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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최저임금제, 불안한 경비원..
사회

[기획특집] 최저임금제, 불안한 경비원

안데레사 기자 sharp2290@gmail.com 입력 2016/07/16 11:05
“갑질없는 우리 아파트…사람들이 딴 세상이라네요”




[뉴스프리존= 안데레사기자]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들의 요청으로 단지 내 차량 통제를 하다가 주민의 차에 치여서 다쳤는데, 보상 대신에 사직 통보를 받았다.

(CCTV) 3천8백 세대가 사는 아파트단지 안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던 승합차가 횡단보도 한 가운데 비옷을 입고 서 있는 사람을 치었다.

차량통제를 하던 경비원 고 모 씨가 입주민이 운전하던 차량에 들이받혀 다친 것이다.
 
고 씨는 아파트 단지 안의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매일 오전 오후 1시간씩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입원한 지 사흘째 경비원은 소속 용역업체로부터 "회사를 그만두라"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3주 뒤 용역업체는 입원중인 고 씨에게 "후임 경비원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으니 안양에서 서울 본사로 출근해 대기근무를 하라"고 통보했다.

고씨는 "주민들하고 만날 마주치고 그러는데, 나도 거북하고 그 사람도 거북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일자리만 잃은 거예요." 말한다.

얼마 전 이웃집 유모차를 안 치웠다는 이유로 주민에게 폭행당한 이 경비원 역시 2주 뒤 직장을 그만둬야 했다.

24시간의 격일제 근무에도 월 149만원 뿐

내년도 최저임금 놓고 뒷말이 많은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반갑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을(乙) 중의 을(乙)’이라는 경비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오히려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해고의 위협을 뚫고 살아남았다 해도 손에 쥐는 돈은 별반 차이가 없다.

16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경비원 4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경비청소 노동자의 실태 분석과 대안 모색’ 연구보고서를 따르면 지난해 24시간 격일제로 일하고 받는 월급은 149만2000원이었다. 지난해부터 아파트 경비원들에 대해 최저임금의 100%가 적용됐지만 실제 오른 돈은 5만1000원(2014년 144만1000원)에 그쳤다. 이들이 적정임금으로 생각하는 171만2000원에 22만원이나 모자란 금액이다.

과거에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최저임금 대상에서 빠져있었지만 2007년부터 70% 이상을 받고, 이후 단계적으로 올려나가 지난해부터 100% 적용됐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를때마다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 최저임금 인상 협상이 진행될 때마다 불안에 떨고 입주민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이유다.

경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소식이 반갑지 않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뿐 실제 임금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  경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협상 소식이 반갑지 않다. 최저임금이 오를 때마다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로 이어질 뿐 실제 임금은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문제는 간신히 재고용에 성공하더라도 임금 인상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상 24시간 일을 해도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법으로 근무시간을 줄여 저임금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불합리한 처사에도 불평할 수 없는 건 경비원 대부분이 용역업체에 소속된 간접고용직이기 때문이다. 경비원 85.9%는 위탁관리회사의 계약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비원의 하루 근무시간은 1일 23.4시간 중 총 휴게시간은 6.6시간이고 야간 휴게시간은 4.6시간이다. 최저임금 100%를 적용받는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이 늘었다. 2014년에 비해 2015년에 휴게시간 증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46.4%가 ‘늘어났다’고 답했으며 평균 1.72시간이 증가했다. 1.9%만이 ‘휴게시간이 줄었다’고 했다.

휴게시간의 휴식은 ‘그림의 떡’이다. 63.5%는 근무지 안에서 머물면서 긴급상황에 대비해야 했고 휴게 공간도 따로 없는 경우가 많아 밤 휴게시간은 근무초소에서 보내는 이들도 57.8%나 됐다.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을 뺏는 가장 큰 요인은 택배를 꼽았다.

설문에 응한 경비원 A 씨는 “택배 업무가 큰 문제다. 휴게시간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인데 잘 곳이 없어서 경비실에서 잠을 잔다”며 “입주민들이 새벽 2시~3시에도 택배를 찾으러 온다. 제대로 쉴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가장 힘든 점으로는 ‘낮은 임금’(34.4%)과 ‘장시간 근무’(13.3%)가 꼽혔으나 ‘입주민 응대’(6.8%) 등 입주민과 관련된 답변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입주민에게 욕설이나 무시,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10명 중 2명 이상(22%)의 경비원이 ‘있다’고 응답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월 2.69회였다.


“주민이 십시일반 보너스 주니 감사…일할 맛 납니다


 1. 경비원 A 씨는 최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이 아파트에서 일한 지 11개월 째, 동료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A 씨는 “먼저 온 경비원들도 12개월이 넘기 전에 잘렸다”면서 “퇴직금을 주기 싫은 경비원 외주 업체가 1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한다는 말이 들린다”고 털어놨다.

2. 경비원 B 씨에게 1년에 한번 찾아오는 근무 계약일은 그저 형식적인 날 일 뿐이다. 10년 넘게 해고 걱정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그는 “여기서는 경비원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이란 게 어떤 건지 모른다”고 했다. B 씨는 “곧 다가올 여름 휴가계획 생각 뿐”이라며 “주민들이 선물로 준 휴가비를 어떻게 써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경비원도 다 같은 경비원이 아니다. 주민이 먼저 상생의 손을 내밀자 경비원들이 신바람을 내는 곳이 있다. 최저임금 협상으로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상생’을 택한 아파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이곳의 경비원들은 고용불안과 주민들의 갑질은 딴 세상 이야기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에 있는 응봉 대림 1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이시한(64) 씨. 이 씨의 고민은 고용불안이 아닌 ‘주민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에만 쏠려 있다.


▲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에 있는 응봉 대림 1차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 중인 이시한(64) 씨. 이 씨의 고민은 고용불안이 아닌 ‘주민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에만 쏠려 있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에 있는 응봉 대림 1차 아파트는 경비 업무의 모든 내용을 입주자 대표회의와 경비원들의 회의로 정한다. 이곳의 경비원들은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직접 고용한다. 30년간 외주 업체가 따로 경비원을 관리한 적이 없었다.

16일 이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만난 박준환 아파트 관리소장은 “외주를 주면 신경 쓸 일이 줄고 돈 부담도 가벼워지겠지만, 경비원을 벼랑으로 내몰 수는 없었다”며 “경비원은 함께 사는 가족이란 말에 주민들이 뜻을 모았다”고 직접고용 이유를 밝혔다.

현재 아파트에서 일을 하는 23명의 직영 경비원 중 지난 30년간 아파트로부터 해고당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오히려 주민 배려로 정년 60세를 넘겨도 촉탁직으로 다시 채용될 정도다.

이 아파트 7동 일대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이시한(64) 씨는 정년 후에도 촉탁직으로 돌아온 경비원 중 한 명이다. 그는 “입주자 대표회의와 경비원들 사이가 이렇게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며 “지금도 이사간 주민들에게 안부 전화가 오기도 한다”며 보람을 전했다.

실제 입주자 대표회의와 855세대의 주민, 경비원들은 매달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는 등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소장은 “간혹 주민과 경비원 사이에 생기는 오해는 다른 주민이 나서서 중재할 정도”라며 “업체가 있어 개입됐다면 더 안 좋게 끝났을 일도 ‘한 가족’이란 마음으로 모두 화해한다”고 했다.

주민들의 ‘가족 대우’에 경비원들도 의욕이 솟는다는 반응이다. 이 경비원은 “휴가ㆍ명절이 되면 주민들이 돈을 모아 차비로 쓰라고 전해주기도 한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11개월 해고’ 같은 고용불안은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사람들과 더 잘 지낼 수 있을까만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아파트가 위치한 성동구는 지난해 4월 경비원 고용 안정 협약에 이어 이번달 공동주택 청렴문화 실천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아파트 경비원 복지에 정평이 나있는 곳이기도 하다. 성동구 관계자는 “이번 아파트 같은 모범 사례를 참고해 구가 진행하는 아파트 공동체 활성화 지원사업을 이끌어가겠다”며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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