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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극단 이방인, 신재철 연출 ‘천사여 고향을 보라..
오피니언

[독자기고]극단 이방인, 신재철 연출 ‘천사여 고향을 보라’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7/11 18:43

대학로 SH 아트홀에서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원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번역, 신재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1965년 극단 산하에서 한상철 역, 표재순 연출로 11월 30일부터 12월 3일까지 명동국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출연은 김성옥 강효실 천선녀 최불암 이묵원 이순재 안영주 김관수 전운 강부자 백수련 홍계일 안영진 김영옥 김희준 고강자 나문희 강석호 김영랑 등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1978년에는 국립극단에서 역시 한상철 역, 이해랑 연출로 6월 30일~7월 3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백성희 김동원 태민영 이호재 손숙 전무송 장민호 권성덕 등이 출연해 역시 성공작이 되었다.

토머스 울프(Thomas Wolfe, 1900년10월 3일 ~ 1938년9월 15일)는 미국의 소설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애슈빌에서 태어나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였다. 자신이 직접 겪은 생활을 소설의 소재로 많이 다루었다. 워싱턴 스퀘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소설가가 되었다. 작품으로 <천사여, 고향을 돌아보라>, <시간과 강에 대하여>, <그대 다시는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리>, <저 언덕 너머> 등이 있다.

번역을 한 황동근은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국 브루클린 대학원을 졸업했다. <크랩의 마지막 테이프> <유리동물원> <생일 파티> <갈매기> <아노마> <고도를 기다리며> <코뿔소> <육체의 풍경> 등을 연출하고, <피의 결혼> <사천의 선인> <세 자매> <육체의 풍경> <현대 성극 3선> <라라미 프로젝트> 등을 번역하고, <23인의 연기훈련 이야기>를 집필했다. 폴콕스 외국인 학생상, 백상예술대상 신인 연출상을 수상했다. 현재 연극 연출가, 서울 예술 대학 교수, 서울 연극 앙상블 대표로 활동 중이다.

연출을 한 신재철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연출전공, 노리토의 공동대표, 극단 이방인의 공동대표, 노리토, 극단 이방인의 연출가로 황동중이다.  <The Room>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1막의 무대는 2층 가옥의 실내 전경이 펼쳐진다. 2층에는 침실과 다락방의 창문이 조형예술작품처럼 구조되고, 중앙으로 내려오는 계단과 그 좌우로 신시사이즈 연주자와 타악 연주자의 공간이 방 안쪽에 자리를 잡고, 거실 공간에는 소파와 의자, 탁자가 배치되고, 장면변화에 따라 이동 배치된다, 음악연주로 연기자들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춘다. <딕시랜드>라는 간판이 달려있다.

2막은 석 공예품을 만드는 작업실이다. 날개달린 크고 작은 천사의 조각상, 동물조각 상 등이 작업기구와 함께 배치되어 있다. 아버지 이름자를 딴 석공예소라는 간판이 보인다.

3막은 1막과 같은 무대장치에서 연출된다.

연극은 불화가 예견된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막내 아들로 설정된 청년 유진은 아버지 지향적이다. "몸을 담을 집 한 채 외에는 한 평생 재산이라고는 티끌만큼도 필요치 않아…… 내가 바라는 재산이란 내가 묻힐 작은 묘지뿐이야"라는 아버지와는 달리 어머니는 "무슨 말씀! 어려울 때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해요."라는 생활관의 대립 속에서 유진은 성장한다. 6남매는 명확하게 아버지 지지파와 어머니 추종자로 나뉘는데, 유진은 타고난 재능이나, 뜻과는 관계없이 어머니에 의하여 어릴 적부터 생활전선으로 내몰린다.

주정, 방랑, 여성 탐닉 등 어떤 면에서는 미국적인 남성상의 한 속성인 이런 세계로 빠져든 아버지의 비현실성에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남편을 따로 두고 나와 여관업을 시작하여 돈 모으기에만 전념한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에 열중하던 유진은 학교성적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감각기능이 유난히 발달하여 어떤 사물을 만지기만 하면 그 색채, 온도, 냄새, 소리, 맛 등을 알 정도였다. 이런 유진에게 어머니가 경영하는 여관은 자신의 삶을 속박하는 장애물로 밖에는 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신은 가족을 위해 이때껏 희생해왔다고 자주 말하지만, 정작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자식들인 듯 보인다. 즉, 자식들은 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성장한 것이다. 가족들은 모두 불화를 겪는다.

이는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물질만능주의에 찌들어 버린 강압적인 어머니와, 고향과 삶의 안식처를 염원하는 아버지, 현실 참여적이며 비판적 의식으로 군에 입대하려는 큰 아들과 내면적인 자기세계를 구축하며 대학에 입학하고 싶어 하는 유진의 갈등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어머니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도록 애쓰고 행복하게 살도록 노력하자는 말을 남기지만, 그것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잃고 난 후의 소리일 뿐이다. 아들 벤을 잃고, 유진마저 가출을 하게 된다.

이 극에서는 사랑의 의미 또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마련된다. 나이가 많음을 고백하며 괴로워하는 로라에게 유진은 “인습보다는 우리의 진실이 아름답고 일생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귀한 것이 사랑이다.” 라고 속삭인다. 유진의 열렬한 사랑은 아름답게 느껴지지만 관객은 유진과 로라의 관계가 실연으로 끝날 것 같은 예감을 갖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유진과 몸과 마음을 합하고 난 후, 로라는 약혼한 남성이 있어 결혼을 하러 간다며 유진 어머니에게만 알린 후 이 집을 떠나간다. 그러나 유진은 로라와의 사랑의 결별이 어머니의 탓인 것으로 오해를 하고, 어머니에게 항의하며 집을 떠날 결심을 한다. 결국 잃어버린 사랑이 유진에게는 발전적인 생의 출발점이 된다는 결말이다.

김진수, 유지수, 최정화, 김성우, 김히어라, 노 경, 최혜진, 송지언, 김종현, 최소영, 조민국, 김예다, 서병철, 차현지, 양권석, 유 용, 주 영, 류용수, 이다림, 박 진, 장준혁, 장용웅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창과 율동은 갈채를 받는다. 특히 어머니 역의 유지수의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장용웅의 독특한 캐릭터는 기억에 남는다.

무대디자인 김소하, 조명디자인 박정연, 의상디자인 백현철, 분장디자인 오혜련, 소품디자인 김진아, 음악감독 박현지, 무대감독 박금숙, 조연출 김태수, 음악팀 트럼펫 장연준, 피아노 정희영, 기타 박대통, 드럼 신한샘 고재혁, 무대제작 스테이지 빅벨, 총괄피디 최종혁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합하여, 극단 이방인의 토마스 울프(Thomas Wolfe) 작, 케티 프링즈(Ketti Frrings) 각색, 황동근 역, 신해철 연출의 <천사여 고향을 보라(Look Homeward, Angel)>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명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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