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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기고]2016 현대극페스티벌 서울연극앙상블, 황동근 연출 여무영의 모노드라마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7/02 14:34

대학로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사무엘 베케트 원작, 황동근 연출의 여무영의 모노드라마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를 관람했다.

사무엘 베캐트(Samuel Beckett 1906~1989)는 아일랜드 더블린 출생으로 트리니티 칼리지를 졸업한 후, 벨파스트에서 교편 생활을 시작했다. 1928년, 파리 고등사범학교의 강사로 부임하여 그곳에서 《율리시스》의 저자 제임스 조이스를 만나게 된다. 그 후 유럽 전역을 여행하던 끝에 1937년 파리에 정착했고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에 참여하기도했다. 종전까지 나치를 피해 은거, 노동자로 생활하면서 다수의 작품을 구상하고 집 하는작업을 계속했다. 베케트는 뛰어난 언어 구사력으로 프랑스어와 영어, 두 가지 언어로 글을 썼으며 《고도를 기다리며》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로 이후 무수한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머피><몰로이><말론 죽다><이름 붙일 수 없는 것>, <와트> 등의 소설과 단막극으로 <승부의 끝>, <무언극>, 비평서 <프루스트> 등이 있다.

그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다 준 것은 단연 <고도를 기다리며>였으며 196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중과 언론의 접촉을 기피했고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1989년 일생의 반려자였던 아내 수잔이 7월 17일 세상을 뜨자 실의에 잠겼던 베케트는 12월22일 그 뒤를 따랐다.

황동근은 동국대학교/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여무영은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하고 동랑레파토리극단에서 활동했다. 러시아 국립 모스크바 쉐쁘낀 연극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시극단 지도단원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출연작품으로는 '초분', '태', '소', '마의태자', '리어왕', '보이첵', '갈매기','벚꽃동산''세일즈맨의 죽음', '안티고네', '베니스의 상인', '햄릿', '밤 주막', '출세기','침묵의 바다', '시련', '길 떠나는 가족', '민중의 적', '말괄량이 길들이기','엘리펀트 맨', '한여름 밤의 꿈', '사천의 착한 사람들', '헨리 4세' 외 120여 편과 TV드라마, 영화 다수가 있다.

연출작품으로는 '까치의 죽음', '이수일과 심순애', '영원한 아리아', '가스펠', '백조의 노래', '출세기', '병사의 이야기', '십이야' 등이 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는 2010서울연극올림픽의 개막작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미국의 로버트 윌슨이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하고 직접 출연까지 해 성공을 거두었다.

2011년에는 노을소극장에서 극단 TNT의 이지훈 연출로 공연되고, 김준삼과 권남희가 출연해 역시 성공작이 되었다. 이 공연에서 '크라프의 마지막 테이프'는 극중의 크라프가 사무엘 베케트 자신일 것이라는 연출 설정이 돋보였다. 그리고 공연 말미에 해설자를 등장시켜 관객과의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시키기도 했다. 이번 연극에서는 여무영의 모노드라마로 펼쳐진다.

공연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클래식 기타 연주가 오승국의 감미로운 연주가 펼쳐지고, 소프라노 최주희가 등장해 은하수 쟁반에 초저녁별이 구르는 듯싶은 음성으로 노래를 불러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받는다. 특히 엔리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영화 미션의 주제가에 가사를 붙여 교황에서 부른 뮤지컬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 환타지아를 앙콜 송으로 불러 관객의 기억에 영원히 새겨 넣기도 했다.

연극에서 극중 크랩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든 작가로, 해마다 생일이 되면 홀로 자신의 느낌과 생각을 녹음해 보관하는 일을 계속해온 것으로 설정된다. 69번째 생일에 그는 과거 녹음한 릴(reel) 테이프를 하나 집어 녹음기에 건다. 그것은 크랩이 30년 전인 39세 때 녹음한 테이프다. 그 테이프에서 크라프는 10년 전인 29세 때의 일을 술회한다. 

외롭고 늙은 작가가 좋아하는 일은 옛날에 녹음한 테이프를 틀어서 들으며, 바나나를 먹거나, 술을 마시는 것뿐이다. 그리고 다시 녹음을 한다. 그러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그 일이 결국은 무의미하고 허망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녹음을 중단하고 테이프를 모조리 바닥에 집어던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난다.

여무영이 크랩 역을 맡아 사무엘 베케트를 연상시키는 명연기로 갈채를 받는다.

기획 최종혁, 조연출 이은화, 무대감독 양진석, 미술 김진아, 조명 강대경, 음향 조현정 등 제작진과 출연진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2016 현대극페스티벌 참가작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의 사무엘 베케트 원작, 황동근 연출의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를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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