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라오스 올림픽 위원회 본부에서 <라오스 최초의 야구장 건립사업>을 위한 관련부처 및 담당자들과의 회의가 진행됐습니다. 회의에 참석하신 이만수 감독님께서 일기를 보내오셨는데요. 감독님의 근황과 야구장 건설 상황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소식 전해드립니다.
<라오스에서 보내 온 헐크의 일기>
한국으로의 귀국을 앞두고 라오스 정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회의에 앞서 지난 4년 여간 라오스에서 활동했던 나의 활동 및 경과를 보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어차피 다들 알면서 뭐 이런 걸 또 시키나 싶었지만 발표를 하며 나 스스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야구장 사업에 대한 브리핑과 현재 필요한 공문 및 현지 설계 회사에게서 얻어야 하는 설계도면 등을 각 부처에 요청했다. 이후 산림청 및 야구장이 건설되고 있는 지역의 운영 관리소 입장을 듣고 공사 부지의 작업 진행 지연 및 공사에 있어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이유 등을 호소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이번 회의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예상외로 라오스 정부 부처의 간부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동안 라오스 야구단을 위해 지난 5년여의 세월동안 한국의 기업, 민간단체, 개인 등이 보여준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라오스 정부측에게 신뢰로 다가가 결국 야구장 건축 허가 승인이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됐던 것이다.
또 보이지 않은 곳에서 많은 헌신을 했던 이들이 없었다면 라오스에서의 야구장 건립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지난 5년간의 신뢰가 오늘날 이런 기적을 이루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주의 정부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명령으로 인해 모든 업무들이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을 깨고 이들은 회의내내 자유로운 환경에서 허심탄회하게 반문하고 발표했다. 외형상의 모습에 연연하지 않고 회의 중 껌을 씹고 하품을 해도 서로 개의치 않고 틀에 박히지 않은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역시 유교의 영향으로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은연중에 자리잡아 부하가 상사에게 반문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 사회주의국가는 그런 외형상의 문화보다 철저한 서류와 절차를 중요시 여기는 모습이었다.
여러 난관을 거쳐 어렵게 야구장 후원사가 나타났던 것이다. 비록 꿈꿔왔던 4면 부지의 야구장은 아니지만 그래도 1면이라도 건설하는 게 꿈만 같다.
인고의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막상 건설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에서 돌발 상황이 터진다는 보고가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에 있는 나에게 날아왔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한국에서의 모든 스케줄을 조정해서 부리나케 라오스로 날아온 것이다.
이러한 다급한 국면에서 열린 회의였던 것이다. 첫 야구장 건립에 대한 중간 브리핑 시간 내내 부끄럽고 창피해서 얼굴을 들을 수가 없었다. 철두철미하게 진행되었어야 하는 건설이 한국인들의 경험부족으로 인한 미숙함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한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생각됐던 라오스가 더 철저하게 일 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나마 감사한 부분은 야구장 건설에 관한 한국인들의 경험부족을 라오스 정부에서는 이해해줬다. 지난 5년 간 꾸준히 보여줬던 한국인들의 도움 덕분에 신뢰가 쌓였던 것이다.
사실 라오스 정부는 전적으로 나를 믿고 있다. 그래서 부담이 상당하다. 오늘 회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의 잘못된 선입견도 버려야함을 느꼈다. 나를 포함한 많은 한국인들이 야구장 건설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비록 실수도 많지만 결국 우리는 해내야 한다. 이제 라오스에서는 우리를 한국인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바라보고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겪은 시행착오를 교훈삼아 남은 건설 기간동안 더욱 힘을 모아 이곳 라오스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게 어느새 내 목표가 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