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독자기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연극제, 박찬빈 연출 ..
오피니언

[독자기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연극제, 박찬빈 연출 ‘신궁’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6/25 14:01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연극제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을 관람했다.

천승세(千勝世: 1933-) 선생은 전라남도 목포에서 태어났고 소설가이며 극작가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신태양사 기자, 문화방송 전속작가, 한국일보 기자를 지내고 제일문화흥업 상임작가, 독서신문사 근무, 문인협회 소설분과 이사, 그리고 평론가 천승준의 아우이다. 195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점례와 소》가 당선, 또한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희곡 《물꼬》와 국립극장 현상문예에 희곡 《만선》이 각각 당선되었다.

한국일보사 제정 제1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창작과 비평사에서 주관하는 제2회 만해문학상, 성옥문화상 예술부문 대상을 각각 수상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휴머니즘에 입각하여 인간이 인간을 찾는 정(精)의 세계를 표현한다. 한결같이 인정에 바탕을 둔 인간 사회의 비정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작품에 《내일》(현대문학, 1958), 《견족(犬族)》(동상, 1959), 《예비역》(동상, 1959), 《포대령》(세대, 1968) 등이 있다. 단편소설집에 《감루연습(感淚演習)》(1978), 《황구(黃拘)의 비명》(1975), 《신궁》(1977), 《혜자의 눈물》(1978) 등이 있고, 중편소설집에 《낙월도》(1972) 등이 있고, 장편소설집에 《낙과(落果)를 줍는 기린》(1978), 《깡돌이의 서울》(1973) 등이 있다. 꽁트집 《대중탕의 피카고》(1983), 수필집 《꽃병 물좀 갈까요》(1979) 등이 있다. 

박찬빈은 서울고, 서울대학교 문리대 독문과 출신으로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 독일 쾰른 대학교 연극학과, 자유베를린대학교 연극학과, 베를린대학교 연기학부를 수료한 영화배우 겸 연극배우이자 연출가다. <천국을 거부한 사나이> <피크닉 작전> <암피트리온>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로미오와 줄리엣> 그 외의 작품에 출연하고, <간계와 사랑> <주인 푼틸라와 하인 마티>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1977년에 발표된 중편 <신궁(神弓)>은 어촌의 토속적인 생활을 소재로 다룬 소설로서 같은 소재로 된 그의 희곡 <만선>과 중편 <낙월도(洛月島)와 함께 그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이 소설의 주인공 왕년은 헤어나기 힘든 역경에 몰려 있었다. 흉어 철인데다가 자신의 대를 이은 며느리의 무당 벌이가 끊긴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곤경의 원인이 가진 자의 농간과 억압된 사회 현실에 있음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것은 선주이자 객주인 판수가 오랫동안 음양으로 안겨 준 피해의 결과이며,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한이 맺혀 굿 손을 놓은 당골레(무당) 왕년이를 다시 부려먹으려는 판수의 부당한 처사(압력)의 결과라는 것이다.

진기한 민속자료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독자가 직접 읽고 음미해야 그 진미를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섬세하고 치밀한 예술적 조직의 일단을 보여 주는 예는, 작품 중에 빈번히 나오는 꽃밭과 꽃 덤불의 이미지가 결말에 가서 신궁을 맞고 쓰러진 판수의 바가지 위로 [꽃뱀이 기듯 핏줄이 흘렀다.]는 표현에서 잘 나타난다.

또한, <신궁(神弓)>에는 생생한 시각적 영상들과 더불어 '대못 질 소리' '물갈퀴 소리' 등의 반복적인 청각적 효과가 작품의 통일성을 다져준다. [물갈퀴 소리가 죽었다.]라는 마지막 문장은 왕년이의 한이 풀렸음을 암시하면서 꽃덤불 같았던 한 시대의 종언이 선포된 순간의 침묵을 느끼게 해 준다.

어촌 소설 중에서도 <신궁(神弓)>에서 천승세가 작가적 역량을 한껏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작가가 설정한 주인공 왕년이의 성격과 직업 때문일 것이다. 왕년이는 민중의 일원으로서 토속적인 민간 신앙을 대표하는 무당이며, 왕년이 자신의 말처럼 탁월한 예술가일 뿐만 아니라, 왕년이가 민중의 원한을 대신 풀어주는 영웅적 인물이란 사실이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천승세의 문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당이라든가 사투리, 특이한 결말 처리 등과 같이 현대 독자들에게 거리가 있고 자칫하면 엽기적 취향을 자극하는 소재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신궁>에서와 같이 높은 예술성과 민중적 공감을 성취하는 일일 것이다.

아무튼 <신궁(神弓)>은 천승세 문학의 여러 장점들을 집약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같은 어촌 문학인 <낙월도>에 비해서 짜임새 있는 골격과 긴장된 문체를 보여 준다. <낙월도>가 너무 암담한 현실로써 독자를 단순한 관조자로 후퇴시킬 위험이 있는데 비해 분량은 <낙월도>보다 훨씬 짧지만 중편소설의 풍성함을 간직한 <신궁(神弓)>은 압축의 묘미와 행동적 의지를 살림으로써 독자와 함께 호흡하는 생동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백낙청, [토속세계와 민중 언어]>

무대는 상수 쪽에 초가집 조형물이 있고, 장면변화에 따라 초가집을 무대 밖으로 이동시켰다가 다시 들여오기를 몇 차한다. 하수 쪽은 술집장면 조형물이 약식으로 세워진다. 수레에 시신을 싣고 무대회전을 하고, 굿을 할 때에는 길게 늘어진 백색의 광목을 사용하고, 연극의 제목처럼 활과 화살을 사용한다. 또 배경화면에 장승포 시내와 앞바다의 풍경, 고기잡이 어선들, 파도, 어선 밑 창고에 죽어있는 어부, 남자 얼굴, 기상변화 등의 영상을 투사해, 반은 영화 같고 반은 연극 같은 느낌의 공연이다.

출연자는 대부분 백색의 한복차림이지만 술집장면에서는 원색의 치마저고리를 입은 인물이 등장을 하고, 선박의 주인이나, 파출소 서장은 양복이나 경찰복장을 착용한다. 출연자들은 노래와 타령을 함께 부르고, 공동 춤사위도 펼친다. 무대전체를 고르게 사용한 연출가의 동선 설정과 출연자들의 퇴장이후에도 노래나 타령이 계속되면서 남도풍의 특색 있는 정서창출에 연출가가 힘을 쏟은 게 드러나고, 서양풍의 배경음악도 극적 분위기 상승에 기여를 한다. 연극은 원작의 줄거리대로 전개되고, 중간휴식시간을 합쳐 2시간 30분짜리 공연물이지만 관객의 몰입도가 여느 공연물보다 높게 형성되고 공감대가 200%까지 형성된 느낌의 공연이다.

이승옥. 정 현, 이봉규, 나기수, 최성웅, 김춘기, 강선숙, 김선동, 국호, 강영하, 박영숙, 김미경, 김승덕, 전정로, 박선정, 김도연, 박시현, 김추리, 김현진, 윤희정, 김선규, 이효은, 임영선, 박찬빈 등 출연자들의 열정적인 호연은 극의 폭발적인 활력소가 되는 느낌이고, 강선숙과 최성웅의 열연은 가히 일품이라 평하겠다. 이봉규, 김선동, 나기수 김춘기 강영하, 박영숙의 열연은 극의 대들보가 되는 느낌이고, 그 외의 연기자들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작화 서응원, 무대미술 손호성, 영상감독 이공희, 촬영감독 최찬규, 스틸 웅진, 영상팀 김선민, 서상화, 김진원, 박수종, 이풍우, 음악 음향 안지홍, 의상 정경희, 분장 박팔영, 분장팀 김영수 김정현 이주연 장소영 이서영, 안무 최보결, 국궁지도 신동술, 조연출 황보연, 무대진행 김효진, 기획 이준서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원로연극제, 천승세 작, 박찬빈 연출의 <신궁(神弓)>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 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