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언'은 제한적이고 우회적 수준에 그칠듯
이완구 의원은 평생의 꿈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에 오르게 됐다.
국무총리 지명 통보를 받고 한숨도 자지 못했다는 그의 일성이 이를 대변한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좀처럼 자신의 소망을 말하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총리를 맡으면 아주 잘 할 것이라는 말을 충남지사 시절 한 적이 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지난 2009년 11월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외치며 충남지사직을 던질 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지금 그만둘 시점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2010년 지방선거를 6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어 '혹시 박근혜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 때 큰 중책을 맡겠네요?'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걸 그렇게 연결할 수도 있나"라며 "그런 기회가 오면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대답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정홍원 후임 총리 인선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이 대표께서 총리를 맡으면 아주 잘 할 텐데… 한번 해보겠다고 하지 그러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내가 어떻게 그걸 말하느냐"며 싫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지난해 7월 새정치민주연합의 카운터파트였던 박영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을 받고 "이런 분(이완구 대표)이 총리를 하면 괜찮을 것, 문제 없을 것"이라고 하자, 박 대통령은 미소를 띠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배석했던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때부터 차기 총리 1순위는 이완구 원내대표임을 알았다.
◇ 그는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다고 공언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는 지난 23일 총리로 지명되자마자 일성으로 "대통령에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마지막 공직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통령에 직언을 하지 못하는 총리는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직언하는 총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완구 후보자가 박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할 것이라는 공언에 "그럴 것"이라고 대답하는 정치인은 별로 없다.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은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후보자를 잘 아는 한 의원은 "(직언을)별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의 한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꿀 정도로 직언을 하지 않을 것이며 대통령의 비위를 맞출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이완구 대표는 박 대통령의 청와대 초청 행사 때 보니까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듣기 거북스러운 말을 하면 눈짓과 얼굴 표정을 통해 그만하라는 신호를 수도 없이 보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알아서 판단하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총리로 임명장을 받더라도 그가 총리 지명 일성으로 밝힌 "대통령에 쓴소리, 직언"은 극히 제한적이고 우회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청문회에서 대통령에게 직언,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장담할 것이다. 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한 일종의 '야당 달래기' 차원 발언일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 방식 국정운영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라서 그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국민이 보기에 좋은 모습으로 각색하고 윤색하는 역할을 주도할 것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처럼 기초노령연금 문제를 갖고 박 대통령에게 안 된다고 직언하는 모습이란 그에겐 애초부터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이다.
◇ 이완구, 상황 판단이 아주 빠른 정치인이다
특히 그는 상황 판단과 대처가 아주 민첩하다.
아들의 병역 문제가 불거지자 "공개검증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총리 지명 발표가 나오자마자 야당으로 달려간 것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소통에 있어 나무랄 데 없는 정치인 반열에 오른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정치권과의,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선 아주 어울리는 총리감이다.
그러나 그것도 상당 부분이 의도적이고, 목적이 있는 소통이 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 이완구 후보자에겐 신뢰성 없는 발언이 많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그렇지만 이완구 후보자에겐 '허언'이 많은 정치인 부류에 속한다.
충남도지사 시절 건설업을 하고 있던 충청 지역의 한 언론사 사주를 찾아가 120억짜리 관급 공사를 주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곧이어 현실성이 없던 헛말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주는 이 후보자(당시 도지사)의 '빈말'을 철썩 같이 믿었다고 한다.
그를 접한 여러 명의 중견 언론인들은 이 후보자의 잦은 공언(空言)에 대해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1974년 제 1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에서 사무관을 하다 경찰로 전직해 충남경찰청장을 끝으로 1995년 옷을 벗고 민자당에 입당해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 출마해 고향인 청양·홍성에서 당선됐고, 김종필 전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신한국당에서 사실상 쫓겨 나오자 JP를 따라 자민련으로 갔다.
◇ 그는 DJP연합을 깬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98년 DJP연합 정권 출범 때 자민련의 대변인과 사무총장 등 당직을 맡아 DJP 국정운영에 상당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다.
지난 2000년 임동원 통일부 장관의 해임 문제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가 갈등을 빚을 때 JP에게 DJP 연합을 깨고 갈라서라는 주문을 하고 실제로 그런 역할을 했다.
이때부터 그에겐 정치적 수, 이른바 '잔꾀'를 잘 낸다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야당이 지난 7·30재보궐 선거에 세월호 참사를 활용하고,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바람에 이완구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의 정치적 수 싸움에 걸렸다.
대참사 앞에서 야당은 어설프게 대응했으나 여당은 정치적 활용 의중을 담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특히 그랬다.
작금의 국회 운영도 거의 대부분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주호영 정책위 의장의 뜻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완구 후보자는 2009년 말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충남지사직을 전격적으로 던졌다.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했던 박 대통령 눈에 제대로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국무총리 후보 지명도,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그런 행동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보는 정치인도 있다.
세종시 원안을 거부하고 박근혜 의원의 수정안을 지지하는 바람에 그는 고초도 겪었다.
충남 지사직을 물러난 이후 이명박 정권의 검찰로부터 주변을 샅샅이 뒤짐을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 재입성을 노렸으나 그해 1월 다발성골수종 판정을 받고 투병을 위해 출마를 접었고, 8개월간의 골수이식 수술과 항암치료 끝에 죽음의 병마를 극복했다.
정치를 접고 조용히 지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13년 4월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서 80%에 가까운 득표율로 화려하게 정치권에 복귀했다.
◇ 암을 극복하고 화려하게 부활한 오뚝이 같은 정치인
지난 7개월 동안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야당 원내대표가 교체되는 진통 속에서도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냈고, 새해 예산안을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 처리했다.
그는 정치력을 겸비했을 뿐만 아니라 권력의지도 강해 이해찬 전 총리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할 것이다. 이해찬 전 총리만큼의 권한이나 책임은 없을 것이다.
이완구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심기를 잘 살피고 비위를 잘 맞추는 총리가 될 것이다.
곧 물러날 김기춘 비서실장 이상의 정치적 '위상'을 가질 개연성이 있다.
친박의 한 핵심 인사는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이 이완구 총리와 최경환 부총리 주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 이완구 후보자는 '충청권 대망론'을 품고 있다
그는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그에겐 1차 소망(총리)보다 더 크고 창대한 정치적 포부(?)가 있다. 그의 가슴 속엔 충청권 대망론이 자라고 있다.
새누리당에는 차기 대선 후보군에 한 명이 추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