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뉴스프리존

[독자기고]문화나눔초콜릿, 송현옥 연출 ‘이사하는 날’..
오피니언

[독자기고]문화나눔초콜릿, 송현옥 연출 ‘이사하는 날’

온라인뉴스 기자 입력 2016/07/21 12:01

문화공간 엘림홀에서 (사) 문화나눔초콜릿의 윤기영 극본, 서재순 김지현 각색, 송현옥 연출의 <이사하는 날>을 관람했다.

(사) 문화나눔초콜릿은 중앙치매센터와의 협약으로 치매 예방과 치료를 위한 공연행사를 펴고 있다. 2015년 치매소재연극 <아픈 손가락>을 시작으로 2016년에는 연극 <이사하는 날>을 공연해 치매 가족과 치매 환자를 위로하고 치매고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송현옥(1961~) 연출가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 박사, 극단 물결의 대표, 세종대 교수다.

2014년 한국무용학회 공연예술대상, 2014년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우수상, 2010년 2인극 페스티벌 작품상, 2006년 2인극 페스티벌 관객인기상 등을 수상했다.연출작으로는 연극 <인형의 집> <리시스트라테>, <크리스마스 패션쇼>, <햄릿>, <여자의 아들>, <누구를 향해 쏴라>, <돈데보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 <5분간의 청혼>, <밑바닥에서> <폭풍의 언덕> 외 다수 작을 연출한 미녀 중견 연출가다.

무대는 주택의 거실이다. 좌우에 포장한 이사 상자 곽이 잔뜩 쌓였다. 노모를 모시고 한 가족이 이사를 하려 한다. 아들은 건장하고 잘 생긴 모습이고, 며느리는 예쁘장하고 참해 뵌다. 큰 손자는 미남청년이고 막내는 귀염둥이 초등학교 학생이다. 집 형편이 좋지가 않아 작은 집으로 이사한다는 설정이다. 그러니 짐을 줄여서 가야 하는데 할머니는 오래된 물건에 집착을 한다. 재봉 일을 해 아들을 키우고 학교를 보낸 시절을 회상하며, 오래된 재봉틀을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막내의 실수로 재봉틀이 쓰러져 못쓰게 되었어도, 할머니의 애착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살고 있는 큰 주택으로 이사 오던 때를 회상한다.

16년 전이지만 할머니와 가족은 이 집으로 이사를 하던 그때를 기억한다. 가족들은 큰 집이라 기뻐하고 떠들썩하지만 할머니는 일찍 죽은 남편과 언문조차 깨우치지 못 한 자신을 돌이켜 본다. 누구에게 알리고 싶지도 않지만, 일자무식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지내온 과거를 떠올린다.

이삿짐센터 사람들이 오고, 가족은 이사를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보이지를 않는다. 가족이 법석을 떨고 찾아도 할머니의 행방은 묘연하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를 둔 채 가족은 이사를 하고 만다.

얼마 후 버리고 간 짐 속에서 할머니가 모습을 드러낸다. 아끼던 재봉틀과 전기밥솥을 가지고, 머리에는 밥솥 안의 원형스텐용기를 뒤집어쓰고. 부근 학교에서 학생들이 귀가를 하면서 할머니를 알아본다. 그리고 할머니의 아들가족에게 연락을 한다. 아들과 며느리는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노모를 모시러 온다. 달려와 보니, 노모는 길바닥에 엎드린 채 공책을 꺼내 글씨 쓰는 동작을 해 보인다. 그리고 아들과 며느리가 “어머니!” 하고 불러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 한다. 노모의 치매증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연극은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퇴장을 하면, 그 자리에 며느리가 서서 노모가 쓴 글씨 아닌 글씨 형태가 끄적거려진 공책을 들여다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필자도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노모를 생각하며, 남의 일 같지 않은 마음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안현서, 이영진, 김수지, 김병현, 송승원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이 가슴에 와 닿는다.

기획 및 제작 문화나눔초콜릿, 조연출 김지현, 무대감독 나현민, 무대제작 오영섭, 조명감독 허 환, 음악감독 윤국희, 음향오퍼 김대산, 이쇄물 디자인 송지연 지 성, 분장 채선아 메이크업, 사진 김장희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노력과 열정이 드러나. (사) 문화나눔초콜릿의 윤기영 극본, 서재순 김지현 각색, 송현옥 연출의 <이사하는 날>을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

newsfreezone@daum.net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