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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국립극단, 펠릭스 알렉사 연출 ‘갈매기’..
오피니언

[독자기고]국립극단, 펠릭스 알렉사 연출 ‘갈매기’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6/18 11:35


사진제공/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국립극단의 안톤 체호프 작, 오종우 역, 펠릭스 알렉사 연출의 <갈매기>를 관람했다.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 1967~)는 국립 부카레스크 대학에서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93년부터 국립 부카레스크 대학의 연극영화과에서 연출부 교수로 재임중이다. 1992~1993년에는 피터부룩의 조연출로 일하면서 클라우드 드뷔시의 <펠라스의 표현>이라는 작품을, 파리에서 유진오닐의 <의자들>이란 작품을, 세계적인 국립대학(서울, 베이징, 시드니, 상해, 뉴델리, 싱가포르)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루마니아의 국립극장인 부카레스크 극장의 상임연출가로 루마니아의 은 연출가들 중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연출가이기도 한 알렉스는 현재 유럽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펠릭스 알렉사(Felix Alexa)의 주요 연출 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 <베로나의 두 신사> <리처드 2세>, 고골리의 <검찰관> <광인일기, 체호프의 <벚꽃 동산> <바냐 아저씨>, 게오르그 뷔히너의 <레온스와 레나>, 알베르 카뮈의 <오해> 니콜라이 에르트만의 <자살>등이고, 2014년 국립극단의 <리처드 2세>를 연출해 그 탁월 한 연출기량을 보였다.

번역을 한 오종우는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했으며 러시아연극연구회를 창설해 체호프를 비롯한 다수의 작품을 번역하고 연출했다.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있다.

오종우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들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예술의 현재적 가치를 강의하고 있다.

왜 예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을까,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보이는 것 너머를 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 이 책의 기반이 된 강의인 ‘예술의 말과 생각’은 성균관대학교 최고의 명강으로 꼽히며 성균관대 티칭어워드(SKKU Teaching-Award)를 수상했다.

그의 강의실에서는 도스토옙스키와 체호프의 소설, 피카소와 샤갈의 그림, 셰익스피어의 비극과 타르콥스키의 영화, 베토벤의 교향곡과 피아졸라의 탱고가 흘러넘친다.

천재들의 빛나는 사유와 감각이 폭발했던 순간으로의 여행이 시작되고,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던 예술이 주는 감동이 살아나는 곳이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저서로는 《러시아 거장들, 삶을 말하다》, 《체호프의 코미디와 진실》, 《대지의 숨, 러시아의 숨표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체호프 단편선), 《벚꽃 동산》(체호프 희곡선), 《영화의 형식과 기호》, 《러시아 희곡》(전2권, 공역) 이 있다.

안톤 체호프(영어 Anton Pavlovich Chekhov, 1860~ 1904)는 의사, 소설가, 극작가다.

체호프는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다.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이기도 했다.

1887년에 쓰여진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희곡 <프라토노프>와 <숲의 정(精)> 실패는 체호프의 극작을 한때 멈추게 했으나, 이 무렵에 쓰인 단막극 <곰>(1888)이나 <결혼신청>(1889) 등은 다행히 성공을 거두었다.

체호프의 본격적인 극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 및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일 뿐만 아니라 근대극 가운데 걸작이며 새로운 형태의 회화극(會話劇)을 확립했다.

<갈매기>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초연 때 완전히 실패하고 말았으나 2년 후에 다시 새로 설립된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다루었을 때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희극으로서 쓰여진 이 작품을 오히려 비극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가 진정으로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고 있다고 체호프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후 체호프의 작품은 모두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공연하게 됐다.

무대는 출연자들이 극장 왼쪽 객석 뒤로부터 등장해 계단을 내려와 무대 막을 가리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극장 오른쪽 객석 뒤로부터 출연자들이 내려와 무대로 오른다. 막이 열리면 철제 봉에 장착된 수백의 조명이 무대 아래 내려져 있다가 다시 무대천정으로 상승이 되고, 무대 한 가운데 공중에 가로지른 단이 가설무대로 설정된다. 객석 가까운 무대전면에 좌석이 무대바닥에서 상승해 모습을 드러내면, 무대 좌우에서 등장한 인물들이 무대의자에 자리를 잡는다. 고공의 가설무대에서 은빛 색상 의상을 입은 젊은 여인의 모노드라마가 시작되고, 1인극이 중단되면 가설무대도 사라진다. 연극이 진행되면 투명한 가리개가 차단벽 구실을 하고, 조명효과에 따라 내부의 인물의 모습이 드러나고, 투명 가리개에 영상이 투사되면 인물의 얼굴이 대형으로 확대되어 눈만 보이기도 한다.


사진제공/국립극단

2부에서는 출연자들의 좌석이 무대 안쪽으로 이동 사승되어 배치되고, 조명을 암전시켜 좌석이 보이지 않도록 연출된다. 무대 바닥은 수천 장의 백색의 원고지로 덮이고, 대단원에서는 뇌성벽력과 함께 극장 천정에서 빗줄기가 뽀얀 안개와 더불어 원고지 위로 쏟아지면, 주인공의 절망적인 사랑이 끝나면서 주인공은 권총을 자신의 이마에 겨눈다. 곧이어 총성 효과음과 함께 무대가 암전되면 연극은 끝이 난다.

연극의 내용은 안톤 체호프의 의도대로 희극적으로 연출되지는 않는다. 명 여배우 아르까지나의 아들이자 작가지망생인 꼬스챠는 모스크바에서 귀향한 어머니 일행 에게 자신의 첫사랑 상대인 니나를 출연시켜 1인극을 공연할 예정이다. 공연에 앞서 꼬스챠는 니나에게 키스를 퍼붓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아르까지나와 명성있는 작가 뜨린고린이 등장하고, 꼬스챠 작 연출의 모노드라마가 시작된다.

니나는 긴장하면서도 연기를 차분하게 펼쳐나간다. 자신의 첫 작품공연에 꼬스챠 역시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꼬스챠의 어머니 아르까지나는 아들의 공연을 가볍게 여기고 공연 중 큰소리로 떠드는 둥 대수롭지 않은 듯 처신한다, 이 때문에 화가 난 꼬스챠는 공연을 중단하고, 막을 닫아버리고, 자리를 떠난다.

그 사이 니나는 명망 높은 작가 뜨리고린을 소개받게 된다. 뜨리고린이 인사로 좋았다고 하는 소리를 하니, 순진무구한 처녀 니나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고 니나는 뜨린고린에게 자신은 여배우가 되고 싶다며 마음을 살포시 열어놓는다. 니나와는 반대로 관리인의 딸 마샤는 모두가 떠난 자리에 남은 닥터 도른에게 자신이 꼬스챠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아르까지나는 자신의 연기를 자랑하듯 펼쳐 보이고,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과 닥터 도른은 언제나처럼 논쟁을 벌인다. 아르까지나는 시내로 나가겠다고 하지만 주택관리인 사므라예프는 말을 내주지 않으려 한다. 자리에 동석해있던 니나는 갈매기를 사냥하고 돌아오는 꼬스챠를 반기지만,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기분이 상한 꼬스챠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자리를 떠난다.

뜨리고린과 니나는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은연중에 마음이 밀착되는 정황을 보인다. 관리인 사므라예프의 부인 뽈리나는 닥터 도른에게 좋아하는 심정을 드러내며 가까이 다가간다. 닥터 도른은 자신은 55세라며 늙은 나이임을 애써 강조를 하지만, 뽈리나에게는 도른의 소리가 더욱 다정하게만 들릴 뿐이다. 관리인 사므라예프의 무례함에 분노한 아르까지나는 뜨리고린과 함께 모스크바로 돌아가자고 한다.

그러나 신선한 봄 딸기 같은 니나를 그대로 두어두고 떠날 뜨린고린이 아니다. 뜨린고린은 아르까지나에게 하루만 더 있다가 떠나자고 한다. 관리인의 딸 마샤는 마샤대로 술에 취해 작가 뜨리고린에게 호감을 드러내면서 잔을 건네고, 사랑을 하지는 않지만 메드베젠꼬와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한숨 쉬듯 털어놓는다.

이런 경황 중에 꼬스챠는 자신이 사랑하는 니나가 작가 뜨리고린에게 보이는 열정을 감지하고 일종의 시기심과 질투에 따른 증오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을 기도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사진제공/국립극단

아르까지나는 아들 머리의 붕대를 갈아주면서 아들을 달래고 사랑하는 어미의 마음을 드러낸다. 아들의 공연을 무산시키고, 또한 작가 뜨리고린 때문에 틀어졌던 어머니와 아들의 화해가 이루어지는 듯 보이는 장면이다.

드디어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이 모스크바로 출발하는 날, 니나가 홀로 있는 뜨린고린에게 다가와 갓 피어난 앵두 같은 입술을 마주 댄다. 뜨린고린은 니나에게 자신의 모스크바 주소를 알려주고 떠난다. 

2년이 흐른 것으로 설정된다. 그 사이 꼬스챠는 소설가가 된다. 꼬스챠의 설명으로 니나가 뜨리고린의 사생아를 낳고, 아이는 죽는 것으로 소개가 된다. 결국 뜨리고린은 니나와 헤어져, 옛 애인인 아르까지나와 재결합하고, 니나는 배우로서 성공하지 못한 채 자신의 고향으로 잠시 되돌아 온 상태다. 관리인의 딸 마샤와 메드베젠꼬는 결혼했지만 두 사람사이에 사랑은 없는 것으로 묘사된다.

닥터 도른의 종용으로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은 아르까지나의 부친 쏘린을 만나기 위해 돌아온다. 환자이동의자에 몸을 실은 쏘린은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은 듯 보인다.

아르까지나와 뜨리고린을 비롯해 사람들이 꼬스챠와 대면하고, 뜨린고린은 꼬스챠의 등단을 축하하고, 자신의 친지들이 꼬스챠에 대한 관심을 전한다. 알행은 거실에서 내실로 이동을 해 노름판을 벌인다. 그 사이 혼자 작업실에 남아 집필을 하던 꼬스챠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등장한 초라한 모습의 니나와 상면한다. 꼬스챠는 니나를 반기고 자신은 여전히 니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심정을 몸과 마음으로 드러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니나에게는 당나귀 귀에 코란을 읊는 격이다.

니나 자신은 여전히 뜨리고린을 사랑하고 있음을 꼬스챠에게 고백한다. 그리고 니나는 다시 만날 기약도 없이 꼬스챠를 떠나간다. 니나가 떠나자마자 꼬스챠는 탁자서랍에서 권총을 꺼내든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간간이 들려나오고, 꼬스챠는 자신의 머리에 권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총소리와 함께 무대가 암전되면서 공연은 끝이 난다.

오영수, 이승철, 이혜영, 이창직, 이정미, 이명행, 박완규, 박지아, 황은후, 강주희, 김기수, 장찬호 등 출연자의 성격창출과 호연이 드러난 공연이다. 이혜영이 적역을 맡아 일생일대의 명연을 보인다. 이명행, 김기수, 강주희, 박완규, 박지아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무대 이태섭, 조명 김창기, 의상 김지연, 분장 백지영, 소품 김상희, 영상 윤민철, 윤색 박춘근 등 기술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국립극단의 김윤철 예술감독, 안톤 체호프 원작, 오종우 역, 박춘근 윤색, 펠릭스 알렉사 연출의 <갈매기>를 연출가의 기량과 출연자의 열정이 조화를 이루어 21세기에 걸 맞는 한편의 첨단 조형예술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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