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김현태기자] 모처럼 박찬종(아시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함께 부산길을 동행하게 되었다.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개헌 주장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20대 국회에서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적극 나서고 있고 여야 각 정당 내에서도 개헌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제3자의 시각은 따가웠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찬종 변호사는 16일 ‘뉴스프리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해 “정치권은 개헌론을 거둬야 한다. 개헌론을 접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박 변호사는 “지금의 정치적 혼란, 불신은 헌법 탓이 아니고 헌법대로 하지 않고 지키지 않은 탓”이라며 “개헌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변호사는 개헌론자들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없애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있는 대로 행정부, 국회가 건강한 비판과 견제 관계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비판이다”면서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다당제로 국회의 다양한 의견이 들어갈 수 있도록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인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고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소리는 들어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헌법의 불합리한 부분들은 법률로, 공직선거법의 정당법 등을 고치는 방법 등으로 헌법 취지에 맞도록 고쳐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찬종 변호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현행 헌법 그대로 시행 안해서 문제”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개헌 주장이 봇물 터지듯 제기되고 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현재 개헌론자들이 펼치는 주장은 현행 헌법이 6.29 선언 이후 대통령제 직선제로 개헌된지 29년이 됐고 한 세대가 지났기 때문에 효용이 다 됐다는 것인데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러면서 개헌론자들이 내놓는 논리가 인권, 생명, 환경, 복지에 관한 헌법 조항들이 21세기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은 인권, 생명, 환경, 복지, 다 헌법에 철저하게 규정돼 있다. 그러나 헌법 그대로 시행을 안해서 문제인 것이다. 복지도 미비한 것이 많다. 헌법 탓이 아닌 것이다. 헌법에는 복지를 제대로 하도록 돼 있다. 또 헌법에는 경제민주화 하라고 돼있다. 그런데 왜 헌법 탓으로 돌리느냐. 하위법률로, 대통령 권한 행사로, 국회의원들 권한행사로 제대로 안했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이 생긴 것이다.
“5년 단임제이므로 그나마 부패가 이 정도”
-개헌론자들은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다양한 방안의 개헌안을 주장하고 있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개헌론자들 주장의 핵심은 권력구조에 관한 것이다.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오는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서 내각제,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중구난방으로 제기되고 있다.
우선 내각제를 하게 되면 정당이 정권 교체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정당이 정권을 잡는 것이다. 개헌론자들에게 묻는다. 현재 국민의 불신을 받고 있고 헌법에 규정돼 있는 조항대로 지키지 않는 이 정당들끼리 정권을 주고받으며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는가.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수시로 정당 이름을 바꾸고 매일 싸우고 있는 정당끼리 정권을 두고 싸우면 어찌되겠느냐.
또 4년 중임제는 미국이 이 제도를 하니까 근사하게 보여서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하면 우리나라도 근사하게 될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개헌론자들은 4년 중임제는 처음 당선되고 4년이 지나고 첫 4년 임기에 대한 심판의 기회가 없기 때문에 중임제를 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가 내년 연말 만료된다. 만일 4년 중임제가 도입됐다고 가정한다면 박 대통령이 다시 출마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지금은 5년 단임제이므로 처음 당선된 날 ‘축하합니다’라고만 소리를 지른다. 그러나 4년 중임제가 도입되면 처음 4년 당선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냐고 하면 ‘목표, 8년을 해먹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다. 거기에 따른 부패, 정권 실세들의 발호, 그 꼴을 어떻게 보느냐. 철저하게 부패해져버린다. 또 첫 임기 4년에 대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 4년 중임제를 한다고 하는데 중임에 성공한 대통령이 있다면 그 대통령의 후반부 4년은 어떻게 평가해야 되느냐. 개헌을 해서 또 3선을 허용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정권 첫 재임 4년 심판을 위해서 4년 중임을 하자는 것은 말이 성립이 안된다. 지금 우리 형편으로 단임 5년이므로 그나마 부패가 이 정도이고 지금까지 정권교체도 그런대로 이어져왔다고 본다. 4년 중임제를 하면 우리나라는 부패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원집정부제의 경우에는 대통령과 총리 내각으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핵심은 내각이 실권을 쥔다는 소리다. 내각이 실권을 쥔다면 결국 내각책임제와 똑같이 정당이 정권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이런 정당을 믿고 어떻게 이원집정부제를 하겠느냐. 이것은 내각제를 하자는 소리와 똑같은 소리다.
“국회의원 선거제도 중대선거구제로 고치면 제왕적 대통령제 비판 들어갈 것”
“헌법의 불합리한 부분들은 법률 개정으로 고쳐가면 돼”
-그렇다면 개헌론자들이 주장하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어떻게 보완될 수 있을까.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돼있는 대로 행정부, 국회가 건강한 비판과 견제 관계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비판이다. 그것은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헌법 46조를 스스로 포기한 것에서 제왕적 대통령이 만들어진 것이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제로 승자독식제도다.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다당제로 국회의 다양한 의견이 들어갈 수 있도록 중대선거구제로 고치면 된다. 그렇게 해서 대통령을 제대로 견제하면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소리는 들어가게 된다.
또 국회가 정당끼리의 싸움터가 돼 있고 국회의원이 정당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것, 국회를 정당 파견관인 국회의원들의 싸움터가 된 것을 헌법 탓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헌법대로 안해서 그런 것이다. 헌법 8조에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고 돼있는데 계파의 당권투쟁 조직으로 변질돼왔다. 당이 다음 공천권을 움켜쥐고 국회의원을 부속품으로 만들면서 앞서 언급한 헌법 46조에 규정된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는 국회의원의 기본 의무를 짓밟았기 때문에 오늘날 국회와 정당이 저 꼴이 된 것이다. 헌법대로 해라. 헌법 8조와 헌법 46조를 지켜라.
결론은 지금의 정치적 혼란, 불신은 헌법 탓이 아니고 헌법대로 하지 않고 지키지 않은 탓이다. 개헌할 필요가 없다. 헌법은 국가 기본법으로 그것의 전통을 쌓아가야 한다. 현재 헌법의 불합리한 부분들은 법률로, 공직선거법의 정당법 등을 고치는 방법 등으로 헌법 취지에 맞도록 고쳐가면 되는 것이다. 국가기본법을 개정하려고 하면 소용돌이에 빠질 뿐만 아니라 지금 개헌이 되질 않는다. 결국 개헌은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국회의원 선거 유권자 절반 이상이 투표하고 거기에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그런데 반대론자가 있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다. 개헌론자들이 국민들을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싸우니까 개헌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착오에 빠뜨려놓고 있다. 정치권은 개헌론을 거둬야 한다. 개헌론을 접어야 한다.
김현태기자 newsfreezon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