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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시대 희망 찾기]‘성장 열매’를 복지에 투입하면 ..

[저성장시대 희망 찾기]‘성장 열매’를 복지에 투입하면 경제 효율·사회 형평 ‘일거양득’

남지원 기자 입력 2015/01/25 20:33

(5) 북유럽의 경우

▲ 고소득층 소득세율 약 60%… 고부담·고복지 체제 틀 갖춰
 성장 외면한 복지와는 거리… 철저한 자유시장 경제모델
 감세·재정지출 줄이더라도 사회복지 ‘큰 틀’ 안 허물어
 

“평균적인 재능과 소득수준을 가진 사람으로 세계 어딘가에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누구든 북유럽에서 태어나기를 원할 것이다.”

지난해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북유럽 경제모델의 성공비결에 대해 분석한 특집기사에서 이같이 표현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는 경제성장에 매달려 극단적 불평등을 낳은 영미식 자본주의와 남부 유럽의 경제파탄을 목격했다. 그 이후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북유럽의 경제모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성장과 분배를 두 축으로 한 북유럽 경제모델
 

 북유럽 경제모델은 최저수준의 저소득층에 대해서만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미식 자본주의와는 다르다. 성장과 복지를 두 축으로 높은 수준의 보편적 복지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스칸디나비아 3국이라 불리는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과 덴마크 정도가 북유럽 복지국가로 한데 묶이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과 산업구조는 각각 다르다. 예컨대 노르웨이는 1960년대 북해에서 유전이 터지면서 산유국 반열에 올라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보편적 복지를 실행에 옮겼다. 스웨덴은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하는 발렌베리가 경제를 이끈다. 핀란드는 노키아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들 나라가 북유럽 복지국가로 묶이는 것은 세금을 많이 걷어 교육과 의료, 연금 등 사회보장을 국가가 해결하는 ‘고부담·고복지 체제’의 틀을 갖추고 있어서다. 이들 국가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은 60%에 가깝다. 2013년 현재 조세부담률은 덴마크 48.6%, 핀란드 44.0%, 스웨덴 42.8%, 노르웨이 4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4.1%)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북유럽 국가들이 성장을 외면하고 복지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높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경제성장률이 전제돼야 한다. 되레 북유럽 경제모델은 철저한 자유시장 경제모델을 따르고 있다.
 

인구가 적어 내수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북유럽 국가들은 일찌감치 자유무역을 추구해왔다. 노동시장도 유연하다. 덴마크에서는 기업들이 경영상 필요에 의해 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 대신 임금의 90%에 이르는 실업수당을 정부가 지급한다. 노동자들은 실업상태에서도 생계를 꾸려나갈 수 있다.
 

■ ‘성장을 위한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재정부문 개혁
 

 북유럽 국가들은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성장을 위한 성장’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경제성장의 성과를 복지재정에 투입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한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회생시키는 일도 없다. 스웨덴은 자동차 제조업체 사브가 파산하고, 볼보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지 않았다.
 

북유럽 국가들이 복지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공공부문 지출을 효율적으로 관리했기 때문이다. 1980~1990년대 경제위기를 겪었던 북유럽 국가들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스웨덴은 1990년대 중반부터 흑자재정을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으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했고,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연금지급액을 낮췄다. 덴마크도 연금 수령시기를 늦추고, 실업수당 지급기한을 줄였다. 북유럽 국가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재정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사·정 사회협약’을 통한 갈등요인의 해소, 정부 행정의 투명성 유지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는 북유럽 국가들의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경제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보도했다. 북유럽 국가의 복지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이 세금을 낮추거나 재정지출을 줄일 때면 일각에선 “복지병을 우려해 경제성장으로 눈을 돌렸다”고 반색했다. 하지만 북유럽 국가들은 사회복지 체제의 큰 틀을 허문 적이 없다.
 

예컨대 2006년 우파정권 집권 후 스웨덴은 실업수당 제도를 손질했다. 실업수당을 없애지 않고 임금의 80%에 이르던 실업수당을 70%로 줄이고 수당을 받으려면 노동시장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만들었다. 재정지출을 줄였지만 보편적 복지의 큰 틀을 깬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여전히 북유럽 국가들의 GDP 대비 공공지출 비중은 50%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일자리 가운데 30%는 공공부문이 창출하고 있다. OECD 평균의 두 배다.
 

그럼에도 최근 북유럽 국가의 ‘감세 드라이브’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핀란드는 법인세율을 24.5%에서 20%로 낮췄고, 노르웨이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는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연 강연에서 노르웨이의 감세 정책에 대해 “투자유치를 위한 과도한 국가간 경쟁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리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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