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 반발
12개 영화단체 ‘보복인사 철회’ 요구
부산시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 사퇴 권고에 영화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화제는 물론 국내 대표적인 영화단체들도 성명을 내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영화제는 26일 “(부산시 감사 결과)어떤 문제가 있는지 서로 인지하고, 어떻게 고칠지 합의하는 과정 없이 부산시가 일방적으로, 공공연하게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부산시가 개선방안을 제시하라고 요청하면 정중히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영화제의 이 같은 대응은 부산시 고위 관계자들이 23일 이 위원장을 만나 ‘(영화제 조직위원장인)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이 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진 뒤 나흘 만에 나온 공식 입장이다. 이미 ‘사퇴할 뜻이 없다’는 이 위원장 입장의 연장선이다.
영화제는 또 부산시가 ‘문제’라고 지적한 세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해명했다. 영화제는 ‘직원을 공개 채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최근 2년 동안 정규직 전원은 공개 채용 절차를 거쳤다”고 반박했다. 또 ‘업무의 긴급성으로 사전결재 없이 예산을 집행했다’는 주장에는 “착오나 단순 과실을 포괄해 ‘재정운영이 방만하다’는 지적은 과장됐다”고 밝혔다. ‘상영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한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에는 “프로그래머의 독립성 보장과 역할 존중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지금의 국제적인 위상을 가진 핵심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은 지난해 영화제 때 상영한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을 둘러싼 논란의 연장선이다. 세월호 사고 구조 과정을 그린 ‘다이빙 벨’이 상영작에 포함되자 부산시는‘상영하지 않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지만 영화제는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맞섰다.
영화단체들은 당시 외압 논란을 촉발한 이 사태가 이 위원장의 사퇴 권고로 이어졌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 영화프로듀서조합 등 12개 단체는 26일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종용을 즉각 철회하지 않으면 부산시는 영화인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프로그래머들의 작품 선정 권한 보장은 영화제 존립의 가장 중요한 근거이고 정치인이 작품 선정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영화제가 19년 동안 아시아의 대표적 영화제로 성장한 것도 이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어 “부산시가 19년을 이어온 영화제의 정체성과 존립마저 흔들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기구 조직 방침을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