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료 선교사 홍건 박사와 그림
지구 반대편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에는 서울 명성교회(김삼환 목사)가 의료선교를 위해 세운 명성기독병원(MCM)이 있다. 병원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입구부터 복도 곳곳을 가득 채운 그림들. 예배를 드리는 현지인이나 의사의 진료 모습을 담은 유화들인데, 모두 이 병원 방사선 전문의 홍건(70) 박사의 작품이다.
“오지 의료봉사나 선교집회를 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풍경을 그린 게 많습니다. 단기선교 때 꼭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거든요.”
홍 박사는 병원에서 함께하는 이동 진료를 포함해 작년에 일곱 번, 올해에는 1월과 2월 두 번 오지 봉사를 다녀왔다. 오랜 미국 생활로 영어 설교가 가능해 2000∼3000명씩 모이는 전도 집회를 혼자서 인도하기도 한다.
“저는 성경공부를 통해 말씀으로 변화 받은 사람입니다. 원래 불교집안에서 자랐어요. 서울대 의대를 마치고 미국 시카고에서 40년을 살았지요. 결혼 후 아내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믿는 예수는 누군가’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향수도 달랠 겸 교회에 출석한 게 신앙의 계기가 됐습니다. 그러다 성가대에 서고 주일학교 교사도 하고, 장로 직분까지 받았습니다.”
믿음이 생긴 후 홍 박사는 크리스천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료선교라는 생각에 북한을 두 번 방문한 것을 포함해 중국과 러시아, 이집트, 케냐 등 20여 개 국에 단기 봉사를 다녔다. 에티오피아에는 2009년 처음 들렀던 것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미국 국적이어서 북한에 갈 수 있었죠. 실은 은퇴 후 의료선교 할 곳을 놓고 계속 고민했어요. 북한에 가고 싶었지만 선교활동이 어렵고 신변 안전도 보장되지 않겠더라고요. 그런데 명성병원에는 아프리카 최고의 방사선진단 장비가 갖춰져 있었어요. 미국에서 하던 높은 수준의 진료를 이곳에서도 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에티오피아는 같은 기독교 국가라 선교활동을 방해하지도 않고요.”
홍 박사가 명성기독병원에 합류한 것은 2013년 은퇴 직후다. 병원에선 무보수로 일하고 지방 진료와 선교집회도 자비량으로 준비한다. 그동안 모아놓은 것을 ‘곶감 빼먹듯’ 쓰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기만 하단다.
“은퇴 후에 다시 일할 기회를 주셨고 선교하면서 좋아하는 그림도 맘껏 그릴 수 있으니, 이곳이 저한테는 천국이죠.”
홍 박사는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당신을 위해 기도해도 되겠느냐”고 묻곤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슬림 환자를 개종시킨 일도 있다고 한다.
“그 무슬림 환자는 뱃속에 고름이 가득 찬 채로 왔어요. 다른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후유증이 생겼는데 의사가 재수술을 포기한 거죠. 제가 수술하지 않고 바늘을 찔러서 고름을 다 뽑아냈어요. 특별한 보람이었죠.”
홍건 박사가 이끌고 있는 에티오피아 청소년 축구팀
홍건 박사는 7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 예루살렘 성전에서 미술작품 전시회를 하고 있다. ‘나의 사랑하는 에티오피아’라는 주제로 7월 1일∼17일에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 전시관, 20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FM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병원을 위해 기도하고 헌금한 명성교회 성도들께 의료선교 현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인사동에서는 ‘믿는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이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안 믿는 사람들에게 주고 싶고요. 또 혹시 압니까, 그림이 팔려서 전도 집회 나갈 밑천이 생길지요, 하하하.”
필자의 서울고등학교 후배인 홍건 박사는 미술반에서 기량을 드러냈고, 연극반에서도 기량을 발휘해, 고골리의 “검찰관”관에서 읍장 역으로 출연한 필자의 부인 역으로 출연해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홍건 박사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화필을 놓지 않았다고 한다.
명일동 명성교회 예루살렘 성전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의료선교사 홍건 장로의 “나의 사랑하는 에티오피아” 미술전에 많은 연극인들의 관람을 바라는 마음이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