하자 윤 배우는 뜬금없이 “I didn't smell him. I'm not a dog”이라고 응수했다. ‘smell’이라는 단어를 ‘냄새’로만 의식해 그렇게 대답한 것 같았지만 오히려 언어적 순발력을 보여준 일격이었다.

사실 smell like는 유명 연예인과 같은 저명인사에 대해 ‘만나보니 느낌이 어떻더냐?’는 의미로 쓰인다. 어떻게 보면 아무에게나 쓰지 않는 아카데미상 수상자에게나 사용할 수 있는 특정 표현이다. 영어를 잘 하는 외국인으로서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사실 일반 표준 영한사전이나 영영사전에서 smell을 이처럼 특별한 뜻으로 규정하고 있는 곳은 없다. 단지 영미권 사전 사이트 ‘어반 딕셔너리’(Urban Dictionary)는 ‘to feel', 'to undergo the experience of', 'to be aware of', 'to sense', 'to think'로 풀이하고 있다. 나아가 그 의미를 '직관, 정감 또는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근거들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으로 설명 하고 있다.

윤 배우가 받은 질문은 이 같은 의미로서의 smell이었다. 그 원어민 기자는 외국인을 상대로 질문하면서 그 분야에서만 알 수 있는 특별한 표현을 쓴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영어를 못한다’는 그의 솔직함에 호감을 느낀 지구촌 영화 팬들은 그런 반응을 재치 있는 위트로 받아들였다.

문화와 언어는 서로 통한다. 두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해 시너지를 생성한다. 결과적으로 배우 윤여정은 제 93회 아카데미 수상의 영예와 함께 말하기 감각으로 찬사를 받으면서 전 세계에 한국을 빛낸 ‘수퍼 셀럽’(super-celebrity)으로 우뚝 서게 됐다.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칼럼니스트
이인권 문화경영컨설팅 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칼럼니스트

▷ 이 인 권 leeingweon@hanmail.net

필자는 중앙일보·국민일보·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겸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학교 겸임교수,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문화경영미디어컨설팅 대표로 활동하며 <예술경영 리더십> <경쟁의 지혜>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예술공연 매니지먼트> <긍정으로 성공하라> <석세스 패러다임> 등 14권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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