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온라인뉴스부] 삼성전자발 서열파괴, 인사혁신 등 기업문화 개선 바람이 권위주의에 물든 대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7일 기존 수직적 조직문화의 틀을 깨기 위한 인사혁신 로드맵을 발표했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 빠른 소비자 트렌드 변화 속 창의적이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어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목표다.
◆조직문화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 제고
이를 위해 직급을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이하 CL)에 따른 4단계(CL1~CL4)로 단순화하고 수평적 소통을 장려하는 상호존중의 호칭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임직원 간 공통호칭은 ‘OOO님’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부서 내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상대방을 존중하는 수평적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임직원 편의를 위해 올해 하절기부터는 반바지 착용도 가능해지며 불필요한 잔업·특근·회의 근절, 계획형 휴가제 정착, 동시 보고를 통한 스피드 보고문화 등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국내 최고·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내놓은 조직문화 혁신안에 다른 대기업들도 정착 여부와 성과를 지켜보며 도입 여부를 고민하겠다는 분위기다.
그간 재계 안팎에선 낡은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지난해 6월부터 9개월간 국내기업 100개사를 심층 조사해 작성한 ‘한국기업의 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상명하복, 야근 등 후진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내기업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서울 대한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기업문화와 기업경쟁력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기업문화로는 더이상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과 함께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재계 맏형 행보 예의주시
일부 대기업들은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사내 방송을 통해 호칭 체계, 휴가 문화, 동료 평가 등 조직문화 혁신을 예고했으며 이와 관련한 세부안을 올해 연말까지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06년부터 팀장·팀원 체계에 따라 팀원끼리는 연차에 상관없이 모두 ‘매니저’라는 호칭을 쓰고 있다. 승진과 급여 산정 등에는 삼성전자와 유사한 B2(사원), B3(대리급), B4(과장급), A(차장·부장급) 등 4단계의 보이지 않는 자체 기준을 적용한다.
반면 수평적 기업문화 도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곳도 있다. 일례로 KT는 2012년 ‘매니저’ 호칭을 도입했지만 공기업 잔재가 남아있는 기업문화와 승진의욕 감소 등의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며 2년 뒤 황창규 회장 취임 후 과거 직급제로 회귀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재계 맏형 격인 삼성의 행보는 재계 전체가 예의주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혁신안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지를 지켜보며 이를 따라 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