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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환경 도시로 거듭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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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환경 도시로 거듭나기

김현태 기자 입력 2019/05/26 18:30 수정 2019.05.27 10:30
성과주의적 개발논리의 상징 공간 청계천, 겉만 푸른 도시 아닌 자연과 공존하는 도시가 되야

14년전 여론의 흐름은 청계천 복원이 잘 되었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영국의 하이드공원(Hyde Park), 뉴욕의 센트럴파크(Central Park), 파리의 뤽상부르공원(Jardin du Luxemburg)…. 세계적인 도시들은 도심 한가운데에 저마다 도시를 대표하는 공원을 하나씩 갖고 있다는 모습 도심의 삭막한 기운 속에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장소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을 대표하는, 도심 속 공원은 어디일까? 상암의 월드컵 공원? 남산공원? 최근 몇 년 동안 서울의 공원 설립과 녹지화 정책은 양적으로는 큰 성과를 올렸지만 질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이렇다 할 대표성을 갖는 공원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3년 7월 공사를 시작한지 2년3개월만에 대역사가 완공된 청계천을 따라 걸어 보았다.

공원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발전도 생각할 때

청계천 복원의 일차적 의미는 생태하천을 복원한다는데 있었다. 그런데, 청계천 복원은 생태하천이 아니라 실은 인공하천을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복원이라는 말을 붙여 교묘히 환경 이미지를 이용해놓고, 실상은 개발 시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2003년 10월,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의 최대 공약이었던 청계천 복원이 완공되어 시민들에게 개장되었다. 개장 초기,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찬사 일색이었다. 서울 시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청계천은 개장 이래 한 달 동안 600만 명, 두 달도 채 안 되서 1000만 명이 다녀갈 만큼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작은 하천 하나가 복원되는 데 그토록 폭발적인 반응이 나타난 것은, 물론 서울과 같은 큰 도시의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하천이 복구되었다는 것이 희귀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그동안 서울이라는 도시 속에 시민들의 자연적인 휴식 공간이 필요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계천 복원에 대한 열광적인 찬양을 뒤로 하고 이제는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미 문화재 훼손 혹은 미복원에 대해 문제 제기가 일고 있고, 예전 청계천의 복원이 아닌 새로운 '인공'청계천의 건설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생태환경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었던 청계천 공사에는 사람 이외의 생태적인 측면을 고려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얕은 수심과 좁은 폭, 직선화된 수로, 획일적인 자갈, 부족한 수초 등 어느 요인 하나도 생태 하천이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사진 광주 서구 동천동 광주천의 모습

사실 생태하천의 복원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어 오고 있었다.(제주의 산지천, 경기도의 수원천, 대구의 신천, 서울의 양재천 등.) 혹시 광주에 가본 사람들 중 광주천을 본 적이 있는가?

2003년 청계천 이외에도 6월에 뚝섬의 ‘서울숲’이 개장되었다. 3년 동안 서울에는 75만평의 새로운 녹지 혹은 공원이 생겼고 2004년 25만 여 평이 더 늘어날 났다. 이러한 공원 사업의 활성화로 서울시 전체의 공원 면적은 2004년 12월을 기준으로 159. 26, 전체 공원 수는 1738개이다(현재 조성 중인 공원 포함). 뉴욕(81.35㎢), 베를린(83.10㎢), 파리(22.2㎢)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고 상대적 비율에서도 서울시 전체 면적의 605.39㎢의 26.3%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리 20.95%, 도쿄 6.58%, 뉴욕 9.73% 등 세계 주요 도시들 중에 최상위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의 1인당 공원면적은 15.4㎡로 버밍엄(33.4㎡), 뮌헨(30.2㎡), 토론토(29.4㎡), 베를린(24.6㎡), 런던(23.5㎡), 고베(16.4㎡)에 뒤쳐져 있다. 게다가 서울시 공원 면적에는 외곽 지역에 분포해 있는 북한산, 관악산, 도봉산 등의 이른바‘자연공원’이 무려 67.3%(106.4㎢)를 차지하고 있다. 거기에 궁궐, 현충원 등의 특수한 목적을 지닌 공원을 제외하면 도심 속의 실질적인 공원 면적은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여기에 시민들이 실질적으로 이용 가능한 공원의 면적을 계산하는 수치인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을 비교해 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서울의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은 4.64㎡인데, 이는 인구 1200만에 면적은 서울의 세 배가 넘는 2183㎢의 도쿄가 4.46㎡인 것과 비슷할 뿐, 토론토의 29.7㎡, 베를린의 24.5㎡, 런던의 24.2㎡, 뉴욕의 10.3㎡ 등 유럽과 북미의 세계적 도시들에 비해 그 수치가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생태 공원화는 이벤트가 중요 한 것이 아니고 실직절 생태변화이다. 지금의 청계천은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상태의 하천 유역을 복원한데다 산책로 역시 자연적 상태를 최대한 살린 상태에서 겨우 흙탕물을 면할 정도로 꾸며져 있다. 그런데 광주천 광주천은 시민들의 주도로, 생태복원과 환경보호라는 광범위한 공감을 바탕으로 조용히 진행되어 이제 광주천에 물고기가 뛰놀기 시작한지 10여년이 넘었다. 뱀도 다닌다.

과연 서울시민들이 광주 시민들처럼 생태복원이라는 의미에 대해 공감한 적이 있었나? 물론 외곽 지역의 산지는 그 자체로 자연적인 공원을 형성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도심에 비해서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문제가 있다. 도심의 비싼 땅값이 도시 밖으로만 공원이 조성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외곽 지역에 공원이 집중된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따라서 서울 땅덩어리의 4분의 1이 공원임에도 서울 시민들이 공원이 가깝게 느껴지지 않게 된다. 그나마 한강과 고궁을 빼면 이렇다 할 공원은 몇 개 남지 않는다.

사진: 서울 시청을 중심으로 뚝섬지역까지 개발은 청계천의 모습

청계천은 막대한 돈을 들인데 비해 그 효과가 미미하다. 그동안의 무분별한 도시의 난개발로 인한 부작용이 생겨나면서 서울시는 조금은 뒤늦게 생태도시로의 탈바꿈을 꿈꾸고 있다. 그래서 녹지와 공원의 수를 늘리는데 노력을 들이기 시작했다. 당시 이명박시장을 중심한 서울시 환경의 가장 큰 시책은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시행될 '녹지 100만평 늘리기’이다. 단순히 양적으로 100만평을 늘리는 데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와 병행하여 서울의 끊어진 산줄기, 강줄기를 이어 동물들이 살 수 있는 생태길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 도시 서울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듯 사람과 동물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생태도로망을 이른바 ‘녹지축(綠地軸)’이라고 한다. 녹지축은 서울 시내의 산줄기와 물줄기가 하나의 선으로 모두 이어져 동물들의 이동 통로가 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서울 남쪽의 관악산과 봉천동의 까치고개를 연결하는 산줄기를 복원하는 것이나 청계천, 중랑천을 한강까지 한줄기로 이어 이름만 한강의 지천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천이 되고, 이러한 것들이 모두 이어져 하나의 줄기가 되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 사업 역시 단순히 도심 속 친환경적 공간의 복원에만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이러한 녹지축 잇기 정책의 시발점이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반쪽의 성공만 이룩한 형국이 되었다. 사람들만 많을 뿐 그곳에서 먹이를 구하고 삶의 터전을 잡는 동물들의 모습은 정작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태하천 복원 혹은 샛강 살리기에 따른 어려움 중의 하나가 연중 물이 흐르도록 수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본래부터 물이 있어 마르지 않는 하천은 괜찮지만, 건천이나 수량이 부족한 하천의 경우 인공적으로 물을 끌어와야 하고, 그 공사와 관리에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청계천이 비싼 국가돈(서울시가 아닌) 들여 물대기해야 하는 거 다 알고 있다.(반면 위에 소개한 복원 하천들은 수량 유지에 큰 문제가 없어 그다지 비용이 많이 안 든다, 그래서 어쩌면 청계천은 복원 안 하는 게 좋았을지 모른다) 앞으로 한강을 동서수경축으로 하고 북한산에서 종묘, 남산을 거쳐 동작동 국립묘지, 봉천동 사당 사이의 까치 고개를 지나 관악산까지를 잇는 축을 남북녹지축으로 하며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외곽 환상 녹지축으로 하는 거대한 하나의 녹지대 건설이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이 계획도 청계천에서 그랬듯 단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기에만 급급하다면 자연과 공존하는 서울이 아니라 허울뿐인 생태도시가 될 것은 명백하다.

청계천 복원 사업은 주변 녹지화 계속 이어져야

그런데 이러한 인공적인 물대기는 친환경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예산사용의 우선 순위 면에서도 비효율적이다.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다른 친환경적인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대구는 지난 몇 년 동안 87개의 작은 분수를 만들어 도심의 온도를 2도 정도 낮추는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공원은 단순한 쉼터 기능 뿐만 아니라 문화 행사나 학습 활동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서울의 공원들 중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원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주로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 치우쳐 있어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시민들의 수요는 많은데 만족할 만한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프로그램의 참여 신청은 인터넷 예약으로 이루어지는데 거의 대부분이 프로그램 모집 정원을 꽉 채운다는 사실은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 준다. 공원을 세우는 것 못지않게 시민들이 공원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프로그램의 공급이 필요하다. 생활속의 공간이면서 배움의 장, 문화 공간으로서의 공원을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계천 복원에 우리가 마냥 비아냥거릴 수 없는 이유는 그 상징성 때문이다. 그동안 개발위주의 도시정책으로 인하여 녹지공간이 잠식되어 오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였으며, 균형 있는 녹지공간의 보전과 확보에 미흡하게 대처해 왔다. 서울의 공원은 70%가까이 산림형태로 외곽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쉽게 접근하여 이용할 수 있는 도심지내 생활권 공원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근대화의 이름하에 저질러진 개발의 상징, 그 복개 하천을 걷어내고 생태와 환경을 복원한다는 의미 때문이다. 21세기 환경도시건설에 대비하여 녹지대의 확충, 질적 수준의 향상, 시민의 녹화참여 확대를 통해 쾌적한 환경에 대한 시민의 욕구에 부응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공원녹지의 보전과 확충에 관한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앞으로의 녹화사업, 공원사업은 단순한 나무심기 계획에서 탈피하여 생태기능회복 차원에서 물과 녹음이 풍부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는 종합적 녹화계획이 되어야 한다. 또한 도로, 공원 등 공공시설 위주의 녹화뿐 아니라 가정, 사유지와 건물 등 민간시설의 녹화운동을 기초로 하여 도로-녹지대-지역근린공원-근교자연공원으로 이어지는 녹지체계의 형성을 위해 서울시와 시민이 함께 추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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