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속에 CD 한장이 노여 있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영화한 변호인,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의심케 할 정도로 비상식적인 국정운영에 오늘날 국민들은 주권을 빼앗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여년 전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변호인>은 현 시국에 깊게 상처 입은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것이다.영화 <변호인>은 1981년 공안당국이 독서모임을 하던 22명의 국민을 불법으로 체포해 고문했던 ‘부림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이하 송변)가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았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고졸 출신 변호사 송변은 타고난 사업 수완으로 부산에서 손꼽히는 세무 전문 변호사다. 유명 건설회사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인생의 탄탄대로를 눈앞에 둔 어느 날, 7년 전 막노동을 하며 어렵게 살던 시절 신세를 지곤 했던 국밥집 아주머니의 아들 진우가 독서모임 주도자라는 이유로 빨갱이로 몰려 구치소에 수감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밥집 아주머니는 송변에게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그는 처음엔 바쁘다는 이유로 돕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고문 때문에 만신창이가 돼 버린 진우의 처참한 모습을 본 후 그의 변호를 맡아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이미 재판의 각본은 짜여 있었고, ‘빨갱이 색출’을 주도한 차동영 경감에 의해 진실을 밝히려는 그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기적적으로 마지막 공판 때 고문실의 군의관이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만 차 경감은 그에게 탈영병이라는 죄를 뒤집어씌워 증언은 무효화되고 진우는 형을 살게 된다.
이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며 선동가로 몰린 송변마저 법정에 서지만, 부산지역 변호사 142명 중 99명이 그의 변호인으로 참석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의, 그리고 희망이다. 영화는 관객에게 차 경감과 송변, 진우를 비롯해 같은 시대에 서로 다른 삶을 선택했던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무엇이 옳은 것인지,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 고민할 기회를 던져준다. 차 경감의 “생각해 봐, 당신이 할 수 있는 애국이 뭔지”라는 대사와 송변의 “국가란 국민입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우리는 정의로운 국가의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아 나갈 것이다.30년 전 국가의 모습을 그린 영화에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발견할 수 있다.
국민을 섬기기보다 권력을 섬기는 위정자들의 세상, 상식적인 것을 외치기 위해 엄청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세상은 불행하게도 30년 전이나 오늘날이나 다를 것이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송변이라는 인물을 통해 아직 우리 사회에 목숨을 걸고 옳은 것을 부르짖는 사람이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다. 권력보다 정의, 돈보다 사람, 비상식보다 상식을 택했던 송변, 그리고 영화 마지막 그와 뜻을 같이하는 99명 변호사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고통받는 민중의 아픔을 밝혀주는 등불이 돼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