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중앙정부의 눈엣 가시가 된 이재명 시장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사찰'에 가까운 행태를 벌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2014년 1월 6일부터 2016년 6월 30일 사이 특정 날짜를 지정해 이재명 성남시장의 일정 내역을 제출하라고 성남시 감사관실에 요구했다. 모두 90건의 날짜별 일정 내역을 파악해 제출하라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와 소속 시군구를 상대로 정부합동감사를 벌이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발생되지 않았음에도 지자체단체장의 일정 내역을 파악하라는 것도 이례적이지만 요청 형식도 파격적이다. 공식 공문이 아니라 메모지에 직접 적은 내용을 그대로 팩스로 성남시 감사관실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정부의 지방재정 제도 개편 철회를 요구하며 10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이 시장은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 오늘부터 시간 날 때마다 눕는다”고 말했다. 수척해진 얼굴의 이 시장은 인터뷰 내내 몸을 한쪽으로 기울이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고 한다.
더민주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니 ‘친정’의 당 대표로서 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김종인 대표는 더 이상 그대로 둬서는 안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 시장이 단식을 시작한 다음날인 8일 광화문 단식 농성장을 찾아 이 시장을 격려하기도 했다. 앞서 김 대표는 내년 대선이 기대되는 당내 대권 후보를 열거하며 이 시장을 언급해 정치권 안팎을 다소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이 시장을 김 대표가 언급하자 이 시장이 김 대표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후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칠수록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시장을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민주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재정 제도 개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개편안이 실행될 경우 예산이 줄게 되는 경기 6개 시 중 과천과 용인을 뺀 나머지 4곳(수원 성남 화성 고양)의 시장들은 모두 더민주 소속이다. 또 4ㆍ13 총선에서 이곳 6개 시의 지역구 21곳 중 15곳(71%)에서 더민주가 당선자를 냈을 만큼 더민주 지지세가 강했다.
사실 이 문제가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달 중순 이들 6개 시장이 함께 국회를 찾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제기를 하면서부터다. 당시 6개 시장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 개혁안에 따르면 경기도 6개 시의 예산은 시 별로 최대 2,700억원 총 8,000억원 이상이 줄어드는 반면 다른 시ㆍ군의 예산증가 효과는 미미하다”며 “이는 지자체의 재정 기반을 뿌리째 흔들고 지자체 간 분열을 조정하는 개악”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같은 집 식구라 할 수 있지만 지자체의 일이라 그런지 여의도 친정에서는 지방재정 제도 개편에 대한 관심이 덜 한 분위기였다. 해당 지자체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정도만 종종 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을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국회 개원 준비랑 시기가 겹친 부분도 크고 전국적 이슈가 아니라 경기 지역 문제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보니 좀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재명 시장의 단식이 당내 구성원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관심을 갖게 하고 이 문제가 나중에는 전국적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느끼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이 시장의 단식으로 친정인 중앙당도 더 적극적으로 이 문제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16일 더민주 안전행정위원회 위원들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을 직접 찾아갈 예정이다. 박남춘 간사를 비롯해 진선미, 김영진, 김영호, 김정우, 소병훈 의원들은 지방재정 제도 개편안의 졸속 추진 중단과 소관 상임위인 안행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후 같은 날 오후 더민주 안행위원 9명은 이재명 시장을 성원하고 격려하기 위해 단식 농성장을 찾는다.
당 관계자는 “이 시장의 문제 제기에 안행위원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책임감을 갖고 지방재정 제도 개편안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고 첫 상임위에서 행자부 장관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을 다짐하는 자리”라며 “대신 이 시장이 단식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장이 친정 식구들의 단식 중단 권유를 받아들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 시장은 이날 “정부가 무슨 대안을 내든지, 야권이 실행 가능한 대책을 만들어 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추상적인 얘기로만 접기 어렵다”며 “근본적 대책 나올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며 단식 농성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6ㆍ15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해 나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 시장은 “오늘은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한지 9일째가 되는 날이다. 아침부터 비가 내리더니 지금은 쌀쌀한 바람에 천막이 펄럭이고 있습니다”라며 “제 등 뒤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키우고 박근혜 대통령이 죽이는 지방자치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살리고 노무현 대통령이 키우고 박근혜 정부가 죽이는 것은 비단 지방자치뿐만이 아닙니다. 남북관계도 죽이고 있습니다”라고도 했다.
이 시장으로서는 단식 농성을 통해 정부의 지방재정 제도 개편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과를 거뒀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 실질적 진전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단식을 멈추는 것을 쉽게 결정을 내리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결국 친정 더민주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이 시장의 단식 중단 시기가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데레사기자 newsfreezon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