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극단 예맥과 ㈜프리드라이프 제작, 홍만유 구성, 오은희 극본, 최병로 연출, 임동진 홍만유 협력연출, 임동진의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를 관람했다.
㈜프리드라이프(회장 박현준)는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대한민국의 문화 르네쌍스를 위해 문화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어둡고 슬픈 장례문화가 아닌 아름다운 이별의 장례문화로 변모시키려 노력하는 기업이다.
오은희(1966~) 작가는 부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출신이다. 199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희곡부문에 당선하고, 1991 부산연극제 신인연출부문 특별상 1997 국립극장 창작극공모 희곡부문 당선 1999 제8회 뮤지컬대상 극본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사랑은 비를 타고> <겨울연가> <달고나> <하루> <대장금> 외 수십 편의 뮤지컬극본과 <학생부군신위> 외 시나리오 다수, 창극 <배비장전> 등 친 대중적 작품을 쓰고, 흥행을 성공시키는 미모의 여류작가다.
최병로는 연극 <어느 아버지의 죽음> <아침부터 자정까지> <윈저의 바람둥이 부인들> <춘향전> <방황하는 별들> <언틸 더 데이> <부활>에 출연하고,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 <장보고>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루나틱> <팔만대장경>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외의 다수 작품에 출연했다. 연출작은 <까칠한 재석이가 돌아왔다>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를 연출한 미남 공연예술가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기둥으로 보이는 사각의 조형물이 오른쪽으로 비스듬이 기울어진 형상이고, 공중에는 줄에 달린 샹들리에 풍의 조명등이 매달려 있다. 장식장, 서랍장, 옷걸이, 책상과 의자, 흔들의자, 케이스에 담긴 첼로, 이삿짐이 담긴 상자 곽 등이 보인다. 영상투사로 낮과 밤 그리고 기상변화를 나타내고, 음향효과로 이웃집 소음, 살아있거나 작고한 가족의 음성이 녹음되어 나온다.
비장 침울한 첼로 연주음에서부터 하모니카 음, 동요 음, 흘러간 대중가요 음 등이 극적 분위기를 창출시키는 역할을 하고, 주인공의 착용의상 변화라든가 조명의 부분조명에서 전체조명의 강약 또한 극 분위기에 적합한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주인공의 작고한 부인 역의 녹음 연기나 딸 역의 음성연기 또한 적절한 감성과 표현으로 극적흐름에 기여도를 높인다.
연극은 70세의 홀로 된 가장이 새로 이사를 한 주택 거실에서 펼치는 1시간 30분 동안의 1인극이다.
아직 풀지 못한 짐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부인의 악기, 첼로의 케이스가 찢어진 것에 항의전화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간간이 이웃집 부부의 싸움소리가 들려오고, 휴대전화로 외손녀의 소식이 전해진다. 외손녀의 결혼 소식으로 주인공은 기쁜 마음을 드러내지만, 곧이어 혼례식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전갈에 낙담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의 딸이 사고로 죽자 그녀의 남편이던 사위가 다른 여인과 재혼을 한 까닭에, 전처의 생부가 외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해진다. 주인공의 부인 또한 지병인 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으며, 첼로를 연주하던 음악인이었다는 설정이고, 오래된 검은색 케이스에 담긴 첼로를 주인공이 쓰다듬는 모습이 연출된다. 계속해 이삿짐 상자 곽을 풀면서 하모니카가 나오자 주인공이 관객의 귀에 익은 동요 곡을 차분하게 불어 감성적인 분위기로 조성을 한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외손녀의 결혼식에 꼭 참석을 해야 하겠다는 심정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예식장에 입고 갈 밝은 색 정장을 착용하고, 결국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설정이 된다. 장면이 바뀌면 예식장에서 귀가해 흔들의자에 앉아 아내와 딸 그리고 손녀를 생각한다. 그러자 신혼여행이 끝나면 할아버지를 찾아뵙겠다는 휴대전화 전갈에 기쁜 마음이 보이면서 한 편으로는 신혼부부에게 대접할 음식 장만에 부심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계속 짐을 정리하다가 부인의 일기장을 발견한다.
주인공이 책상 앞에 앉아 일기를 읽으면 부인의 음성이 들려나온다. 내용은 딸이 사고로 죽었는데도 한참 후에야 도착한 남편과 남편의 몸에서 풍겨오는 다른 여인의 향수로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고, 실망 속에 지병인 암이 더욱 악화되었다는 내용이 전해진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시침을 떼고 부인을 대했던 과거를 돌이키며 주인공의 후회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나오기 시작한다. 파도는 차츰 폭풍 속의 노도처럼 파고가 일기 시작하고, 종당에는 해일 같은 슬픔의 더미와 후회의 울부짖음 속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임동진의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치기에 공연이 끝나도 관객은 제자리에 앉아 일어날 줄을 모른다. 특히 부녀 관객들은 저마다 흘러내린 눈물을 닦을 생각도 않고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필자의 박수소리에 비로소 여기저기에서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그 소리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변하면서 임동진의 커튼콜은 마치 열광의 도가니로 변하는 느낌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기획총괄 장현일, 기획본부장 정정호, 기획실장 박은선, 제작총괄 손광업, 음악 김은영, 무대 윤미연, 조명 김영빈, 음향 권지휘, 영상 김장연, 의상 황수풀, 소품 박영애, 분장 조미영, 탱고지도 서병구, 무대보조 손은빈, 그 외의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예맥(대표 임동진)과 ㈜프리드라이프(회장 박현준) 제작, 홍만유 구성, 오은희 극본, 최병로 연출, 임동진 홍만유 협력연출의 <임동진의 모노드라마 ‘그리워 그리워’>를 임동진의 명연기와 함께 기억에 길이 남을 걸작 1인극으로 창출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