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5월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외무부 청사에서 열린 연두 기자회견에서 “오는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행사 초청에 북한 측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통신은 김 제1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러 초청을 승낙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방러가 실현될 경우 이는 2012년 북한 최고지도자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 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북한으로부터) 첫 신호는 긍정적”이라며 “20개 국가가 참석을 확인했다. 다른 나라의 참석 확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보좌관도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김정은 위원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확인한다”면서 “그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평양으로부터의 일차적 신호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이 승전 70주년 기념식 참석 신호를 보냄에 따라 모스크바를 방문한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연쇄 정상회담을 하고 국제 외교무대에 첫 데뷔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도 분주해졌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8일 “중·조(중국과 북한)는 전통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생일을 맞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축하 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외교부 홈페이지에 올린 대변인 성명에서 “전통계승·미래지향·선린우호·협조강화”라는 전통적인 16자 방침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러시아에서 김정은과 첫 대면하게 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중국 당국의 김정은 방중을 위한 ‘정지작업’과 연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종전 70주년 행사에 우리도 초청장을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결론 내린 상태가 아니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얘기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