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남산드라마센터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연옥 작, 고선웅 각색 연출의 <곰의 아내>를 관람했다.
<곰의 아내>는 환웅(桓雄)과 웅녀<熊女) 이야기나 우화(寓話) 또는 동화(童話) 같은 희곡에 혈거부족(穴居部族) 시절의 동굴(洞窟)이 기본 무대가 되고, 곰의 아기를 인간 여인이 낳아 기르지만, 시대적 배경은 현대이고 활과 창이 아닌 총기, 사냥총을 사용하고, 환자이동 전기의자를 사용하는가 하면, 무녀가 나뭇가지를 들고 나와 타악 소리에 맞춰 굿을 펼치고, 음악도 기타반주로 노래를 부르거나, 옛 대중가요인 산장의 여인이나, 서양의 가요<歌謠), 예를 들자면 프랑스의 영화배우이자 가수인 이브 몽땅(Yves Montand, 1921~1991)이 부른 고엽(枯葉 Les Feuilles Mortes, Autumn leaves)을 틀어놓고 출연자가 따라 부르기도 한다. 대단원에서는 엄청난 거구의 곰이 인간처럼 똑바로 서서 등장을 한다.
고연옥은 1994년 부산MBC아동문학대상 소년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동화작가로 활동하였으며, 1996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꿈이라면 좋았겠지>가 당선되어 희곡작가로 첫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시사월간지의 기자로, 방송국 시사프로 구성작가로 일했다. 2000년 결혼 후 서울로 이사하였고, 2001년 청송보호감호소의 수형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다룬 <인류 최초의 키스>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연극 베스트 3, 올해의 우수희곡에 선정되었다.
2003년, 한 독거노인의 죽음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의 단면과 죽음의 의미를 짚은 <웃어라 무덤아>가 역시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공연되어 올해의 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03 대산창작기금 희곡부문에 선정되었다. 2006년에는 극단 배우세상, 박근형 연출로, 제도권에서 일탈해 있다는 이유로 강간치사사건의 주범이 된 소년들의 이야기 <일주일>이, 극단 제이티컬쳐, 문삼화 연출로 한 하급장교를 통해 계급과 구조 속에 자아를 상실해 가는 군대 구성원들에 대한 <백중사 이야기>가 공연되었다.
그리하여 <인류 최초의 키스>, <일주일>, <백중사 이야기> 세 작품에 대해 ‘사회극 삼부작’, 혹은 ‘남성 삼부작’이라고 회자되었다. 2007년, 현대사회 공간의 이질성과 위험성을 다룬 <발자국 안에서>가 극단 청우, 김광보 연출로 서울연극제에 출품되어 대상, 연출상, 희곡상을 수상하였고, 그 해 고연옥의 첫 희곡집 <인류 최초의 키스>(연극과 인간)가 출판되었다.
작품으로는 <주인이 오셨다> <지하생활자들> <연서> <내 이름은 강> <칼집 속에 아버지> <단테의 신곡> <달이 물로 걸어오듯> <나는 형제다>를 발표 공연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사진제공/남산드라마센터
고선웅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극공작소 마방진의 대표이자 연극연출가다. <들소의 달> <강철왕> <마리화나><락희맨쇼> <늙어가는 기술> <뜨어운 바다> <칼로 막베스> <푸르른 날에> <리어외전>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홍도>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을 집필 또는 각색 연출했다.
1999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2001 옥랑 희곡상, 2006 문체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8 올해의 예술인상, 2010 <칼로 막베스> 동아연극상 연출상, 2011 <푸르른 날에>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2012 <늙어가는 기술> 대한민국 연극대상 희곡상, 2013 영희연극상, 2014 <변강쇠 점찍고 옹녀> 차범석희곡상 뮤지컬부문, 2015 아름다운 예술인상, 올해의 연출가상,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 동아연극상 연출상 등을 수상한 발전적인 앞날의 기대되는 연출가다.
무대는 그리스의 원형극장 시설을 본떠 만든 남산예술센터의 무대를 변형시켜 바닥을 세자(三尺) 높이고, 아홉 자 폭과 스물일곱 자 길이의 직사각의 무대를 세로로 깔고, 천정에도 같은 크기의 덮개를 만들어 동굴 조형물 느낌이 들도록 했다. 무대 끝, 배경 가까이에 사각의 벽을 만들어 세우고, 장면변화에 따라 벽이 상승 하강해 환자이동 전기의자가 무대끝부분 경사진 길로 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객석 가까이에 극장 지하에서 무대로 오르는 계단을 만들어 등퇴장 로로 사용하고, 배경 좌우에도 등퇴장 로가 있다. 정사각의 조형물을 천정에서 늘어뜨리고, 거기에 영상으로 문자형태의 문양을 투사해 상황 묘사나 강조를 한다.
연극은 도입에 극장 지하에서 젊은 남성이 등장해, 그 또래 나름대로의 현실에 대한 부적응과 불만 그리고 실패,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포기로 막다른 곳에 이르렀음을 독백처럼 읊조리며 뒹굴고 구르면서 동굴 끝에 이르러 다리를 벌리고 기절한 형태로 누우면 백색의 허름한 옷을 입은 젊은 여인이 등장해 남성 발치에 서서 내려다본다. 남성을 구해낸 여인은 예쁜 모습에 자신의 내력을 들려준다. 어린 곰을 정성스레 안거나 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곰을 애완동물로 기르나보다 했더니, 그게 아니라 여인이 낳은 곰의 아기라는 설명이고, 남성도 그것을 놀라운 표정으로 지켜보지만, 삼국유사의 단군신화가 떠올라서인지 수긍을 하는 모습이다.
우화(寓話)나 동화(童話)처럼 연극의 줄거리가 펼쳐지면서 사냥 군의 총구에 아기 곰들이 사라졌다는 내용이고, 또한 어디론가 가버린 여인의 곰 남편 대신 남성이 남편노릇을 하듯 여인과 몸을 밀착시키니, 이번에는 여인에게서 인간의 아기가 태어난다.
사진제공/남산드라마센터
점을 치는 듯 보이는 거사가 등장을 해 두 사람의 장래를 점쳐주고, 무녀가 등장을 해 새로 한 쌍이 된 남녀와 아기의 장래를 위함인지 굿거리장단이 펼쳐지기도 한다. 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부는 인간세계로 복귀를 하고, 당연히 남성은 생존경쟁 터로 향한다. 그리고 남성은 그를 찾아온 어여쁜 옛 애인을 대면하게 된다. 그러나 한 여인과 맺어지고 아기까지 낳았으니, 아무리 사랑했던 여인일지라도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음을 어찌하랴? 여인은 원과 한 그리고 슬픔을 표하고는 떠나간다.
남성은 회사에 나간다는 설정이고, 한인인지 이방인인지 구별이 안 되는 느글느글한 기업주에게 충성도 다짐하지만, 기업주는 엉뚱한 이유를 들어 남성을 해고시킨다. 여인은 요양원인지 병원 같은 곳에서 도우미 일을 하게 되고, 환자이동 전기의자에 몸을 싣고, 이브 몽땅의 고엽(枯葉)을 따라 부르는 나이 지긋한 남자를 돌보게 된다. 그런데 그 환자인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정상인이고, 게다가 여인에게 욕정을 드러내고 겁탈을 하려 드니, 여인은 힘을 다해 그를 목을 졸라 실신시키고 도망쳐 나온다.
결국 두 사람은 동굴로 되돌아온다. 장래가 불투명해 진 남성은 여인에게 고백을 한다. 사랑의 확신도 없이 여인과 몸을 합친 이야기,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장래나 희망의 빛이 보이지 않는 미래 등을 이유로 남성은 여인과 작별을 하고 떠난다.
여인은 그 동안 낳은 두 명의 아기와 뱃속의 담긴 남성의 씨와 함께 다시 절망감에 빠진다. 그리고 아기를 흐르는 물에..... 그때 곰의 포효가 여러 차례 들리고, 여인의 남편인 곰이 지하계단을 올라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처럼 똑바로 서서.... 여인의 절망에서 살아난 듯싶은 아름다운 눈빛과 함께 거대한 곰과의 포옹장면에서 연극은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 속에서 마무리를 한다.
김호정, 안성현, 최용민, 유병훈, 김명기, 김성현, 손고명, 이지현, 강득종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은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이 연극은 발군의 기량을 갖춘 연기자만 골라 출연을 시킨 듯싶은 느낌이다.
드라마터그 김주연,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명디자인 류백희, 의상디자인 김지연, 분장디자인 장경숙, 소품디자인 곰 제작 포스터 일러스트 김수진, 음악 김태규, 안무 김제리, 영상디자인 이원호, 무대어시스턴트 Byambaa Shine- Od, 조명어시스트 백하림, 조명크루 김명수 이종민 김상민 정태진 박철영 이재문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남산예술센터(극장장 우연)와 극공작소 마방진 공동제작, 고연옥 작, 고선울 각색 연출의 <곰의 아내>를 작가의 창의력과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좋을 우화<寓話)와 동화(童話) 풍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온라인 뉴스팀, newsfreezon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