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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눈물 많아지는 남편, ..

[윤대현 교수의 스트레스 클리닉] 눈물 많아지는 남편, 말이 뾰족해지는 아내

윤대현 교수 기자 입력 2015/01/27 08:37
혹시 갱년기 우울증인가요?

01 원래 여자보다 여린 남자의 마음

Q (드라마 보다가 운다는 56세 남성) 56세 남성입니다. 나이는 50대지만 항상 청춘처럼 살려고 노력했고, 멋지고 강한 남자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 제가 몰입했던 게 스포츠입니다. 일단 하면 최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덕분에 골프가 싱글입니다. 골프장에서 나올 때면 공이 잘 안 맞아 기분 나쁘다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전 컨디션이 심하게 난조인 날 빼고는 1등의 기분을 만끽하며 기분 좋게 골프장을 나올 수 있습니다. 골프 다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사이클입니다. 집이 한강변이라 사이클을 타고 고수부지로 나와 힘껏 페달을 밟을 때면 제 나이를 잊게 됩니다. 웬만한 젊은 친구들은 다 제칠 수 있어요.
 

그런데 젊고 강하다며 자신 있게 살던 제게 당황스러운 일이 생겼는데, 바로 눈물입니다. 금요일이면 골프 채널을 보며 주말 경기를 위해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는데 아내가 일일드라마를 봐야겠다는 겁니다. 순간 ‘욱’했지만 꾹 참았죠. ‘멜로드라마나 좋아하는 여자들이란, 쯧쯧’ 투덜대며 아내 뒤에서 별 생각 없이 드라마를 보는데 눈물이 갑자기 주르르 흐르는 것입니다. 아내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죠. 들킬까봐 부끄러워 화장실로 갔는데 눈물이 10분도 넘게 흐르는 것입니다. 강한 남자인 저에게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인가요. 갱년기 우울증이 찾아 온 것인가요.

 



A (다큐멘터리에도 울컥한 윤 교수) 남자는 눈물과 친하지 않습니다. 여자는 1년에 평균 30~64회 눈물을 흘리는데 남자는 1년에 10~20회 웁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죠. 우는 시간도 남자들은 2분, 여자들은 6분 정도입니다. 게다가 여자들은 엉엉 우는 일이 많습니다. 눈물을 비치는 정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100번에 65번, 즉 65%는 엉엉 운다는군요. 반면 남자는 엉엉 우는 비중이 100번에 6번, 여자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자주 울고, 더 길게 울고, 더 세게 운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사춘기 이전 13세까지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이런 차이가 없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른 게 아니라 사춘기 이후에 생긴 변화입니다. 이는 사춘기 이후 남녀 호르몬 변화가 한 가지 원인이고, 남자는 울면 안 된다고 교육받는 것도 이유겠습니다. 슬퍼도 잘 울지 않도록 연습한 거죠.
 

사실 여자보다 남자 마음이 더 여립니다. 여자들의 마음이 더 강한 건 모성애 때문이지요. 유명인사가 강연에서 자신의 엄마가 얼마나 강한지 이야기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6.25 전쟁 피난길에 포탄이 떨어졌는데 어머니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려 안고 감쌌는데 아버지는 옆 밭고랑으로 뛰어 숨었다는 겁니다. 어떻게 부모가 저럴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부모도 사람이고 자신의 생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당연한 본능입니다. 포탄이 날아올 때 숨은 아버지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모성애가 위대한 것이지요. 어머니의 모성애는 이기적인 본능을 눌러 버리는 강력한 이타적 본능입니다. 이런 모성애를 가지고 있기에 결정적인 순간에 여성의 마음이 더 강합니다. 남자가 강한 건 마음이 아니라 육체입니다. 근육의 힘이든, 사회 경제적 힘이든 강한 남자가 사랑받는다는 생각이 남자들의 머리에는 뿌리 깊이 내재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울보 남자는 약한 남자고 매력적이지 못하다 생각하는 것이죠. 그러니 강한 남자라 여긴 자신의 눈에서 갑작스럽게 흘러 나오는 눈물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중년을 넘어가면 자신을 감싸고 있던 전투력의 갑옷이 벗겨지며 원래의 여린 마음이 다시 보이기 시작합니다. 강한 남자가 여성화되는 게 아니라 원래의 섬세한 감성을 다시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평소 무뚝뚝한 남자조차도 예술가처럼 마음이 섬세해집니다. 그래서 전에는 느낌이 오지 않았던 멜로드라마를 보며 꺼이꺼이 울게 되는 것입니다. 우는 건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남자도 울 수 있고 슬프면 울어야 합니다. 내 눈물을 갱년기 우울증의 증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보다는 내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구나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정답입니다.
 

남자에게도 여자 이상으로 희로애락을 느끼고 때론 울 수 있는 감성 엔진이 존재합니다. 남자가 감성적으로 무디다면 남성 중에 그렇게 많은 아티스트가 나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섬세함이 요구되는 셰프도 남자가 더 많습니다. 강해야 된다는 통념 때문에 감성적인 기능을 억제했을 뿐 남자 안에도 섬세한 예술가의 느낌이 숨어 있습니다.
 

사연 주신 분, 울고 싶을 땐 실컷 울어 주세요. 중년 이후 우울증 발생률은 여자가 남자의 2배인데, 자살률은 남자가 여자의 2배입니다. 남자가 감정 표현을 지나치게 억제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자들은 우울하다고 표현을 합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조차 쑥스러워서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 ‘국제시장’이란 영화가 그렇게 중장년층 남성을 울리고 있다하네요. 다들 운다고 하니 저도 용기 내어 보러 가서 실컷 울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얼마 전 역경을 극복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다 갑자기 울컥하는 저를 발견하고는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답니다.
 

02 점점 냉랭해지는 아내와 잘 지내는 법

Q 남자도 울 수 있는 것이군요. 제가 우는 것 이상으로 당황스러운 게 요즘 아내의 공격적인 말투입니다. 나이가 들면 남자는 여성 호르몬이 나와 여성화 되고 여성은 남성화 된다는데 그런 걸까요. 전엔 남편과 자식들에게 다 양보하던 정말 순수 현모양처였는데 요즘엔 자기가 보고 싶은 TV프로그램이 있으면 절대 양보 안하고, 제가 뭔가에 조언을 하면 잔소리 하지 말라며 쏘아붙이는데 무서워 죽겠습니다. 전에는 저녁 안 챙겨주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요즘엔 ‘알아서 차려 먹으라’며 놀러 나가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또 전엔 ‘일찍 들어오라’며 들들 볶아 괴로웠는데 이제 가정적으로 살려고 하니 아내가 집에 없네요. 다중성격도 아니고 제 아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A 아내 분은 다중성격 소유자는 아닙니다. 남편분처럼 마음의 변화가 중년 이후에 나타나고 있는 거죠. 남자는 울보가 돼가는데 여성들은 반응이 뾰족해지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만 그런 게 아니고 외국 사람도 그렇습니다. 외국 상담 사례를 보면 중년을 넘은 아내가 대화에 있어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때론 뾰족하게 날을 세워 언쟁을 하려고 해서 힘들다는 외국 남편들의 절절한 호소가 나와있습니다.
 

여성들의 이런 변화는 모성 엔진이 약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지게 되면, 여성은 모성엔진이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모성애는 나의 테두리를 확장시킵니다. 나를 넘어 가족을 나처럼 생각하게 만들죠. 특히 자식을 자신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놀라운 마술을 일으키죠. 희생적이고 이타적인 삶을 살게 합니다. 그러다가 중년이 넘어서면 모성 엔진이 약화되며 다시 내 이름 석자가 중요하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 살았나’하는 허탈한 마음도 들고요. 이 또한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그래서 중년이 넘으면 이런 변화에 부부 모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가 밥 안 차려주고 나간다고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모성애를 잠깐 놓고 ‘나’라는 자유의 느낌을 갖고 싶은 거니까요. 아내의 변화에 놀라기보다 자신에게 찾아 온 섬세한 감성을 이용해 보시면 어떨까요.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한번 해보세요. 잘되면 숨겨진 내 예술적 감각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고, 망쳐도 아내가 감동하거나 남은 재료가 아까워 밥을 차려 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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