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동 예술공간 오르다에서 연극집단 반 20주년 기념공연 공동창작 박장렬 연출의 <미씽 미쓰리>를 관람했다.
박장렬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출신으로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연극집단 반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이다. 서울연극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우석대학교 연극과, 인천전문대학교에 출강하고, ‘100만원 연극공동체’ 위원장, 사랑티켓 심의위원, 공연예술아카데미총동문회5대회장이다.
작품으로는 <미씽 미쓰리> <집을 떠나며> <나무 물고기> <이혈> <신발 뜨겁고 격렬한 인생> <귀뚜라미가 온다> <72시간> <유형지> <미리내> <달하>를 집필 또는 연출했다.
무대는 하수 쪽 배경 가까이 이삿짐 같은 짐이 잔뜩 쌓여있다. 바닥은 온돌인 듯싶고, 긴 안락의자가 놓여있다. 재봉틀과 주문을 받은 옷가지로 보아, 재봉 일을 하는 집이다. 상수 쪽은 요즘 흔한 구멍가게로 보이지만, 마트라는 글자가 간판 대신 쓰여 있고, 긴 나무의자와 원탁 그리고 등받이 의자가 놓여 있다.
달동네라는 설정이고, 건물에 벽이나 창문이 없지만 배경 가까이에 이 동네로 들어오는 길이 있어 마트를 돌아 들어올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벽이 없기에 여주인공이 재봉 일을 하면서 마트 밖 긴 나무의자에 앉은 나이 지긋한 마트 주인과 비슷한 고령의 동네 아낙, 또는 부근 동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출된다.
어둠 속에서 오프닝 뮤직이 흘러나오면서 조명 들어오면, 이 어수선한 풍경 속에서 이웃 간의 대화가 흥미를 끈다. 연극의 주제인 달동네의 개발과 연관해 개발 찬성파와 반대파간에 갈등이 한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군다. 늦은 저녁시간에 한 청년이 발을 다친 채 절룩거리며 재봉 일을 하는 여주인공 집으로 들이닥친다. 그와 동시에 뉴스 방송 소리가 들리며 부친을 살해한 청년이 경찰 취조 중 도주한 사실이 전해진다.
장면전환이 되면 여주인공이 도주한 청년의 부상당한 발을 정성껏 치료해 주는 장면과 미혼으로 설정된 남녀의 사랑장면이 은연중에 관객의 가슴을 달아오르도록 만든다.
달동네 사람들이 개발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뉘고, 반대파는 시위를 해서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방송이나 여론으로 알리려 한다. 나이 지긋한 마트 주인은 좀처럼 시위에 참가하거나 가타부타 의사표명을 않는 성격이지만, 당국에서 무력으로 반대파를 닦달하는 것에 분노해 시위대에 가담을 할 결심을 하게 되고, 드디어 시위에 앞장서 참가를 하니 이 사실이 방송이나 언론매체에 커다랗게 보도가 된다. 결국 마트 주인은 시위주도를 한 혐의로 체포되어 끌려간다. 달동네가 텅 빈 것 같은 분위기에 쌓인다.
재봉 집 바닥에 숨어있는 청년을 여주인공이 끌어내니, 청년은 다 낳은 다리로 똑바로 서서 여주인공에게 작별인사를 한다. 청년에게 몸과 마음을 주었던 여주인공은 청년의 작별 인사를 받으며 흘리는 눈물에 관객은 저마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청년마저 떠난 텅 빈 마을에, 남정네들이 몰려들어 강제로 개발 찬성자 명부에 서명을 하라며 남은 아낙네와 여중인공에게 으름장을 놓는다. 여주인공이 거부의사를 밝히니, 이들은 폭력을 휘두를 태세로 위협을 한다. 여주인공이 내실로 피하니, 내실까지 들어간 남정네들이 폭력을 휘두르는 소리인지 툭탁거리는 소리가 한동안 들리다가 남정네들이 돌연 밖으로 황급히 뛰어나온다.
곧이어 뒤따라 나온 여주인공의 손에는 휘발유통과 라이터가 들려있고, 여주인공은 라이터의 불을 켠다. 남정네들은 기급을 하고 되돌아간다. 그와 동시에 방송으로 개발 반대파의 시위를 주도했다는 명목으로 마트 주인인 나이 지긋한 인물의 구속소식이 전해지니, 여주인공은 비탄에 잠긴다. 좀 있다가 방송에서 부친살해 도주범이 진범의 등장으로 무죄 방면된 사실이 알려진다. 그 소식에 여주인공은 잠시 기쁜 표정을 짓지만 한번 떠난 청년이 되돌아오랴?
잠시 후 낙담한 표정으로 재봉틀 집 밖으로 나서는 여주인공 앞에 돌연 무죄 방면된 청년이 정장차림에 꽃다발을 들고 등장한다. 마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 불꽃같은 정겨움이 일더니 잠시 후 두 사람이 다가가 와락 포옹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우레와 같은 관객의 박수소리와 함께 끝을 맺는다.
권남희, 김담희, 한필수, 정종훈, 이창익, 문창완, 진종민, 송현섭, 김 천, 이가을, 이재영, 송지나, 하서미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은 시종일관 관객을 집중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여주인공 권남희의 일생일대의 명연이 기억에 남는다.
조연출 김병수 외에 작가를 비롯한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드러나, 연극집단 반 20주년 기념공연작 박장렬 연출의 <미씽 미쓰리>를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