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현태기자]롯데가 심각하다. 13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에 따르면 롯데 총수 일가의 자금 관련 자료는 신 총괄회장 집무실이나 신 회장 자택이 아닌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3층 비서실 내 비밀공간에서 관리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자료는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예상한 롯데 측의 대비로 은닉되거나 폐기될 운명이었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10일 압수수색을 통해 “중앙지검 특수4부 ○○○검사가 비자금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언급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
하지만 우연히도 신 회장과 장남 신동주(62)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으로 신 총괄회장 측 비서진들이 해임되는 과정에서 ‘안전한 장소’에 보관될 수 있었다. 당시 해고된 신 총괄회장 측 이모씨가 금전출납부·통장 등과 현금 30억여원을 롯데그룹 전체가 충격에 빠진 12일 신동주 회장은 일본으로 출국했다. 그는 이달 말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탈환을 위해 도쿄에 머무르며 이사 등 임직원의 지지를 받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도 재점화되고 있다.
검찰의 롯데그룹 비리 수사는 ▲그룹 총수 일가의 비자금 조성 의혹 ▲계열사 간 자산거래 과정에서의 배임 의혹 ▲그룹 및 총수 일가의 불법 부동산 거래 등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롯데그룹이 전방위 수사를 받는 가운데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검찰 수사 착수 전후에 보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갑자기 귀국하고 압수 수색 때 자신과 총괄회장이 없었던 점은 우연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동주 회장이 지난해 경영권 분쟁에서 확보한 관련 정보를 검찰에 제보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혐의 중 일부가 신동주 회장 측의 주장과 겹치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신동주 회장이 계속 공격하는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부문이다.
신동주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본격화한 중국 사업 등에서 신동빈 회장이 큰 손해를 냈지만 이를 감춰왔다"며 가처분 신청을 내 롯데쇼핑 등에서 1만6000쪽 분량의 회계 자료와 장부를 입수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롯데그룹 주요 상장사인 롯데쇼핑·롯데제과 등의 중국과 홍콩 법인에서 1조원이 넘는 누적 부실이 발생했다"며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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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회장 측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중국 주요 종속회사의 당기 순손실이 2011년 753억원에서 2014년 5549억원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며 "공개되지 않은 회사까지 포함하면 손실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해외 사업의 특성상 초기 투자 비용이 크게 발생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비용 절감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내년에는 중국 사업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롯데의 중국 사업 손실은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의 핵심 중 하나다. 신동주 회장은 작년 7월 "중국 손실을 신동빈 회장이 총괄회장에게 은폐했다"며 공세를 펴면서 분쟁을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 사업과 관련해 움직인 자금 규모도 크기 때문에 이번 수사 대상에서 빠지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동주 회장 측은 검찰 수사 연관설에 대해 "코너에 몰린 롯데 측의 조직적인 음해"라고 강력히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의 요청이 있으면 협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롯데의 해외 거래 부분 등은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살펴본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모든 의혹에 총수 일가가 연루돼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서 “해외 거래 등 문제가 지적되는 사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