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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과 무관한 외식업체 취직…또다른 19살 김군의 비극..
사회

전공과 무관한 외식업체 취직…또다른 19살 김군의 비극

김현태 기자 입력 2016/06/16 00:51



[서울, 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구의역 사고로 김군이 세싱을 뒤로한 후 잊을 뻔한 사고 하나가 지난  7일 새벽 5시, 경기도 광주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김아무개(19)군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주검 곁엔 한 외식업체의 근무복이 차곡차곡 개어져 있었다. 전날 오후 근무 도중 회사를 나갔던 김군은 약 12시간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가족들 곁으로 돌아왔다. 유서는 없었다. 김군이 왜 목숨을 끊었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뛰어내리고 싶다.” 김군이 얼마 전부터 이런 말을 자주 했다는 친구들의 증언만이 남았다. 열아홉의 봄날, 김군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을까.



김군은 특성화고 3학년이던 지난해 12월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한 외식업체에 조기 취업했다. 김군의 전공 ‘인터넷쇼핑몰’ 쪽과는 다른 분야였다. 전산·회계와 컴퓨터 등의 자격증 5개를 땄어도, 좀처럼 일자리가 나지 않아 선택한 길이었다. ‘현장실습생’(2개월) 기간을 포함해 수습 기간 3개월을 버티고 나면 정규직이 될 수도 있었다. ‘1년만 일하면 4년제 대학 특례입학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어쩌면 외식조리 셰프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무렵 김군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군의 사회생활은 ‘계약’ 단계부터 순탄치 않았다. 김군과 학교, 업체 3자는 함께 쓴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서 ‘현장실습 시간은 하루 8시간으로 한다’고 약속했지만, 김군은 업체와 ‘하루 11시간 미만 근로’를 한다는 별도의 ‘근로계약서’를 따로 써야 했다. 그조차도 종이뿐인 계약서였다. 외식업체 양식부 막내로 ‘수프 끓이기’ 업무를 담당했던 김군은 출근 첫날부터 숨지기 전날까지 131일 동안 단 하루도 11시간 미만으로 일한 날이 없었다. 스케줄대로라면 ‘오전 11시 출근’을 해야 하지만 이러저러한 ‘벌칙’ 명목으로 2시간 먼저 나오는 일이 잦았고 오전 7시 무렵 출근하는 날도 있었다. 김군의 경기도 군포 집에서 회사까지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30분이 걸린다. 김군 아버지는 “하루에 5시간도 못 잔 날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김군이 일한 5개월여 동안 일요일이라고 쉰 건 단 2번뿐이었다. 주방 일은 거칠었다. 김군은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자신이 “양식파트”에서 하는 일이 “욕먹기”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다. 원래도 좀 마른 편이었던 김군은 몸무게가 10㎏ 정도나 빠져 출근 4개월 무렵엔 48㎏밖에 나가지 않게 됐다.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한 그날, 김군은 세상을 스스로 등졌다. “부상이나 멀리 이사를 가는 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기 어려운 환경이었다”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김군 아버지에게 말했다.


현장실습 기간 두 달 동안 학교와 교육청은 김군의 노동 환경에 대해 형식적인 점검만 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의 표준협약서에 따라 협약 체결을 해야 하는데 이와 다르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것 자체부터 문제가 있다”고 얘기했지만, 학교 쪽에선 이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김군의 담임교사는 “담당자가 현장 실사를 나갔지만 이상한 점을 확인하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김군이 다녔던 학교의 취업담당 교사는 15일 통화에서 “실습 기간 동안 실제 급여나 근로시간이 협약서와 달랐다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버지는 김군이 숨지고 난 뒤에야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됐다. 친구와 카카오톡 대화에선 “뛰어내리려고 하는데 보러 올래” 하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김군은 160여만원의 월급 가운데 100만원 가까이 저축을 했다. 그의 아버지는 김군과 같은 나이였던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노동자’ 소식을 접한 뒤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일한 지 일주일 만에 그만두고 싶다고 했는데, 사회생활 원래 힘들고 욕도 먹는다고 조금만 참고 일해보라고 했던 게 너무 후회가 됩니다.”
김현태 newsfreezo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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