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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극단 해동바위 창단공연, 채동훈 재구성 연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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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극단 해동바위 창단공연, 채동훈 재구성 연출 ‘안티고네’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6/03 17:04

아트홀 마리카 3관에서 극단 해동바위 창단공연 소포클레스 원작, 채동훈 재구성 연출의 <안티고네(Antigone)>를 관람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왕>은 제목대로 주인공 오이디푸스의 비극적 운명을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그의 딸 안티고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안티고네(Antigone)>는 안티고네만의 비극을 다루진 않는다. 오히려 초점은 외삼촌이자 테베의 왕인 크레온에게 맞춰진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두 눈을 찌르고 방랑길을 떠난 뒤, 그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는 왕권을 놓고 서로 적이 되어 싸우다 둘 다 죽고 만다. 그에 따라 왕이 된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치르게 하되 적의 군대를 이끌고 테베를 공격한 폴뤼네이케스의 장사는 허용하지 않는다. 원수는 죽어서도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그의 금지에 맞서 오빠의 장례를 치르고자 한다. ‘국법’을 어기게 될지라도 그것이 가족의 도리이자 인륜이라고 생각해서다. 그걸 막을 권리가 크레온에겐 없다고 안티고네는 믿는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이러한 대립은 흔히 ‘가족의 법’ 대 ‘국가의 법’의 대립이라는 구도로 이해돼 왔다. 사적인 윤리와 공적인 법의 충돌로 보는 것이다. 명령을 어기고 오빠를 장사지내려다 잡혀온 안티고네는 크레온의 포고보다 ‘신들의 법’이 더 강력하다고 주장하고, 크레온은 그런 안티고네를 오만하다고 비난하며 지하 동굴에 산 채로 가둔다.

헤겔식으로 말하면 얼핏 ‘동등한 권리를 지닌 두 원리’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에서 크레온의 법에 끝까지 동의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은 필요하지만 모든 법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크레온 자신조차도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서 그의 처사가 신들의 분노를 살 거라는 충고를 듣고는 마음이 흔들린다. 죽은 자를 짐승의 밥이 되게 함으로써 또 죽이는 건 결코 용기 있는 행동이 아니며 저승의 신들에 대해서도 불경한 폭력이라는 게 테이레시아스의 충고다.

자기의 고집을 꺾는 건 끔찍한 일이지만 자칫 자신의 오만이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크레온은 마음을 고쳐먹는다. “아아, 괴롭구나. 하지만 내 행동에 대한 결심에서 물러서노라. 무리해서 필연과 싸워서는 안 되는 법이니.” 하지만 크레온의 회심이 그를 파멸에서 구하지 못한다는 데 <안티고네>의 비극이 있다. “국가는 지배자의 소유”이기에 도시 백성들의 뜻에도 따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이 권력자는 결국 자신의 오만에 대한 무서운 대가를 치른다. 동굴 무덤에 갇힌 안티고네가 목을 매 자살하자 약혼자인 아들 하이몬이 분을 못 이겨 자살하고, 연이어 아들의 자살에 충격을 받은 아내 에우뤼디케마저 자살하고 만다.

순식간에 아내와 아들을 모두 잃게 된 크레온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탄식한다. 코로스의 말대로 그는 너무도 늦게야 올바름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하지만 필멸의 인간에겐 뒤늦은 깨달음도 재앙을 피하는 데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그의 운명은 보여준다.

‘안티고네의 비극’이라기보다는 ‘크레온의 비극’이라고 불러야 온당한 이 작품의 교훈은 무엇인가. 말미에서 코러스는 이렇게 요약한다. “현명함은 행복의 으뜸가는 바탕이로다. 그리고 신들에 관해서는 아무것에도 불경스럽지 말 것이로다.”

이 연극은 코러스를 소년으로 등장시켜 동화 안티고네를 읽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소년의 방에는 인형이 가득하다. 극이 진행됨에 따라 직사각이나 정사각의 입체조형물 여러 개를 무대로 이동시켜 배치하고, 장면변화에 따라 커다란 백색의 천을 사용해 천 아래에 깔린 인물을 둘둘 말아 끌고 나가고, 검은색 배경과 검은색 의상을 입은 출연자들 중 안티고네만 붉은 색 의상을 착용한다.

배경 좌우에 등퇴장 로가 있고, 소년 역과 예언자 역을 1인 2역으로 설정한다. 안티고네의 자매 이스메네, 안티고네의 약혼자이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 경비병 1, 2와 예언자가 등장해 극을 이끌어 가고 대단원에서 소년의 책장을 덮음으로 해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테이레시아스(예언자) 서민균, 안티고네 진혜정, 이스메네 홍하영, 크레온 송정바우, 하이몬 문승배, 경비병1 한철훈, 경비병2 이준희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후원 극장나무협동조합, 의상 홍정희, 조명 정혁진, 언더스터디 문도연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극단 해동바위 창단공연 소포클레스 원작, 채동훈 재구성 연출의 <안티고네(Antigone)>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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