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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별을 헤는 음반 한 장..
문화

[수첩] 별을 헤는 음반 한 장

박재홍 기자 pjh21470@hanmail.net 입력 2019/05/12 17:46 수정 2019.05.12 20:14
바리톤 조병주 '시를 노래하다'

하루를 내려놓는 날이었다. ‘모스 부호’처럼 대전에 있는 보라매공원 근처에서 신현갑 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 막걸리 한 병에 올갱이국 둘 시켜놓고 뜨거운 김에 눈길 속 해금되지 않은 물길을 감추며 바지락 젓갈에 짜디 짠 세상에 잠시 혀가 얼얼해 지고 있었다. 

뒤늦게 합석한 박지영 시인이 건네는 음반위에는 ‘별헤는밤’이라는 타이틀과 ‘바리톤 조병주 시를 노래하다’란 부제를 달고 있는 음반 한 장이었다. 한참을 뒤척이며 검색을 하고 음악을 듣고 며칠 뒤에 만나 보았다. 

이제는 바리톤 조병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할계언용우도(割鷄焉用牛刀)는 논어에서 얘기하는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을 쓰겠는가?’라는 되물음과 그의 예술이 ’拔劍(발검)‘과 납도(納刀)의 길(道)과 같다는 생각이다.

발검과 발성은 호흡을 바탕으로 하는 궤적을 같이한다. 거기에는 충분한 인내와 스스로를 극복해야 하는 깨달음과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안정된 호흡으로 부른 발검과 발성에서 오는 귀에 익은 ‘자성’과 ‘서정’의 안정감의 ‘경이로움’ 아직 젊지만 호기를 부리지 않고 잘된 기초와 세월이 쌓은 차근차근함이 느껴지는 것이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에 곡을 붙인 정진채와 바리톤 조병주는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공연도 같이하고 일상에 서로를 분리시키기 어려운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정진채라는 작곡가의 진가를 알리고 싶어 자신이 묵혀둔 ‘서시’를 바리톤 고성현 선생에게 전화를 드려 상의 끝에 고성현 선생이 음반을 먼저 내게 된 사연을 듣게 되었다.‘ 

예술가로서 서로의 형편을 살피고 가장 바람직한 판단을 통해 스스로를 통제할 줄 알고 아끼는 곡과 그 곡을 만든 사람을 위해 살펴 행동하여 사부대중이 그‘與民樂(여민락) 할 줄 아는 발검과 납도의 자세는 바리톤 조병주와 劍道人(검도인)조병주의 知行合一(지행합일)의 소소한 모습이기도 했다. 

부처가 열반에 들기 전 ‘사라나무(사라쌍수)’ 나무에 기대어 해탈에 이르듯이 테너와 베이스 사이의 음역에 살고 있는 바리톤 조병주의 음색 속에서 단어가 가지고 있는 ‘깊고 낮은 음성’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출생한 어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시를 노래하는데 부연은 없다. 시 자체로 운율이 있기 때문에 잘못 작곡하면 선율과 운율이 그려낸 풍경과 서정이 달라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내기 쉬운 위험 요소가 따르기 때문에 대중성을 획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음반 전체적으로 ‘정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동주 시인’, ‘김춘수 시인’, ‘염홍철 시인’, ‘김종서 시조시인’의 객관화된 감성에 작곡을 하는데도 ‘同聲相應(동성상응)’ 이 가능했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두어 달을 정태춘곡에 몰입되었다가 깨어났다가 다시 몰입되어 함몰되어 가는 중에 좋은 음반을 만나게 해 준 인연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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