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달 2일 회고록 출간… 일각선 "北 소행 간접 시인"
"정상회담 9부 능선까지 가… 김정일이 더 서둘렀지만 과도한 경제적 요구로 못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국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한다. 26일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에 따르면 회고록은 총 12장(章) 800여 쪽으로 구성됐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외교 비사와 정책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담겼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책에서 "2011년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해 북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했고 9부 능선을 넘어설 정도로 진전이 됐지만 북한이 5억달러 상당의 선(先)지원 등 과도한 경제적 대가를 요구해 성사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2009년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싱가포르에서 비공개 접촉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남북 간 막후 협상 상황을 전하면서 "북한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북은 유감 표명 수준에서 끝내자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인사는 "이런 약간의 애매함을 우리 정부가 눈감으면 정상회담이 성사됐겠지만 북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다 보니 막판에 무산됐다는 내용이 회고록에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북한이 당시 천안함 폭침이 자신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북이 얘기한 유감 표명의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어떤 의미인지는 회고록에 구체적으로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 측 인사는 본지 통화에서 "당시 남북은 천안함 폭침과 관련한 문안 내용을 조율했을 정도로 (회담 준비가) 거의 다 됐었다"며 "특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자기가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회담을) 굉장히 서둘렀다"고 했다. 이어 "당시 대통령과 참모들은 남북 관계에 있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임기 중에 남북 정상회담을 한 번도 안 하는 게 업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원 외교 논란에 대해서도 "자원 없는 나라는 자원 외교에 힘쓸 수밖에 없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과 녹색성장, 세종시 문제, 글로벌 금융 위기 극복 과정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기억이 용탈(溶脫)돼 희미해지기 전에 대통령과 참모들이 생각하고 일한 기록을 가급적 생생하게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인 2013년 5월부터 1년6개월간 참모들과 매주 회의하면서 회고록을 집필해 왔다. 회고록 출간을 기획한 김두우 전 홍보수석은 "다음 달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전 대통령을 대신해 출간 기념 언론 간담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회고록은 대만과 중국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