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김정은 권력지도
황병서·김원홍·한광상 등
2013 장성택 숙청 주도 세력
황·김, 자녀들 이권 놓고 암투
집권 4년차 새판 짜기 요동
김원홍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아들 김철이 최근 노동당 특별조사를 받았다고 정보당국 관계자가 25일 전했다. 김철은 중국산 상품·자재의 수입과 북한 내 유통에 부당 개입해 막대한 이권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조사를 지시한 사람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다. 김철에 대한 조사를 둘러싸고 북한 권력층 내부에선 황병서의 수양딸이 북·중 교역에서 돈벌이가 제일 좋다는 인민소비품(생필품)에 손을 댄 게 드러나면서 미묘한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한다. 황병서가 자기 자식을 챙기려 했다는 입소문 때문이었다. 대북 부처의 한 핵심 인사는 “김원홍 보위부장이 황병서의 칼날에 맞서려 절치부심한다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집권 4년차를 맞은 김정은 체제 핵심부가 권력과 이권다툼으로 요동치고 있다.
김정은은 3대 세습을 완성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노동당과 군부의 파워 엘리트들은 사활을 건 새판 짜기 게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는 출범 3년(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기준)을 넘긴 김정은 체제의 권력 변동을 추적,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2015년 김정은과 파워 엘리트를 한눈에 보여주는 권력지도를 만들었다.
우선 김정은 시대 평양 권력의 뼈대를 들여다봤다. 김정은에게 발탁돼 요직을 차지함으로써 신(新)실세로 부상한 인물은 이른바 ‘삼지연 8인 그룹’이다. 이들은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처형할 때 앞장섰다. 장성택을 체포해 국가안전보위부 감옥에 수감한 김원홍 보위부장과 황병서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현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등은 장성택 사형이 집행되기 보름 전인 2013년 11월 말 김정은을 수행해 백두산이 있는 양강도 삼지연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김정은 후계자 만들기에 올인한 공신세력의 약진도 주목된다. 생모 고영희를 도와 김정일 위원장의 막내아들 정은을 후계자로 옹립한 황병서와 조연준은 각각 총정치국장과 당 제1부부장에 올랐다. 해외 조기 유학 때 후견인을 맡았던 스위스 대사 이수용은 대외정책 사령탑인 외무상에 앉았다. 최부일 인민보안상이 지난해 평양시 아파트 붕괴 참사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건 어린 시절 농구교사란 인연 때문이란 분석이다.
빨치산 2세인 최용해(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는 김정일 시대에 이어 최고실세 그룹에 자리하고 있다. 장성택 처형의 전면에 나서거나 후계구축에 줄을 선 흔적이 드러나지 않지만 대를 이어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유학 후견 이수용, 농구코치 최부일 … 후계 공신들 대약진
‘운구차 7인’ 몰락·퇴조 … ‘삼지연 8인 그룹’으로 권력이동
빨치산 2세 최용해 대 이어 건재
내각선 소장파 관료 이용남 주목
‘운구차 7인’ 중 80대 2명만 남아
군 총정치국장에서 물러나면서 한때 실각설이 나돌았지만 최근엔 황병서 총정치국장보다 먼저 호명되거나 김정은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재부상했다.
내각은 박봉주 총리와 노두철 부총리가 최측근에 포진, 북한 경제를 이끌고 있다. 올해 55세인 이용남 대외경제상은 소장파 경제관료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6월 무역성·조선합영투자위원회·국가경제개발위원회 등 3개 기구를 통합해 출범한 대외경제성은 경제특구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반면 김정일 장례식 운구차 7인방은 몰락하거나 세력을 잃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 과외교사로 낙점해준 이영호 군 총참모장은 불과 7개월 만에 숙청됐고,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역시 반당종파 혐의로 처형당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훈척연대(공신과 친·인척 세력의 결합)가 붕괴됐고, 운구차 7인 중 80대 고령인 김기남·최태복 비서만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김정은 권력에 대해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권력을 장악해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렇지만 숙청의 후유증도 감지된다. 고모부까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는 현실을 접한 평양 권력층은 꽁꽁 얼어붙었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남북 군사회담 당시 북측 단장인 김영철은 딴생각을 하거나 뭔가 다른 자료를 들여다보는 등 집중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회담 관계자는 “협상에서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끝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과거와 달리 정서가 불안해 보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워 엘리트에 대한 공포통치는 체제 효율성을 떨어뜨려 김정은 체제의 순항에 중장기적으로 큰 불안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