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 대우아파트 1103호에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제작,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 평 극장 시리즈, 심철종 작 연출 출연의 모노드라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를 관람했다.
심철종은 행위예술가이자 연극배우, 그리고 연극연출가다. 심철종은 국내외의 여러 실험예술제와 국제연극제에 참가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더 친근하고 가깝게 실험연극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왔다. 현재 연극, 무용, 퍼포먼스, 패션쇼,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씨어터 제로, 심철종 퍼포먼스 제작소, 한일 댄스 페스티발의 대표이자 아고라극장의 외국인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한 평 극장 시리즈는 2013년 5월 심철종에 의해 최초로 시작이 되었다. 1인극은 기억과 사랑과 인생 그리고 죽음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이루어진다. 그는 연기를 통해 치매 걸린 어머니에게 기억을 상기시키는 내용, 사랑하던 여인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죽음과 대비된 삶 자체의 소중함을 모노드라마로 펼친다.
그러나 최초 공연은 2005년 9월 홍대 앞 갤러리 크세쥬에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에서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심철종은 “홍대 앞 문화 게릴라들을 묶기만 하면 세계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지금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 언젠가는 홍대 앞을 세트로 하는 거대한 작품도 만들고 싶다.”라고 발표했다.
한 평 극장 모노드라마 공연을 하게 된 까닭은 “사실 배우들 중에 독거노인이 많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무대가 불러주기만 기다리고 있을 뿐이죠. 그렇다고 배고픔이 해결되지 않죠.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이 극장이 되는 겁니다. 한 평 극장처럼 세상에서 제일 작은 나만의 극장이 되는 거죠. 자신이 살아왔던 이야기, 그동안 했던 연기만 보여줘도 얼마든지 감동적인 공연을 펼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몸소 이렇게 한 평 극장에서 공연을 해도 배고픔이 해결되고 예술가가, 배우가 무대라는 공간과 자신의 삶의 공간이 공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라면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워 무대에서 최후를 맞이하고 싶다는 저의 꿈이 한 평 극장을 통해 실현된 셈이죠. 제 삶의 공간이 곧 무대가 됐으니까요”
무대는 방 안이다. 방석이 여러 개 준비되고, 천정에서부터 백색의 천을 여러 폭 늘어뜨려 둥근 백색 휘장 공간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느낌이다. 방바닥에는 공연을 휘한 소품, 해골바가지, 전구와 이어폰, 관객의 손을 묶을 끈, 휴대폰 등이 놓여있고, 관객에게 나누어 준 이어폰을 통해 음악과 노래가 효과음으로 전달된다.
기억 장면에서는 치매를 앓고 있는 자신의 모친에게, 기억을 떠올리도록 하려는 아들의 애타는 정경이 그려진다. 고령의 부모를 모시고 있거나, 실제로 치매을 앓고 있는 부모가 있는 관객은 자신의 일처럼 느껴지는 공연이다.
사랑하던 상대에 대한 그리움에서도 심철종은 자신의 부부관계나 연인과의 관계, 그리고 첫사랑보다는 관객 자신의 사랑을 회상시키게끔 공연을 이끌어 간다.
죽음 장면에 이르러 해골바가지를 들고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하며 셰익스피어 햄릿 3막 1장의 독백이 펼쳐지고, 인간의 생사고락(生死苦樂)에 관한 철학적인 사유가 1인극의 대단원을 장식하면서 관객의 우레와 갈채와 함께 공연은 끝이 난다.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 국민은행카드 건물 옆 대우아파트 1103호 “세상에서 제일 작은 한 평 극장”에서 공연되는 심철종의 모노드라마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공연에 연극인들 뿐 아니라, 일반관객의 많은 관람을 바라는 마음이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