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에서 창작집단 빛과돌의 임빛나 기획, 진용석 작 연출의 <레알 솔루트>를 관람했다.
임빛나와 진용석은 부부다. 임빛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과에 재학중이고 진용석은 극작과 전문사 출신이다. 부부가 만든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임빛나 작 진용석 연출의 환경문제를 다룬 연극으로 임빛나의 제12회 대산문학상을 수상작이다. <레알 솔루트>는 금년 초 한예종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내용은 30세에 이른 고교동창 3인이 고급양주를 판매하는 동창상점에서 벌이는 개그코미디형 희극으로 요즘 세태와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 작품이다. 동창 1인이 운영하는 양주상점은 부친에게 물려받았으나 술병마다 차압 딱지가 붙을 정도로 판매가 부진이고, 상점 지하에는 목욕탕이 있어 동창 1인이 그곳에서 때밀이를 한다는 설정이다. 또 한명의 동창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로 어플(apple) 개발과 관련해 열을 올리지만 역부족이다.
무대는 높고 낮은 선반과 가지런한 선반에 수많은 술병이 진열되어 있다.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정면에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보인다. 무대 왼쪽이 출입구로 설정된다. 정면에 낮은 장이 있어 술잔과 함께 오래되고 낡은 라디오가 한 개 놓여 있고, 이 라디오를 출연자가 탁자로 가져다 소리를 재생시킨다. 술병마다 붉은 색의 차압딱지가 붙어있고, 낮은 장을 열면 속에는 딱지가 붙지 않은 고급 양주가 저장되어 있다.
연극은 도입에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Verdi's La traviata) 중에서 축배의 노래(Libiamo ne' lieti calici)가 흘러나오고, 이 노래를 출연자가 부르기도 하고, 라디오를 켜 듣기도 한다. 동창 2인은 정장을 했으나, 때밀이를 하는 동창은 짧은 바지에 간편한 차림으로 등장을 한다. 게다가 때밀이를 하는 동창은 네 명의 아이의 아버지로 소개가 되고, 엄처시하에서 가끔 구타를 당해 멍이든 얼굴로 출연을 한다.
주류를 취급하는 동창은 부친이 물려준 주류백화점이라는 이름의 상점을 운영하지만 길 맞은편에 대형 주류백화점이 개장되어 판매부진이고, 인터넷(Internet) 어플(apple)과 연관된 사업을 펴는 동창은 단 한걸음도 진전이 없는 상태라 빚만 뒤집어쓰고 차용금 대신에 콩팥을 떼어 팔아야 할 형편인 것으로 알려진다. 3인의 동창이 모여도 양주를 맛 볼 형편이 아니니 소주를 마시고, 그저 잔을 들어 “축배의 노래”를 합창하거나 고교 때 하던 무용 같기도 하고 체조 같기도 한 구호를 곁들인 단합율동을 되풀이 할 뿐이다.
그러면서 어려운 세파를 헤쳐 나가는 30대의 모습이 그려지고, 현재 난국을 어찌 돌파할 것인가와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에서 관객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한다. 양주상점에서 동창이 만날 소주나 마시는 모습을 보다 못한 때밀이 동창이 양주 <레알 솔루트> 병을 들고 등장을 해 함께 나누어 마신다. 처음 맛보는 <레알 솔루트>이기에 그 맛의 황홀함을 제각기 표현하며 술맛을 음미하다가, 때밀이 동창 부인과의 휴대전화 통화로 집에서 담근 하수오 술이라는 것이 밝혀지니, 동창 2인은 때밀이 동창을 집단 구타한다.
그리고 낮은 장에 감춰둔 붉은 딱지가 붙지 않은 고급양주를 꺼내 마신다. 그러다가 양주병을 라디오에 부닥뜨리자 돌연 라디오에서 “하수오로 만든 술은 최고급 품목이라 가격이 병당 몇 백에서 몇 천 만 원대에 이른다”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때밀이 동창이 집에 집사람이 <레알 솔루트> 병에 담은 하수오 술이 창고 속에 가득하다는 소리와 함께 그 술로 모든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동창들의 기대와 희망 속에 동창들의 구호를 곁들인 단합율동이 펼쳐지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손성민, 한규원, 장우성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성격창출, 그리고 율동과 구호제창은 극적 분위기를 상승시키고 관객의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임빛나, 무대디자인 shine-od, 조명디자인 김상호, 의상디자인 배은창, 소품디자인 황호준, 음향디자인 임서진, 그래픽디자인 정승준, 조연출 김주희, 홍보 진성은 등 제작긴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창작집단 빛과돌의 임빛나 기획, 진용석 작 연출의 <레알 솔루트>를 장기공연을 해도 좋을 젊은 관객 취향의 개그 코미디(gag comedy) 형 익살희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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